[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법원으로부터 직무집행 정지 판결을 받은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론이 다시 한번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이 새로운 비대위 출범을 확정한 가운데 주 위원장을 재추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다. '지도부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주 위원장이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지 여론의 시선이 집중된다.
지난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는 8일 추석 전까지 새 비대위를 완성하겠다는 로드맵을 완성했다. '원조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2선 후퇴했고, 줄곧 비대위 출범을 반대했던 서병수 의원은 '전국위의장' 직책을 내려놓기까지 했다. 비대위 출범을 위해 속도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이를 위해 당은 2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당헌 개정안을 심의하고 5일 전국위에서의 의결을 구상하고 있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할 경우,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이 새 비대위 출범 조건으로 충족돼 8일 비대위 출범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비대위 출범이 급물살을 타는 배경에는 '혁신'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추석 민심을 겨냥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의 존립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내홍을 봉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가운데 새로 신임될 비대위원장 자리에 주 위원장이 다시 한번 물망에 올랐다. 17일 만에 좌초한 '주호영 체제'가 주 위원장 개인적인 잘못으로 비롯된 상황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물꼬는 서 의원이 텄다. 서 의원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빠른 사퇴를 촉구하면서도 주 위원장이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맡아야 한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서 의원은 <더팩트>에 "'원내대표' 역할에 방점을 찍은 것이 아니"라며 "경험이 많은 주 위원장이 다시 한번 나서는 그림이 괜찮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수의 의원들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주 위원장이 잘못한 것이 무엇이냐"면서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때문인 만큼 다시 한번 추대하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 초선 의원은 "지금의 상황을 빨리 수습하기 위해선 주 위원장이 적절하다"며 "개인의 문제가 없었던 만큼 다시 추대하는 분위기가 주변에서 보인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주 위원장이 다시 맡아줬으면 하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라고 말을 보탰다.
주 위원장은 5선 중진으로 당내 최다선 의원 중 한 명이다.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대표 권한대행을 지냈으며, 정치적 경륜이 풍부해 혼란스러운 당 상황을 정리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당 안팎에서 받고 있다.
게다가 '윤핵관'을 향한 책임론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계파색이 옅은 점은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지역색이 강하다는 점도 당내 의원들의 마음을 흔드는 이유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당의 지지율과 신뢰도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보수 지지층 결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 위원장은 2004년 제17대 총선부터 대구 수성구에서 내리 5선을 했다. 보수 유권자가 많은 TK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두고 있어 당내 구심점 역할을 할 적임자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보인다. 법원이 이미 한 차례 주 위원장에 대한 직무 정지 결정을 내린 만큼 주 위원장을 다시 비대위원장 유력 후보군에 올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다. 위 관계자는 "꼼수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비대위가 추석 전에 닻을 올리기 위해선 일주일 내에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각각 두 차례씩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당내 반발 목소리가 분출하거나 돌발 상황이 생기면 '시간표' 자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점에서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은 관건이 됐다. 이 전 대표 대리인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채권자 이준석 대표는 9월 1일 채무자 국민의 힘을 대상으로 전국위원회 개최금지 등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면서 "채권자 이준석 대리인단은 금일 헌법수호를 위해 추가 가처분을 제기한바, 이는 당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고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밑그림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지만 당내 갈등 봉합·국정동력 회복·정기 국회 당론 설정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주 위원장이 다시 한번 전면에 나서 험로에 빠진 당을 구출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zustj9137@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