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원존' 설치 지시…'팬덤정치' 시작?


'친명' 박찬대 최고위원 "전당원 투표 (재추진) 필요해"

지난달 28일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은 이재명 체제로 기지개를 켰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른바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의 엄호를 받고 있는 이 대표의 팬덤정치를 바라보는 당내외 시선은 복잡하다. /이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이 민심이다' '이재명의 민주당 오늘부터 시작합니다.'(지난달 29일 국회 앞 설치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당선 축하 쌀 화환에 붙은 축하 문구)

지난달 28일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은 '이재명 체제'로 기지개를 켰다. 그러나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이른바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의 엄호를 받고 있는 이 대표의 '팬덤정치'를 바라보는 당내외 시선은 복잡하다. 최고위원도 고민정 의원을 제외하면 '친명계' 의원이 대거 선출되며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을 과도 대표하는 방식의 당 운영을 할 것이라는 논란도 불거졌다. 여기에 이 대표가 '당원존' 개방으로 당원과의 소통 강화를 예고하면서 당이 '팬덤정치'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 6월 재보궐 선거 이후 이 대표의 첫 국회 출근날에 이어 지지자들은 국회 앞 '환영 인사'로 이 대표를 반겼다. 당대표 첫 날인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는 이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는 화환 수십 개가 줄을 이었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진 모금해 이 대표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 기부용 쌀가마니를 포함한 화환들이었다. 쌀 가마니의 무게는 이 대표의 의원실 818호에 맞춘 818kg. 응원 현수막에는 '이재명은 합니다 이제, 민주당도 합니다' '이재명 씨 민주당을 이끌어주십시오'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고, 화환에도 '이재명이 민심이다' '이재명의 민주당 오늘부터 시작합니다' 등 이 대표를 적극 지지하는 문구가 장식 리본을 채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임기가 시작된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이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는 당원들이 보낸 축하 화환이 놓여 있다. /이새롬 기자

다음 대선까지 고려하는 이 대표에게는 이른바 '개딸' 등 자신을 지지하는 팬덤은 필수불가결한 정치적 자산이다. 지지자들이 이 대표에게 강한 응원을 보내는 만큼, 이 대표도 후보 시절부터 당원과의 '쌍방 소통'을 강조해 왔다. 전당대회 이전 비대위 기간 개설된 '민주당 당원 청원시스템'에는 지지자들이 정치보복성 검찰 기소를 우려해 '기소시 당직 정지' 관련 '당헌 80조 개정' 요청안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전당대회 직전 중앙위 문턱을 넘겼고, 당직 정지를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구는 당대표가 위원장인 당무위인 것으로 변경돼 '이재명 방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기에 이 대표는 당선 연설에서도 "당원이 주인인 민주당"을 언급하며 당원 위주의 정당 운영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당원 직접 민주주의에 있어 쓰라린 과거가 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 과정 때도 전원투표를 활용했던 사례가 있어서다. 이재명 체제 이후 당원의 권한이 더 높아질수록,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친명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지난 비대위에서 중앙위 의결이 무산됐던 권리당원 우선 투표제 당헌 개정을 다시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사진은 박찬대 최고위원. /이새롬 기자

다만 '친명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지난 비대위에서 중앙위 의결이 무산됐던 '권리당원 우선 투표제' 당헌 개정을 다시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전당대회 당시 이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에 당선된 박찬대 의원은 임기 첫날부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라디오에 출연해 '권리당원 우선 투표제'와 관련해 "(재추진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숙의해서 서두르지 않되 그래도 신속하게 거쳐 나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헌 개정에 따른 민심의 역풍, 다가올 '국정감사' 시즌 등을 고려했을 때 '권리당원 우선 투표제' 재추진은 당장 추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박 위원 측 관계자는 "현재는 새 지도부에 맞는 인선 등 시스템을 정비하고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시즌 준비 등을 준비하다 보니 당장 (당헌 개정을) 추진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최고위원으로서 박 위원이 (당원 투표와 관련해) 당 혁신 기조의 방향성에 대해서 얘기한 것이기 때문에 소통 방안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어느 정치인이나 팬덤 없이 어떻게 정치가 되겠나"며 "이 대표가 적극적 지지층들로부터 인기를 유지하며 국민들로부터도 자기를 지지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한 인물에 대한 열광적 지지를 부정적으로 볼 건 없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황 평론가는 "sns가 발달하며 당원들의 직접 민주주의는 시류에도 맞는 움직임이다. 다만 문제는 팬덤들이 자신들을 반대하는 세력들에게 적대적으로 문자 폭탄을 보내는 등의 행위가 문제인 것"이라며 "정치판은 소수의 목소리가 커지면 다수는 침묵에 빠지게 돼 꼬리가 몸통을 흔들게 된다. 이런 '중우정치'(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정치, 선동가와 군중심리에 의해 다수가 현명하지 못한 판단을 내리게 됨)의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는 지난달 31일 중앙당에 당원존 설치와 당직자 업무연락처 공개를 지시해 당원과의 소통 전면 강화를 예고했다. 이 대표가 당원 속으로 나아가 당원과 함께하는 민주당이 되기 위한 것이라며 지시 배경을 밝혔다는 게 중앙당의 설명이다. /이새롬 기자

한편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중앙당에 '당원존 설치'와 '당직자 업무연락처 공개' 등을 지시해 당원과의 소통 전면 강화를 예고했다. 이 대표가 '당원 속으로 나아가 당원과 함께하는 민주당이 되기 위한 것'이라며 지시 배경을 밝혔다는 게 중앙당의 설명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는 오늘 중앙당에 △당사 내 '당원존'(당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 설치 △'전자당원증'('당원존' 출입·당내 행사 우선 신청 등 용도) 도입 △중앙당 및 시·도당 홈페이지에 당직자 이름, 직책, 담당업무, 당사 전화번호 등 공개 등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 체제에서 지도부 결정에 당원들 의사가 적극 반영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당원존이 설치되는 등 당원들의 입김은 더 세질 예정이다. 이에 대한 당내 우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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