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 정상화 불확실…뒤로 밀리는 '외연 확장'


與, 새 비대위 구성키로…민주, '전국정당화' 선언

국민의힘은 3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추석 전 새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추인했다. 사진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마친 뒤 고심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민의힘의 극심한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해 위기 상황을 수습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여전히 당내에서 불만이 나온다. 게다가 비대위 출범으로 직함을 잃은 이준석 전 대표의 법정 투쟁으로 국민의힘의 당 정상화가 불확실하다.

이런 가운데 새 지도부를 띄운 더불어민주당은 '전국정당화'를 노리고 있다. 끊임없이 지속되는 당 내홍 수습에 난항을 겪으면서 국민의힘의 외연 확장 행보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대통령실이 일부 인적 쇄신으로 국정 동력 확보에 나선 상황에서 길을 잃은 국민의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3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추석 전 새 비대위 구성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추인했다. 비대위 구성 요건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할 경우'로 구체화했다. 현 당헌 96조1항은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대위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비대위 전환 절차 과정에서 상임전국위의 유권해석에 맡겼었다.

국민의힘의 당헌 개정은 법원이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게 된 원인인 비상상황을 보다 명확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법적 하자'를 없애겠다는 의미가 더해진다. 앞서 법원은 지난 26일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 및 최고위원회의 등 이 전 대표의 지도체제의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당헌 96조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당헌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이 새 비대위를 출범시키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당내 중진인 조경태·윤상현·안철수·하태경 의원 등은 새 비대위 구성에 부정적이다.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도 비대위 출범 절차 과정인 상임전국위 소집을 반대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비대위 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추가로 낸 가처분 신청 사건에 대해 법원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법원 판결의 본질은 비대위 출범으로 이 대표의 지위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우리 당의 개정 당헌은 '비상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법원의 자의적 해석 여지를 없앴지만, 이 대표의 지위를 지켜주려는 입장인 법원은 추후 새 비대위를 대상으로 한 이 대표 측 소송에서 '민주적 정당성' 등의 논리로 또다시 그쪽(이 전 대표)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이 새 비대위를 출범시키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법원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을 중단하기 위한 추가 가처분을 신청했다. /국회사진취재단

문제는 당이 다시 권 원내대표 체제로 새 비대위 출범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내홍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의 장외 투쟁이 불가피한 데다 당내 계파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말 이 전 대표의 성 비위 의혹이 제기된 이후 국민의힘의 내홍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민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이 당 혼란상에 가려지는 양상이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선출 이후 계파 간 갈등이 다소 수그러진 것과 대조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반발한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맞서 주호영 의원이 쌍방 가처분으로 대응하는 등 국민의힘 내부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치닫고 있다"며 "당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갈등과 혼돈에 빠져 여당이기를 포기한 모습"이라고 힐난했다.

민주당은 전국정당화를 노리고 있다. 정권 탈환을 위해선 외연 확장이 필수라는 판단이 깔렸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수락 연설에서 "구조적 소수인 민주당이 정부·여당의 정치 실패나 우연에 기대지 않고 안정적으로 승리하는 길은 지역주의를 넘어선 전국정당화"라며 믿음직한 대안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대표가 민주당의 불모지를 개척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서진정책'은 멈춘 상태다. 지난달 직무가 정지된 이후 전국을 돌며 당원들을 만나고 있지만, 우군을 확보하려는 성격이 짙다. 당 대표 직위까지 잃으면서 당무나 당 차원의 공식 일정을 소화할 수도 없다. 취임 이후 외연 확장을 위해 보수정당을 외면해온 취약 계층과 취약 지역에 공을 들이며 대선 승리를 견인했던 것도 과거의 일이 된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 우리 당 외연 확장에 도움을 준 것은 인정한다"고 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22~26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39%와 45%로 각각 집계됐다. 민주당은 대전·세종·충청 지지율이 6%포인트, 대구·경북 4.4%포인트 올랐다. 국민의힘은 서울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지지율은 올랐지만, 충청권(5%포인트)과 호남권(3.1%포인트)에서 떨어졌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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