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압박' 비주류서 당대표로…이재명號 당면 과제들


당내 통합·외연확장 과제…강성팬덤·사법리스크 부담

더불어민주당 2년을 이끌 신임 당대표에 이재명 의원이 선출됐다.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 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는 이재명 신임 당대표.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이변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내내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흐름으로 대세론을 지킨 이재명 의원(초선·인천계양을)이 향후 2년 간 169석 제1야당을 이끌 사령탑에 올랐다. '변방의 장수'라 불리며 한때 당원들로부터 탈당 압박까지 받았던 이 대표는 명실공히 민주당 주류로 자리 잡았다. 강력한 팬덤과 급격히 몸집을 늘린 친명계 의원들이 '이재명의 민주당'을 지원사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구주류' 친문(친문재인)계와의 긴장 관계 해소를 통한 당내 통합, 집권의 필수 요건인 외연확장이 이 대표의 당면 과제로 꼽힌다.

◆'탈당' 압박받던 비주류서 당 수장으로

이 대표는 28일 전당대회에서 최종 합산 결과 77.77%이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대표에 선출됐다. 이는 민주당 계열 역대 당 대표 경선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이낙연 전 대표(총 득표율 60.77%)를 뛰어넘은 것이다. 대의원 투표(72.03%)·권리당원(78.22%)·일반국민여론조사(82.26%)·일반 당원 여론조사(86.25%) 등 선거인단으로부터 두루 높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친문계 조직세가 강해 압승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과 달리 대의원 투표(총선거인수 1만6282명)에서도 1만92표를 얻어 70% 넘는 압도적 지지를 얻은 점이 눈길을 끈다.

그동안 이 대표는 중앙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통해 원내에 막 진입한 '0.5선' 정치신인이다. 그는 대통합민주신당 시절인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의 팬클럽(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공동대표와 캠프 비서실 수석부실장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당시 당 대변인이던 우상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가 비상근 부대변인으로 발탁돼 활동한 것 외에 별다른 중앙정치 경험이 없다.

"민주당의 아웃사이더"를 자처했던 이 대표는 당 바깥에서 성장해 당의 대선 후보, 당 수장까지 올랐다.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돼 개혁 성향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렸고, 2016년 박근혜 정권 탄핵 정국에서 전국구 스타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기세를 몰아 19대 대통령 선거 당내 경선에 출마해 3위를 기록하고 2018년 체급을 높여 도전했던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면서 정치 활동 반경을 넓혔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여전히 '변방 장수'에 머물렀다. 경기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 친문계 의원들과 당원으로부터 거센 출당과 제명 압박 요구를 받기도 했다. 이 대표가 "백의종군하겠다"며 당원권 정지를 요청하고 나서야 논란이 수그러들었다.

2020년 7월 대법원 무죄 판결로 기사회생한 이 대표는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고, 당 대선 후보로 선출돼 득표율 '0.73%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 속에 3개월 만에 조기 복귀해 진두지휘한 지방선거가 참패로 귀결되면서 입지는 다소 흔들리게 됐다. 그러나 다시 한번 '당대표 출마' 승부수를 던지면서 셀프공천 논란·사당화 비판을 정면 돌파했다. '이재명 체제' 출범으로 대선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책임론을 두고 구주류와의 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력한 '친명 지도부' 출범 ...당내 통합 최우선 과제

'친명 지도부'를 꾸린 이 대표의 최우선 당면 과제로는 '당내 통합'이 꼽힌다. 당연직인 박홍근 원내대표와 대표가 선임할 수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을 포함하면 당 지도부 9명 중 사실상 8명이 '친명' 인사들로 구성돼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우상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차기 지도부를 향해 "작은 이견이 큰 갈등으로 빚어지는 건 결국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게 많다. 다음에 당 지도부 되는 분들이 지도부 내 의견 소통, 지도부에 포함돼 있지 않은 그룹들과의 소통방식들을 잘 활용해서 당내 단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 초선 의원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차기 지도부가 어떻게 하면 당내에 다양한 목소리를 공존하면서 방향을 잡아갈지, 국민 신뢰를 얻는 게 제일 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전체의 숙제다. 그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고민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당 쇄신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명계를 중심으로 '선거 패배 책임론'도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 주류였던 '친문·586' 홍영표·전해철·이인영 의원 등은 이 대표를 직격하며 당대표 선거에 불출마한 바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도 "이재명의 민주당은 답이 될 수 없다"며 공개 비판해왔다. 부정부패 혐의 관련 검찰에 기소될 경우 직무정지하되 당무위원회를 거쳐 구제할 수 있도록 한 당헌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도 친명과 비명계가 충돌하면서 긴장감을 형성하기도 했다. '정치세대 교체'를 명분으로 비명계에 대한 '공천 학살'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이번에 선출된 당 지도부는 2년 뒤에 있을 22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한다.

'사당화' 우려에 대해 이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계파정치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일축해왔다. 그는 28일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당원과 지지자의 열망을 하나로 모아내지 않고 집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양성이 본질인 민주정당에서 다르다는 것은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역할 분담을 통한 시너지의 원천"이라며 "실력에 따라 인재를 쓰고 역할을 부여하겠다. 역량 있고,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는 누구나, 민주당의 확고한 공천시스템에 따라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도 이 대표가 당내 기득권이 아니었던 만큼 오히려 계파정치를 타파할 적임자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초반 '당내 통합'을 위한 행보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임기 첫날인 29일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당대표가 선임할 수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 비서실장,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 인선도 '통합'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선출 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통합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선을 중지를 모아서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지방 출신을 최고위원 지명직 임명에 고려하겠다고 공언해온만큼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서 낙선한 송갑석 의원이 지도부에 입성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 최고위원에는 5명 중 4명이 친명계 의원으로 분류된다. 28일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 장경태, 박찬대, 고민정, 이 대표, 정청래, 서영교 최고위원(왼쪽부터). /국회사진취재단

◆국민 신뢰 회복 절실...집권 위한 외연확장 필수

신임 지도부의 중장기 과제로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최우선으로 거론된다. 정당 지지율을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정부 국정운영 난맥상과 여당 내홍의 반사효과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지선 패배 이후 차기 지도부 선출을 이유로 잠시 멈추었던 당 혁신 논의를 재개해 노선을 새로 설정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대안 정당으로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높다. 한 중진 의원은 "이번 기회에 그동안 상당 부분 무너졌던 국민 신뢰를 새 지도부가 반드시 회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 대표로서도 국민 신뢰 회복은 절실한 목표다. '이재명 체제'는 22대 총선으로 국민의 최종 평가를 받게 된다. 총선 승패에 정치 인생의 명운이 걸린 셈이다. 이 대표도 수락 연설에서 "재집권을 위한 토대구축이라는, 이 막중한 임무에 실패하면 저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난다는, 사즉생의 정신으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정부·여당 견제 역할에 당력을 집중해 당 신뢰 회복에 나설 보인다.

당 쇄신 요구 중 하나는 외연확장이다. '우상호 비대위'에서 활동한 새로고침위원회는 "민주당이 핵심 지지층을 확장하지 않으면, 다가오는 선거들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또한 당의 노선, 정책, 태도, 조직과 운영에서도 대대적인 혁신을 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새 지도부에 전달했다. 평등평화 이념 가치를 추구하는 민주당 전통 지지층과 개혁 성향 지지자들 외에 기후위기 대응, 신성장 동력 등에 관심이 높은 중도 성향 지지자들을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

'이재명표' 당 혁신 전략은 '전국정당화'다. 이 대표는 "구조적 소수인 민주당이, 정부여당의 실패나 우연에 기대지 않고 안정적으로 승리하는 길은, 지역주의를 넘어선 전국정당화"라며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준비, 실천을 통해,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를 확실하게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대선 때부터 공들이고 있는 서진(西進) 정책에 맞대응하는 외연확장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 일각에선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과대대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6월 민주당 중앙당사 들머리에 이재명 의원 등원을 축하하기 위해 지지자들이 보내온 화환들. /국회사진취재단

◆강성 팬덤은 '양날의 검'...좁혀오는 사법리스크 부담

당내에선 이 대표 체제 출범 이후 '팬덤정치'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선 패배 후 당내에선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심화하고 있다면서 '강성 팬덤과의 결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 대표는 오히려 '당원들의 권리 확대'를 주장해왔다. 당원 플랫폼을 통해 특검이나 탄핵 추진 등 당의 주요 현안 결정 과정에서 당원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한 약속이 대표적이다. '우상호 비대위'에서 도입한 청원시스템이 취지와 달리 특정 지지층 목소리만 대변되는 창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당내에서도 진보 성향이 짙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개혁 성향의 지지자들이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 '개딸' 등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은 강경파 의원들을 통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완전 박탈)입법, 임대차3법, 국회 상임위 독식 등 협치보다 눈에 띄는 개혁 성과를 압박해왔다. 현재는 김건희 여사 특검과 한동훈·이상민 장관 탄핵, 검수완박 입법 재개정, 꼼수탈당 논란이 있는 민형배 의원 복당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강성 지지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중도층을 끌어와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고 평가한다. 지지자들이 '좌클릭'을 밀어붙이면서 이 대표의 입지를 좁게 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권리당원 117만9933명 가운데 43만7633명(투표율 37.09%)이 투표했다. 이를 두고 특정 당원들의 표심이 치우쳐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120만명에 이르는 권리당원들 중 40여만명이 투표했다는 건 아마 기록적인 수치"라며 "민주당은 소수의 당원들에 의해 휘둘리는 정당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검·경이 수사망을 좁혀오면서 '이재명 사법리스크'도 부담이다. 친명계는 '정치검찰에 의한 보복수사'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당 전체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대표를 향한 수사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23일 부인 김혜경 씨 경찰 출석에 이어 검찰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지난 26일 쌍방울 그룹 본사와 계열사를 압수 수색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민생을 위한 협치 대신 정쟁 국면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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