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물러나는 우상호 "새 지도부, 비주류와의 소통 최우선 해야"


"긴장관계 재형성 우려…공천 학살 시스템 아냐"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지도부에게 비주류와의 소통을 당부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활동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는 우 위원장.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오는 8·28 전당대회를 끝으로 물러나는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차기 지도부를 향해 "주류가 되면 비주류와의 소통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일각의 계파 갈등 우려와 관련해 "어느 당이든 어느 시기 정당이든 당권을 잡은 주류 그룹, 비주류 그룹은 늘 존재했다. 문제는 세력 간 관계 맺음이 적대적인 수준까지 가선 안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작은 이견이 큰 갈등으로 빚어지는 건 결국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게 많다. 다음에 당 지도부 되는 분들이 지도부 내 의견 소통, 지도부에 포함돼 있지 않은 그룹들과의 소통방식들을 잘 활용해서 당내 단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 위원장은 최근 당헌 개정안을 둘러싸고 고조된 친명(친이재명)과 비명계 충돌에 대해선 "긴장관계가 다시 형성되고 있는 걸 보면서 좀 우려스럽긴 하다"면서 "새로운 지도부가 다양하게 구성되고, 지도부 안에서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고,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 공개·비공개 대화들이 잘 진행되길 기원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유력 당권주자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될 경우 '공천학살'을 자행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계파 간 대립 구도가 반영된 공천학살은 불가능한 정당"이라고 선을 그었다.

우 위원장은 "친박·친이로 계파 갈등이 심했던 정당은 주류가 바뀌면 비주류를 공천에서 학살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공천시스템은 특정 진영을 집중적으로 공천학살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지도부도 들어서지 않았는데 '공천학살' 용어까지 등장하며 우려를 표시하는 건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우 위원장은 또 당내 계파와 관련해 "지금 계파라 분류되는 특정 영역에 존재하는 분들 숫자 자세히 들여다보면 169명 국회의원 중 60여 명 정도"라며 "100명 정도가 중립지대에 있는데 너무 계파대립으로만 민주당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우상호 비대위 체제'에서 당 노선과 미래 비전 제시를 논의해온 새로고침위원회는 오는 28일 활동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우 위원장은 유권자 지형이 다양한 이념·가치가 혼재되는 양상으로 바뀌어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후임 지도부가 윤석열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반사이익을 보는 방식으로만은 지지율은 좀 올릴 수 있는데 민주당을 새로운 모습으로 만드는 데까지는 가지 못하기 때문에 2년 후 총선에서도 굉장히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분석들과 새로운 전략 모델 발굴이 굉장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해선 진정한 협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 위원장은 "제1야당 당대표가 들어서는데 대통령은커녕 윤핵관들 전화 한 번 받은 적이 없다. 이준석 전 대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어떤 분의 전화도 받은 적이 없다. 협력 전화는커녕 축하 전화도 받은 적 없다. 이진복 (정무)수석도 안 찾아오느냐고 공개 발언을 두 번 하니까 찾아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래서 어떻게 협치나 협력을 받을 수 있겠나. 이런 것들도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협치 모델을 만들 건지 신중하게 고민하고 야당과의 관계 맺음 전략을 가져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협치 자세를 더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활동 마지막 기자간담에서 발언하는 우 위원장. /국회사진취재단

우 위원장은 지난 6월 10일 비대위 출범 이후 70여일 간의 활동에 대한 소회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당내 혼란 조기 수습과 원활한 전당대회 준비를 성과로 꼽았다.

그는 "처음 비대위원장 됐을 때 당 상황을 회상해보면 정말 암담했다. 많은 의원들이 선거에 지고 나서 많이 힘들어하고 서로 자신과 생각을 달리 하는 분들에 대해서 증오에 가까운 언사들을 공개적으로 할 때도 힘들었다. 다행히 많은 의원들을 만나고 워크숍을 통해서 내분을 조기에 수습할 수 있었던 게 보람찼다"고 했다.

우 위원장은 최근 당헌·당규 개정안 논쟁으로 자신에게 비판의 화살이 돌아온 데 대해선 아쉬움도 토로했다.앞서 비대위는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에서 부결되자 쟁점이 되는 '권리당원 투표 우선' 조항을 제외하고 이날 중앙위에서 재의결을 시도하기로 했다. 비명계 일각에선 절차상 문제 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 위원장은 "제 문제의식은 당원 권리를 점점 강화하는 방향으로 당헌을 개정하는 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난번 부결 핵심 사안은 전당원투표 조항이라고 판단해서 이 문제는 삭제하자고 비대위에서 수정안을 만든 것"이라며 "일종의 정치적 절충과 해법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해야지, 특정인의 사당을 만들기 위해 비대위가 앞장서는 것처럼 규정한 것에 대해선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약간 좀 억울한 게 비대위가 특정인의 사당화를 돕기 위해 무리한 것처럼 규정한 데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제가 그렇게 할 이유도 없다. 견해를 달리하는 분들 사이에 논쟁하는 건 좋은데 엉뚱한 비대위를 갖고 공격하는 건 솔직히 좀 서운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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