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숙현·김정수 기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저격수'로 알려진 안민석(5선, 경기 오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 씨 은닉재산 수조원' 의혹 제기 관련 허위사실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 안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로 피해를 봤다는 최 씨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도 앞두고 있어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6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걸친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오산경찰서는 지난 주 안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 일부와 관련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최 씨의 변호인은 25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안 의원이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게 맞다. 안 의원이 언급한 일부 발언은 경찰이 독일 검찰 회신을 받아야 하는 사안인데 회신이 오지 않아 수사 중지 상태"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최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라는 의혹이 제기되던 2016년 말 무렵부터 최 씨 은닉 재산 의혹을 제기해왔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에도 "제가 이미 책으로 다 정리해 검찰에 (정보를) 줬다. 저한테 못찾는 것 따지지 말고 윤석열 후보가 (최 씨 은닉 재산을) 검찰총장 시절 왜 단 한 푼도 회수하지 않았는지 공개적으로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안 의원은 2017년 7월, 최 씨 일가 재산을 추적한다며 유럽 5개국을 8박 9일 간 다녀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 씨는 지난 2019년 9월 안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바 있다.
최 씨는 고소장을 통해 안 의원이 발언한 "독일 검찰이 독일 내 최 씨 재산을 추적 중인데 돈세탁 규모가 수조원대"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재산이 최태민 일가로 흘러 들어가 최 씨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스위스 비밀계좌에 포스코 돈이 들어왔고, 그 돈이 최 씨하고 연관된 그런 90% 정황을 지금 발견했다" 등은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청주지검을 거쳐 수원지검으로 넘어갔다. 이후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이 명예훼손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되면서 오산경찰서로 이첩됐다.
안 의원 측은 경찰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은 정권의 보복수사라는 입장이다. 안 의원실 관계자는 "100% 똑같은 발언을 갖고 최 씨가 민사재판을 걸었으나 안 의원은 위법이 없다고 해 최 씨가 패소했다"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경찰이 국정농단 주범 최순실 편을 드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주장했다.
이번 경찰의 기소 의견 검찰 송치는 안 의원과 최 씨의 민사소송과 관련이 있어 주목된다. 안 의원은 최 씨로부터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이 제기된 상태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최 씨가 안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무변론 판결로 "안 의원이 최 씨에게 1억 원을 지급하고 손해배상액을 모두 갚을 때까지 연 12%의 이자도 지급하라"며 최 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혔다. 재판부는 지난 5월 "피고(안 의원)의 발언 당시 원고(최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를 이용해 이른바 국정농단을 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었다"며 "피고의 발언 또한 이런 논란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그 발언 내용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안 의원은 "저의 국정농단 폭로와 최순실 은닉재산 의혹(제기)에는 거짓이 없다는 것을 재판부가 확인한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정농단을 밝히고 촛불광장에 앞장선 이후 최 씨 등에게 15건의 고소고발과 가짜뉴스에 시달리고 있지만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 씨의 민사소송 변호사인 이경재 변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2019년 9월 형사 고소를 한 이후 그 결과를 토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2년이 넘도록 결과가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지난해 5월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경찰이 지금과 같은 수사 결과만이라도 내줬다면 민사 2심 패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씨가 항고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6월 상고하면서 안 의원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번 기소 의견 송치가 향후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