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연일 '작심발언'을 쏟아내며 당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 윤리위원회가 이 전 대표 겨냥해 경고에 나서는가 하면, 당내 격앙된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 전 대표는 비판과 폭로를 넘나들고 있다. '여론전'에 돌입한 이 전 대표의 공격모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3일 이 전 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위해 법원에 제출한 자필 탄원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다. 지난 19일 제출한 것으로 그가 직접 작성한 A4용지 4장 분량의 탄원서에는 윤 대통령을 '신군부'에 빗대는 등 강도 높은 비판이 녹아있다.
해당 문서에서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을 '절대자'로 비유하며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이번에 시도했던 비상 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폭로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올해 6월 지방선거 이후, 12월까지 당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면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와 경찰 수사 절차를 정리해주겠다는 제안도 받았다고 했다. '윤핵관'의 작전으로 자신이 대표직에서 쫓겨났음을 시사함과 동시에 경찰 수사와 윤리위에 외부 압력이 있었음을 폭로한 것이다.
이 전 대표의 브레이크 없는 강경 발언이 알려지자 일각에선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표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이 전 대표는 자신이 제출한 탄원서가 유출돼 당내 비판이 나오는 것을 두고 '셀프 유출'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건 채무자인 국민의힘과 '윤핵관' 측이 이를 열람해 '자작극'을 펼쳤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탄원서 외에도 각종 방송에 출연해 윤 대통령을 향한 거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22일 저녁 MBN '판도라'에 출연해선 자신을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 검투사 막시무스에, 윤 대통령을 황제 코모두스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당대표) 복귀 길을 열어주겠다고 하면 어떻겠나'는 진행자의 질문에 "결국 검투사가 대중의 인기를 받게 되고, 그 인기를 잠재우기 위해 황제 본인이 직접 검투사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서 "황제가 자신감이 없으니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옆구리를 칼로 푹 찌르고 시작한다"고 말했다.
막시무스는 황제인 친아버지를 살해하고 황제 자리에 올랐지만, '코모두스'의 모함으로 가족을 잃고 검투사가 된 뒤 복수에 성공한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공격으로 자신이 타격을 입어 전당대회 출마가 어려워진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선을 넘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불과 며칠 전, 윤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을 '양두구육'이라고 비판해 당 윤리위로부터 간접 경고를 당하기도 했다. 윤리위는 지난 19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원 누구든 본인의 정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데 있어 당의 위신 훼손 등 당원으로서 품위유지를 위반하면 엄정하게 관련 사안을 심의할 것"이라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그를 겨냥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전 대표의 계속되는 질주에 홍준표 대구시장은 '구질구질'하다며 자중을 촉구했다. 홍 시장은 "막시무스는 구질구질하지 않았다. 더 이상 나가면 코미디가 된다"며 "자신이 살려고 동료집단을 매도하는 비열한 짓을 막시무스는 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며 비상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이니 '멈추라'는 뜻으로 읽힌다. 주호영 비대위원장도 "이 전 대표가 독재자가 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당내 우려에도 당분간 이 전 대표의 '여론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 전 대표가 법원에 제출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결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결과는 다음 주 이후에 결정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에 "이 전 대표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상황 아니겠느냐"라며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여론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이 끝없이 화제 되며 여권 내 이슈 주도권이 뺏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대위원 인선이 끝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지만 화제가 되고 있지 않다"며 "당이 물가와 민생에 맞춰 정책을 내놓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