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尹 대통령에게 묻고 들었어야 할 내용들


'내부 총질', '인사 실패 후 조치', '협치' 등 빠진 질문 수두룩

17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대통령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윤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17일 첫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운영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기자회견 전날(16일)까지 윤 대통령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이 36차례 진행되기는 했지만, 민감한 현안이나 답변이 곤란한 질문은 답하지 않아서 이번 기자회견을 벼르는 기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자회견은 아쉬움을 가득 남긴 채 마무리됐습니다. 대통령실이 사전에 예고한 시간인 40분을 14분가량 넘긴 54분간 기자회견이 진행된 가운데 지난 100일의 성과를 홍보하는 데 주력한 모두 발언이 20분을 차지했습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12명의 내·외신 기자만 질문을 할 수 있었고, 민감한 현안에 관한 질문은 두루뭉술하게 답했습니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현안 중 나오지 않은 질문도 있었습니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을 전후해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로 나타났습니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이뤄진 조사에선 긍정 평가가 '28%', 부정 평가는 '67%'였습니다(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한국갤럽 조사에도 긍정 평가가 '28%', 부정 평가는 '64%'였습니다. 민주화 이후 한국갤럽이 조사한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 무렵 국정수행 평가에서 '28%'의 지지율은 이명박 전 대통령(21%)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기록입니다(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인용한 여론조사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에 따라 "대통령께 표를 준 사람들의 절반 가까이가 석 달 만에 떠나간 이유를 스스로는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원인 세 가지만 꼽아달라"는 질문이 첫 질문으로 나왔습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세 가지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서 국민의 관점에서 세밀하게, 꼼꼼하게 한번 따져보겠다. 이번 휴가(1~5일)를 계기로 해서 지금부터 다시 다 되짚어 보면서 어떤 조직과 정책과 이런 과제들이 작동되고 구현되는 과정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소통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면밀하게 짚어나갈 생각"이라고 답했습니다. 사과는 없었고, 떠나간 민심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돌리겠다는 방안 제시도 없었습니다.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에서 12명의 내·외신 기자가 질문을 한 가운데 질문자 선정은 손을 든 기자 중에서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지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실 제공

이어 여론조사에서 부정 평가한 이들이 가장 큰 이유로 '인사 문제'를 꼽고 있다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조금 전 답변으로 어느 정도 제 입장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부터 다시 다 되돌아보면서 철저하게 다시 챙기고 검증하겠다"면서도 "인사 쇄신은 어떤 정치적인 국면 전환이라든가, 이런 지지율 반등이라고 하는 그런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해서는 저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인사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국민이 많아서 낮은 지지율이 나오고 있고, 이런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것이 뻔한데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3주 전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해법을 마련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지율, 인사와 관련해 추가로 묻고 싶은 게 있어 계속 손을 들었지만, 질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기회가 주어졌다면 "새 정부 임기 초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주요 원인으로 '인사 문제'가 지목되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소위 윤핵관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아는 사람'을 대상으로 인재풀을 좁혀서 인선을 하다 보니 인사 논란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순애 전 장관, 김승희·김인철·정호영 전 장관 후보자 등 결과적으로 실패한 인사를 누가 추천했는지, 또 이들이 낙마한 후 인사 추천 및 검증에 관여한 이들에게 어떤 말씀이나 조치를 하셨는가"를 묻고 싶었습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으로 자동으로 대표직에서 해임된 이준석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지적하는 것에 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의 안전에 매진을 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께서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하셨는지 제가 제대로 챙길 기회도 없고, 또 저는 작년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지금까지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 어떠한 논평이나 제 입장을 표시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을 좀 생각해 주시기를 바라겠다"고 넘어갔습니다.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TV 생중계로 시청하고 있다. /윤웅 기자

미진한 답변에 "지금까지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서 어떠한 논평이나 입장을 표시해 본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이준석)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는 본인이 직접 권성동 원내대표에 보낸 것이고, 최근 주요 선거에서 3연승을 한 집권여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는데 왜 그런 메시지 보냈는지 추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고 추가로 묻고 싶었지만, 질문할 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관저 공사 업체, 건진법사 이권 개입 등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거대야당과의 협치'에 대한 질문은 당연히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통령의 서초동 자택에 청와대 벙커 수준의 통신수단을 갖췄다'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발언에 대한 대통령의 사실 확인과 추가 설명", "공적부문 긴축과 관련해 기재부가 매각을 추진 중인 국유재산 대상 중 서울 강남구 소재 이른바 '알짜 건물'까지 포함시켜 민간에 매각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의 질문을 사전에 준비했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의 주제는 '취임 100일, 대통령에게 듣는다'였습니다. 돌이켜보니 주제대로 지난 100일의 국정에 대해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을 듣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 말미에 "100일을 맞아 열린 이번 기자간담회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자주 여러분 앞에 서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질문받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도 재차 했습니다. 그 말이 실질적으로 지켜지기를, 민감한 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피하는 도어스테핑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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