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 20%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소 짧은 준비 기간 속에 치러진 기자회견은 대체로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질의응답은 34분에 그쳤고, 대변인이 콕 집은 12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던진 질문에 '민감한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최대 현안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 김건희 여사의 대통령 관저 공사 업체 선정 관여 의혹 등에 대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대통령실이 기자회견을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삼으려는 동안, 여당인 국민의힘도 주호영 위원장이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 내홍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며 총력 여론전을 펼치고 있어 앞날이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비대위에는 '당 비상사태 책임론' 대상인 권성동 원내대표도 합류해 '쇄신 의지'에 의문을 안겼다.

-대통령과 여당에 총공세를 펼치던 이 전 대표는 '호형호제'하며 각별한 사이였던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았다. 장 이사장은 이 전 대표가 당 내홍을 키우고 있다며 "이제 그만하라"고 공개 비판했다. 이 전 대표의 대답은 "네가 더 잘 살 수 있다면 나는 널 응원할게". 정치권에선 '보수 정당의 미래'라 불렸던 청년 정치인들의 현주소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헌 80조 개정'과 관련해 부정부패 범죄 혐의 연루 당직자의 직무 정지 요건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당무위에 직무 정지 판단을 맡겨 우회로를 마련했다는 '꼼수' 비판에 직면했다. 20~21일 호남 지역 권리당원 경선에서 이재명 의원의 독주가 이어질 경우 판세가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尹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뒷얘기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은 17일 첫 기자회견을 열었어. 당초 기자회견을 안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다소 급박하게 기자회견을 준비해서 통상적인 경우보다 짧은 시간 진행됐네?

-맞아.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출입기자들에게 공지된 건 12일 오후야. 기자회견의 핵심은 대통령과 기자들의 질의응답인데, 당사자인 기자들에게 5일 전에야 공지가 됐어. 지난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출입했을 당시는 대통령 기자회견의 경우 기자들에게 엠바고를 전제로 3~4주 전에는 미리 공지를 해서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줬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매우 준비 기간이 짧았어. 준비는 기자들만 하는 게 아니야. 대통령과 참모들도 국정 전반을 되돌아보고, 논란이 있었던 사안 등 예상질문을 뽑아서 답변을 준비하는 데 그런 시간이 예년에 비해 부족했던 거지.

-기자회견이 맹탕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인가?

-그런 측면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총 54분간 기자회견이 진행됐고, 지난 100일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윤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 20분이었어. 결국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34분간 진행됐어. 사회를 맡은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지목한 12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질문했는데 "사전에 어떤 주제를 정하거나 질문자를 먼저 정하거나 그러지 않았다"는 설명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일부 '짜고 친' 각본 있는 기자회견 아니냐는 말이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나왔어. 강 대변인 위치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뒷자리에 앉아 있는 기자의 이름까지 호명하면서 질문자를 선정한 것 등 의심스러운 정황도 여러 건이 있었고.

-질문도 대다수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한 디테일한 질문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 답변하기에 좋은 '순한 질문'이 대부분이었어.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에서 답변을 안 한 '이준석 전 대표를 내부 총질하는 당 대표로 지칭한 이유', '6월 이 전 대표와 독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는데 대통령실과 이 전 대표 중 누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인지', '조용한 내조를 약속한 김건희 여사의 조용하지 않은 행보와 가까운 무속인의 이권 개입 논란', '야당과의 협치' 등 윤 대통령이 20분간의 모두 발언에서 하지 않았고, 기자들이 하지 못한 민감한 질문도 많았어.

-질문자를 매체 특성별로 분류해 보면 방송사 3명(SBS, 채널A, 한국경제TV), 통신사 2명(연합뉴스, 뉴시스), 일간지 1명(국민일보), 경제지 2명(머니투데이, 이투데이), 지방지 1명(부산일보), 외신 3명(미국 CNN, ABC/일본 요미우리)이었어. 당장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외신에 3명이나 질문권을 주면서 일간지와 지방지에는 1명밖에 질문권을 주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어. 출입기자단별로 봐도 영자지와 인터넷매체들이 모인 뉴미디어기자단 풀사는 단 한 명도 질문을 하지 못했지. 특히 지방지 기자들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윤석열 정부 6대 국정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한 이후 실질적인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언급을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하지 않은 것과 관련 질문도 못 한 것 등을 두고 비판을 쏟아냈어. 그러자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이날 오후 지방 매체들이 머무는 기자실을 찾아 사과를 하기도 했다고 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이 노트북을 갖고 기자회견장에 들어가지 않은 것을 두고도 '취재 활동을 제약하는 언론통제 아니냐'는 지적이 온라인상에서 나왔는데?

-기자들이 노트북을 갖고 들어가지 않은 건 전날 오후 대통령실 측에서 "기자회견장에는 정숙한 환경 유지와 기존 관례에 따라서 노트북 반입 및 키보드 사용이 불가하다"고 공지했기 때문이야. 과거 전례를 봐도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노트북 반입이 금지됐었어. 생중계가 되고 있었기 때문에 취재 활동 제약이라 판단한 기자들은 거의 없었을 것 같아.

-결과적으로 대통령실 입장에서만 보면 첫 기자회견을 성공적으로 잘 마쳤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네.

-맞아. 기자회견 종료 후 윤 대통령은 현장에 있던 기자들 모두와 악수를 나눴어. 기자와 악수를 할 때 대통령의 눈과 표정을 유심히 살폈는데, 기분이 좋아 보이더라고. 그래서일까. 이날 오후엔 윤 대통령이 출입기자들에게 '피자' 40판을 사기도 했어. 직접 온 것은 아니고, 대통령실 관계자를 통해 전달했지. 일부 관계자들은 '이 정도면 잘한 게 아니냐'는 평가를 조심스레 하기도 했어.

◆책임론→재신임…한숨 돌린 권성동

-주호영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18일 첫 회의를 열고 차기 지도부 선출 전까지 당 내홍 수습과 혁신 등 과제 완수에 돌입했어. 벌써 정치권에서는 주호영 비대위가 순항할지 여부에 대해 의문부호를 붙이는 경우가 많더라고.

-현재 상황을 보면 비대위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여. 비대위 출범으로 직함을 잃은 이준석 전 대표가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연일 윤석열 대통령과 당을 향해 맹폭을 가하는 여론전에도 적극적이기 때문이야. 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만약 법원이 이 전 대표의 가처분을 인용한다면 당에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해. 다만, 주 위원장이 지난 17일 비대위 체제 전환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가처분 인용이 안 될 것이라고 자신했어.

-비대위원 인선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던데.

-맞아. 비대위는 주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당연직 3명과 지명직 6명을 합쳐 모두 9명으로 꾸려졌어. 지명직은 초선의 엄태영·전주혜 의원, 서울 강북갑 당협위원장인 정양석 전 의원,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주기환 전 광주시장 후보, 30대 최재민 강원도의원과 이소희 세종시의원이 임명됐어. 그런데 '대통령실 사적 채용 의혹'에 휩싸였던 주 후보와 당의 '비상사태' 책임론이 제기된 권 원내대표가 포함되면서 '윤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어.

-국민의힘 의원들은 권 원내대표를 재신임했어. 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 원내대표에 대한 재신임 안건을 의결했어. 당의 분란을 막는 것이 급선무라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여. 표결 수는 공개되지 않았어. 주 위원장은 "압도적 다수가 재신임에 찬성했다"고만 밝혔어. 당일 의총 참석자가 62명이었는데, 소속 의원이 115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어.

-정치권에선 9급 공무원 비하 발언과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 노출로 당을 어려움에 빠뜨린 권 원내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과 일종의 부채 의식에 따른 내홍 수습에 경주할 적임자라는 상반된 시각이 있어.

-이 전 대표는 권 원내대표의 재신임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내부총질 문자와 체리따봉 받은 걸 노출시켜서 지지율 떨어지고 당의 비상상황을 선언한 당대표 직무대행이 의총에서 재신임을 받는 아이러니"라며 "대통령과 원내대표가 만든 비상상황에 대해서 당 대표를 내치고 사태종결?"이라고 작심 비판했어. 권 원내대표가 앞으로 당 혼란상을 수습하기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잘 지켜보자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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