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개혁 보수'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직함을 잃은 이준석 전 대표가 연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맹폭을 가하는 가운데 유 전 의원도 쓴소리에 동참하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이 서서히 달아오르는 상황과 맞물려 유 전 의원의 정계 복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는 형식으로 굵직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내고 있다. 지난 17일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4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한 이후 외교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공통점은 윤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는 점이다.
그는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감상평으로 보이는 글에서 "이 정권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며 "대통령의 생각, 말, 태도가 문제다. 대통령 본인이 바뀌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특히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는 '인사 참사'를 꼬집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 뜻을 살펴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질 각오를 정말 했다면 바꾸지 못할 게 없다"며 "주변의 무능하고 아부만 하는 인사들부터 과감하게 바꾸라"고 제언했다.
지난 5일에도 "미·중 사이에서 '양다리 전략'이 과연 통할까? 이슈에 따라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기회주의는 통하지 않는다"며 "미국도, 중국도 바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휴가를 이유로 낸시 펠로시 의장과 직접 만나지 않은 것을 비판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4월 경기지사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여기가 멈출 곳"이라며 정계 은퇴를 시사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출판기념회에 모습을 드러내며 잠행을 깼고, 지난달 대구와 부산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2030 세대와 소통했다.
특히 그는 대구에서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내린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와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를 비판한 바 있다. 최근에도 윤 대통령을 저격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유승민·이준석 연대론이 나온다.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가 이 연대한다면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YTN 라디오 '이재윤의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연대했을 땐 국민의힘 의원들도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지난 10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최근 여론조사를 보니 유승민·이준석이 상당히 높게 나온다. 둘이 합치면 압도적"이라며 "그런 연대도 한 번 모색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른바 '윤핵관'들이 사실상 국민에게 버림받았다고도 했다.
18일 여론조사업체 넥스트리서치가 SBS 의뢰로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최종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에서 유 전 의원은 19.0%로 1위를 차지했다. 이 전 대표는 13.9%, 안철수 의원은 13.7%, 나경원 전 의원은 12.3%였다.
당심은 민심과 달랐다. 국민의힘 지지층(31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나 전 의원 28.2%로 선두였고, 이어 안 의원 20.9%, 이 전 대표 16.2%, 유 전 의원 8.8%, 김기현 의원 6.7%, 권성동 원내대표 2.5% 순으로 집계됐다(여론조사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이 정계에 복귀해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은 사실상 정계를 떠났다고 봐도 무방하고, 국민의힘 당헌상 당 대표 선출 시 당원 투표를 반영하는 비중이 높아 불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전당대회에 등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