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 개방·욕하는 플랫폼까지…이재명표 소통은 '양날의 검'?


민주당 일각선 "민심 기반으로 당심 챙겨야" 지적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일 당-당원 간 온·오프라인 소통시스템 구축을 강조한다. 대표적인 예는 여의도 민주당사 1층을 당원들이 쓸 수 있게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 의원의 당심 끌어안기가 자칫 민심과의 괴리를 유발할 수 있는 독이 든 성배라고 경고했다. /이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기 당 대표가 될 것이란 예측이 굳어지는 가운데 그가 강조해온 '당-당원 간의 온·오프라인 소통시스템' 구축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1층을 당원들이 쓸 수 있게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 의원의 당심 끌어안기가 자칫 일반 민심과의 괴리를 유발하는 '독이 든 성배'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 대선부터 '이재명의 민주당'을 외쳤던 이 의원은 당 대표 출마선언에서 자신의 지지층 및 당원과의 소통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출마선언에서 "민주당이 '누구나 당원 하고 싶은 정당'으로 혁신하고, 국민 속에서 '여남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활동하는 소통정당으로 만드는 것이 해법"이라며 당 대표를 포함한 당과 당원 간 온·오프라인 소통시스템을 도입을 공약했다. 또한 △지역위원회별 당원총회 정례화 △당원투표 상설화 △온라인 당원청원제·직능커뮤니티 등 당원 소통창구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지도부 결정에 당원들 의사가 적극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의원이 꾸준한 '당원 사랑' 행보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이른바 '개딸'을 포함한 강성 지지자들은 대선 때부터 늘 이 의원과 함께했다. 이 의원은 성남시장 시절부터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와 자신의 팬카페('재명이네 마을' 등)를 통해 지지자들과의 소통을 일상화하기로 유명했다.

지난 1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을 본떠 운영을 시작한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 상위 랭크된 청원 대부분이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이 요청한 것이다. 당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동의를 받은 것은 검찰에 기소된 경우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민주당 당헌 80조 개정 요청이다.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 갈무리

또 지난 1일부터 '청와대 국민청원'을 본떠 운영을 시작한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 상위 랭크된 청원들도 대부분 이 의원의 지지자들이 요청한 건들이다. 당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동의를 받은 것은 '검찰에 기소된 경우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민주당 당헌 80조 개정 요청이다. 이어 '대선 해당 행위자(일부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비이재명계 의원들) 처벌' 요청, 신규 당원의 전당대회 투표권 부여, 최강욱 의원 등의 윤리위원회 결정 규탄 등이다. 순위에는 들어있지 않지만, 일부 당원들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중앙 당사를 개방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국민청원시스템 청원을 의식한 듯 최근 한 간담회에서 "(일부 당원들이) 여의도 당사에 못 들어가게 해서 경찰서에 잡혀들어가는 얘기를 듣고 암담했다"며 "당사 1층을 당원들의 휴게실로, 민원인들의 민원 장소로 개방하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다"며 중앙당사 개방을 시사했다.

통상적으로 당직자들이 일하는 공간인 당사 일부를 개방하겠다는 구상은 당 대표 후보군으로서 이례적인 사안이다. 다만 <더팩트> 취재 결과, 당사 개방 계획은 이 의원 캠프 측에서 구체화된 것은 아니며 '당원과의 소통 강화' 취지에서 나온 아이디어 차원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 측은 "당사 개방 문제는 아직은 더 봐야 할 일인 것 같다. (당원과의 온·오프라인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보시면 된다"며 "한다고 해도 당 대표가 되신 다음 한다는 이야기라 실행 계획까지는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욕하는 플랫폼 제안이 의원들을 향한 폭력적 팬덤들의 사이버 테러를 부추긴다는 논란이 일자, 이재명 의원은 이틀 만에 발언의 일부만을 가지고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에도 비판이 계속되자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강연 중에 재밌으라고 한 과장된 표현 때문에 문제가 돼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 /이선화 기자

현실적 제약이 있어 당사 개방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상 10층인 중앙 민주당사의 건물주는 민주당이다. 현재 당사 1층에는 우체국이 입주사로 들어서 있다. 만약 이 의원이 당사 1층을 당원들을 위해 개방한다면 입주사를 내보내고, 새로운 공간으로 꾸며야 한다는 뜻이다. 올해 민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당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당은 우체국으로부터 990만 원의 월세 수입을 얻고 있다(22년 1·2월 보고된 수입비 기준).

당원과의 소통을 위한 또 하나의 공약은 '온라인 플랫폼 개설'이다. 이와 관련 그는 지난달 30일 "당에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서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 해 '오늘의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의원', '가장 많은 항의 문자를 받은 의원' 등을 추산해 보고자 한다"며 플랫폼 모델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의원들을 향한 폭력적 팬덤들의 사이버 테러를 부추긴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의원은 이틀 만에 "발언 취지를 왜곡한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이 의원의 '당원 중심' 소통 방식을 예고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당내에서는 이 의원의 '당심 소통' 광폭 행보가 일부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향한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비명계 의원으로 최고위원에 출마한 고민정 의원은 강성 당원들의 공격이 당의 다양성을 쪼그라들게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10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을 향한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악플과 관련해 "(여당인) 국민의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우리 내부에 있는 사람들끼리 (비난)하는 것은 좀 너무 아픈 일"이라며 "평화 체제가 되면 그때는 안에서 잘잘못도 따지고 노선 투쟁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차기 당 대표가 될 경우 자발적으로든 비자발적으로든 당심뿐 아니라 민심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이 의원이) 지금은 당원과의 소통을 강조하지만, 당 대표가 누가 되든 간에 정당은 기본적으로 일반 국민들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당을 운영할 때는 당원들 중심으로만 가선 안 된다"며 "민주당에 비판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도 함께 반영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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