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취임 후 첫 휴가(1~5일)를 마치고 8일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소통을 강화하고, 추석 대비 물가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 다만 휴가를 전후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에서 '인적 쇄신' 등 그간의 국정 운영 기조를 바꾸기 위한 구체적 지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오늘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을 더 세심하게 받들기 위해 소통을 강화하라고 당부했고, 이어서 추석이 다가오고 있으니 지금부터 물가 관리를 철저히 하고 민생을 빈틈없이 챙기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尹, 휴가 복귀 첫 지시 '소통 강화·물가 관리'
강 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마친 후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주요 국정 현안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국민 뜻과 눈높이에 맞춘 국정 운영, 국정 쇄신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 뜻을 거스르는 정책은 없다"면서 "중요한 정책과 개혁과제의 출발은 국민 생각과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에서도 "휴가 기간 제가 국민들께 해야 할 일은, 국민들의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는 그런 생각을 더욱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지율 급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과 관련해선 "국민들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실피겠다"며 "이제 바로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해) 일이 시작이 되는데 (집무실에) 올라가서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고, 그렇게 일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게 구체적인 인적 쇄신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적 쇄신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당부가 없었나'는 질문에 "아침에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에서 국민적 관점에서 살피고 점검하겠다고 말씀을 하셨으니 좀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복수의 언론은 여권 관계자를 인용해 취학연령 하향, 외고 폐지 등 새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혼선을 자초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질될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냈다.
이와 관련해 이 관계자는 "박 부총리 거취와 관련해서 오늘 확인해드릴 만한 내용은 없다"며 "(박 부총리가) 사표를 냈는지 여부도 확인해드릴 수 없다. 제가 듣기로는 박 부총리는 내일 국회 상임위 현안보고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사실상 부인했다.
대통령실 측은 휴가에서 돌아온 윤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국정을 쇄신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한 총리와 국정 쇄신 방안을 폭넓게 논의했다는데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한다'는 말에 "국정 전반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비공개 행사라 (구체적인 내용은) 일일이 확인해드리지 못한다"고 했다.
결국 윤 대통령의 이날 도어스테핑 발언과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휴가 중 인적 쇄신 등 국정 쇄신을 위한 구체적 구상을 하지 않고, 업무에 복귀해 본격적인 관련 구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휴가 전후 지지율 20%대 급락…복귀 직후 모호한 쇄신 예고
이날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27.5%, 부정 평가 70.1%를 기록했다. 지난주 대비 긍정 평가는 1.4%포인트 추가 하락해 최저치 기록을 경신했고, 부정 평가는 1.6%p 상승해 처음으로 70%를 넘었다(TBS 의뢰로 5~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KSOI 누리집 참조).
또한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2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에선 윤 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29.3%, 부정 평가 67.8%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긍정 평가는 3.8%p 하락해 리얼미터 조사 기준 처음으로 20%대 진입했으며, 부정 평가는 3.3%p 상승해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9%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리얼미터 누리집 참조).
휴가를 전후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 지지율, 60%대 후반 또는 70%대 부정 평가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전면적 인적 쇄신을 단행할 것을 촉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휴가는 끝났지만, 국민의 염려와 걱정은 끝나지 않았다"라며 "오늘 아침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처음으로 70%대를 기록했다"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윤 대통령 휴가 기간 불거진 김건희 여사의 대통령 관저 공사 사적 수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사의 대통령실 근무 의혹 등을 거론하면서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부정 평가 1순위가 인사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양파 껍질 까듯 계속되는 논란에, 국민은 분노를 넘어 지쳐가는 지경"이라며 "윤 대통령께 대통령실과 내각의 전면적 인적 쇄신으로 국정을 조속히 정상화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비상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민생 행보를 강화하겠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 뜻을 받들겠다'와 같은 하나마나한 원론적 접근으로는 대통령의 무능과 무책임만 키울 뿐"이라며 "이미 국민적 심판이 끝나 '식물장관', '투명각료'로 전락한 박순애 장관의 사퇴 정도로는 (국정 난맥상을) 돌파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윤 대통령의 반성 의지는 모호했고, 해법은 불투명하기만 해서 국민 누구도 대통령의 책임 있는 사과로 보지 않을 것"이라며 "20% 중반까지 추락한 대통령 지지율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요지부동'인 태도에 대한 당연한 결과다. 하루라도 빨리 국민께 책임 있게 사과하고 국정 쇄신을 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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