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대통령실 의혹이 줄줄이 터져 나오자 야권은 고삐를 당기고 집중공세에 나섰다. 경찰국 신설과 정치보복수사 논란,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방안 번복 등 각종 쟁점이 쏟아진 가운데 '김건희·무속인 리스크'를 표적으로 삼은 모양새다. 당 지도부에 이어 전당대회에도 '강한 당대표' 바람이 불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였던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여권의 내홍과 헛발질에 지지율도 반등했지만, 당내 일각에선 '쇄신 의지'는 줄어든 게 아니냐는 우려가 감지된다.
3일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 관저 공사업체 선정과정에서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김건희 리스크'를 부각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국민 혈세를 투입한 관저 공사에 영부인의 사적 인연에 의한 업체가 선정됐다면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앞서 한 언론은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주최 전시회에 관여했던 업체들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와 대통령실 관저 공사 일부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다고 보도했다. 우 위원장은 또 김 여사 논문을 표절로 보지 않는다는 국민대 결론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줬다"며 일갈했다. 최근 건진법사로 알려진 무속인 전모 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사칭해 세무조사나 인사 등 이권에 개입하려 한다는 의혹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우 위원장은 "현재 대통령실의 공적 시스템이 붕괴한 것 아니냐"며 대통령 비서실 개편을 거듭 촉구했다. 대통령실 인사 검증 부실 논란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번복 등 논란이 줄지어 터지는 상황에서 책임자인 대통령실 4인방인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윤재순 총무비서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 사퇴 압박은 직권남용이라며 이번 주 내에 한덕수 국무총리 등을 고발 조치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여권발 논란이 쏟아지면서 민주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반등하는 등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지난 2일 발표한 7월 말 정기(월례)조사 결과(조사기간 7월 30~31일, 조사대상 전국 유권자 100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은 한 달 전에 비해 8% 포인트 반등해 국민의힘을 13%포인트 차로 제쳤다. 22대 총선 지역구 정당 후보자 지지도 조사에서도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격차는 17%포인트로 벌어졌다. 우 위원장 역시 최근 대여 관계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분이 우상호는 여당 복이 있다고 한다. 여당이 자멸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대통령실 리스크'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민주당 전당대회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 부정 여론이 확산하면서 '강한 인물론'이 대두될 수밖에 없는데 '97세대' 두 후보보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맞수였던 이재명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 후보를 향한 '사법리스크' 우려도 윤 정부와 여당 지지율 하락세에 힘을 얻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박용진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이재명이 당대표 나오면 땡큐라며 기다리고 있다. 자기들 내부 자중지란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찬스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 후보의 각종 의혹을 저격했지만, 이 후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향한 윤석열 정권의 수사를 '국기문란'이라고 규정하면서 "대놓고 정치 개입을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일축했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대통령실 리스크는) 전당대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지자와 유권자가) 강력한 민주당과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게 되면서 이재명 후보 쪽으로 지지가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내 일각에선 바깥을 향해 총질하느라 내부 쇄신 목소리와 의지는 약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당이 자중지란에 빠진 상황에서 내부 결집이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반성과 성찰을 언급하기엔 조심스러진 분위기라는 것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당과) 싸우면서 (그쪽에만) 몰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때문에 당 지지도가 올라갔는데 그걸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걱정"이라고 했다. 대선과 지선 등 연패 원인을 평가하는 기구인 '새로고침 위원회'도 지난달 27일에야 첫 회의를 열었고, 역대 평가위와 달리 인물과 선거 등 민감한 부분은 평가 방향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