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오는 8·2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군들이 3인 3색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다. 강력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은 자신과 관련된 '실언' '사법 리스크' '사당(私黨)화' 논란을 해명하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반면 사실상 단일화가 무산된 강훈식·박용진 의원의 경우,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공식을 깨기 위해 토론회에서 '2인 1조' 협공을 펼치는 등 이 후보 논란을 부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박 의원이 당권을 위해서라기보다 '이재명 때리기' 전략으로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의원은 3일 오전 국회의원 당선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했다. 이 의원은 재보궐 선거 당선 이후 자신을 둘러싼 선거 패배 책임론·인천 계양을 셀프공천 의혹 등에 대해 언론과 접촉을 피하며 최대한 말을 아껴왔다. 그러나 최근 지역 당원들과 만남에서 '저소득층 국민의힘 지지' '의원 욕하는 플랫폼 제안' 등이 잇따라 논란에 휩싸이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약 40분 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 의원은 '당 대표 당선 이후 사당화 우려' '구설·사법 리스크' 등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다만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폭로했던 '셀프공천 논란'에 대해 간담회 끝 무렵 질문이 나왔으나 이 의원은 '시간관계 상'을 이유로 답변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 이재명 "당내에서도 '사법 리스크' 얘기 서글프다"
이 의원은 "누군가의 주장을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보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 카드 불법유용 의혹' 사건의 참고인 조사를 받고 숨진 A씨가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기간 김 씨를 수행한 운전기사였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또 언론을 향해서는 "대부분의 언론이 정론직필하려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극히 일부일 수 있지만,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일방적 공격성 보도들이 상당히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의혹에는 '서글프다' '유감스럽다'는 감정적 언어를 사용하며 결백을 강조했다. 언론 보도와 마찬가지로 수사도 '팩트'에 기반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과 경찰이 그 권한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영향을 주고 특정 정치 세력의 이익을 도모하는 나라는 없다"며 "이건 가장 심각한 국기문란"이라며 비판했다. 자신을 향해 조여오는 수사를 '사법 리스크'가 아닌 '정치보복'의 영역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당내에서도 이 의원을 향해 같은 우려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선 "국민의힘과 검경이 쓰는 언어를 우리 안에서 듣는 것 자체가 참으로 안타깝다"며 "‘당신 수사받더라, 그렇다더라, 이런 것으로 지적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고 했다.
일각의 사당화 우려에 대해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단언컨대 민주당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공당"이라며 "이재명은 다르다. 달랐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이재명의 길을 가겠다. 사당화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의원들에게는 "너무 본인들 공천 걱정하지 말고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국민과 당원이 기회를 줄 것이라고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최근 당 안팎으로 논란이 된 '의원 욕하는 플랫폼을 만들자'던 발언에 대해선 "재밌으라고 한 말"이라며 표현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당원들이 일부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처럼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원인이 '소통의 장'이 부재해서라고 분석했고, 간극을 줄이기 위해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의원을 욕하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발언이 나온 배경에 대해 이 의원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내 권한 준 사람들(국민)이 대통령 욕도 못 하냐'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국회의원들을) 욕해도 된다는 게 아니라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강연 중에 재밌으라고 한 과장된 표현 때문에 문제가 자꾸 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도록 하겠다. 표현의 과함은 양해 바란다"고 했다.
√ 강훈식·박용진은 '李 때리기'로 인지도 쌓고, 몸집 키우고…'물 건너간 단일화'
당 대표 경쟁 후보인 강훈식·박용진 의원은 단일화와 관련해 온도 차를 보였다. 당초 단일화가 예상됐던 권역별 득표율이 공개되는 첫 날(강원·대구·경북)인 3일에도 진전은 없었다.
강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후보가) 비전 경쟁에 집중하자고 하는데 박용진의 민주당 비전을 잘 모르겠다. 못 봤다"며 박 의원의 '이 후보와 1 대 1 구도를 만들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1 대1 구도를 만들겠다는 것은 결국 친명 vs 반명을 하자는 것 같다. 그럼 1대 1 구도를 말하지 말았어야 했고 반명 연대로는 민주당을 이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가 세대교체를 표방하며 나선 '97세대' 대표주자인 만큼, 향후 당권 싸움에서 '비전 경쟁'을 통해 이 후보와의 우위를 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날 첫 당 대표 후보 TV 토론에서 박·강 후보가 이 후보를 향해 집중 공세를 한 것에 대해 강 후보는 "2 대 1 구도가 형성된 것은 아무래도 (이 후보가) 1위 후보기 때문"이라며 "제가 반대로 박 후보만 공격하면 보는 입장에서 '쟤는 3등이구나' 그렇게 보일 수 있기에 1등을 공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여전히 '이 후보와의 1대 1 구도를 만들겠다'고 단일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이날 인천시 남동구 민주당 인천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후보의 '남 탓 노선'과 박용진의 '혁신 노선'은 이번 전당대회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이 후보를 직격했다.
연일 '이재명 때리기'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박 의원은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나 사적 문제보다 오히려 실언 리스크가 당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기다리고 있는 이 의원이 아니라 두려워하는 '오대박'(오늘부터 대표는 박용진)으로 새로운 대세를 형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의원은 강 의원과의 단일화와 관련해서는 "당원 투표가 오늘부터 시작한 만큼 선택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되길 기다리고 있다"며 아직 단일화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의원의 기자간담회 행보가 '정면 돌파를 통한 공격적 홍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 의원과 관련된 구설수들을) 그냥 방치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대응을 한 거다. 언제나 공격적으로 홍보를 펼치던 분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도 "이 의원이 기자들에게 리스크 관련 질문을 많이 받았고, 대응 관련 논의를 캠프에서 한 것 같다"며 "또 박 의원이 이 의원의 리스크를 많이 언급하다 보니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의원과 박 의원의 행보를 두고는 '몸집 키우기'라는 평가를 내놨다.
이 평론가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꼭 이기고자 했다면 두 사람이 단일화 판이라도 깔아서 주목도를 높일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당 대표가 목표라기보다 '이재명에 대적할 만한 양강 후보다'라는 걸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97그룹' 젊은 후보로 나왔으면 당에 대한 참신한 비전으로 승부를 내려고 해야하는데, 이 의원을 때리는 '네거티브'전을 펼쳐 인지도를 높이려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 평론가도 "박 의원의 경우, 자신이 인지도도 높고 유명하니 단일화가 본인으로 되어야 한다는 입장인데, 그건 좀 잘못됐다고 본다"며 "박 의원은 당의 비전보다는 '반 이재명'만 얘기하며 상대의 약점만을 들춰내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은 '자체 발광'해야지, '반사체'로는 성공할 수 없다"라며 박 의원의 선거 전략에 쓴소리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