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중징계'로 한 차례 '위기론'에 휩싸였던 당 혁신위원회가 이번엔 '비상대책위원회'라는 벽을 만났다. '존립' 위기에 처한 혁신위가 이름에 걸맞는 성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향후 활동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혁신위는 3일 오후 국회 본관에서 제7차 전체회의를 열고 △인재 양성 △당원 참여 △민생 등 그동안 각 소위에서 논의됐던 사안들을 보고하고 깊이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이달 중 '1호 혁신안' 발표를 앞둔 만큼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치겠다는 의지다.
앞서 혁신위는 지난달 △인재를 키우는 정당 소위 △당원이 중심되는 정당 소위 △민생을 우선하는 정당 소위를 구성 등 3개 분과를 구성했다. 인재 소위에선 인재 영입과 공천 과정의 투명성을, 당원 소위에선 당원의 의견을 당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민주·효율적인 당협 운영을 논의하는 소위다. 민생 소위에선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방안을 연구하는데 여의도연구원과 사무처의 효율적인 운영 방안도 과제로 포함되어 있다.
이날 회의를 모두 마친 뒤 최재형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각 소위에서 논의한 내용들을 전체 혁신위원들과 공유했고 어떤 안건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할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전국 순회 일정도 예정되어 있다. 다만, 휴가 기간이 겹치는 점과 혁신안의 구체적인 안건이 마련되지 않아 일정은 한 차례 순연 됐다는 것이 최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지역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당장 순회하는 것은 어느 정도 혁신안이 더 정리된 뒤 청취하겠다"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최근 당 비대위 체제 전환으로 인해 혁신위가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그으며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혁신위는 당의 공식 기구이며 비대위 구성과 상관없이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새로 비대위가 꾸려지면, 혁신안이 당의 실질적인 정책으로 수용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같은 날 서병수 전국위의장이 5일과 9일 상임 전국위원회와 전국위를 소집해 비대위 체제 전환 논의에 본격 돌입할 뜻을 밝히면서 향후 혁신위 활동에는 경고등이 커졌다. 혁신위 내부에서 당 개혁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더라도 이를 결의하고 수용할 당 지도부가 해체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위 구성원이었던 이 대표에 이어 권성동 원내대표의 리더십마저 크게 흔들리면서 혁신위 운영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지난달 12일 권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직접 찾아 '공식 기구'라며 활동을 보장했음에도 새롭게 꾸려지는 비대위 체제에서 혁신위 운영 여부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혁신위 위원들은 '비대위 체제와 별개'라며 입을 모았다. 최 위원장은 이날 회의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와 혁신위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외부 이슈와 관계없이 혁신위 자체의 이슈를 이끌고 색을 분명히 할 것이라는 의지로 읽힌다.
조해진 부위원장은 당헌·당규상의 근거를 들며 혁신위 활동이 지속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혁신위는 당 지도부에 의해서 당헌·당규에 근거를 두고 의결이 된 당 공식 기구이기 때문에 계속 활동을 하는 것이고 좋은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위 한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비상상황으로 인해 혁신위가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변하는 것은 없고, 혁신위는 구상 중인 것들을 모두 완료할 것"이라며 "12월까지 예정된 임기를 모두 채울 것"이라고 답했다.
향후 혁신위 활동은 이달 중 발표될 '1호 혁신안'에 달렸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의 당내 입지가 줄어든 상황에서 혁신위 운영이 탄력받기 위해선 당원과 여론을 납득할만한 독자적인 혁신안이 구상되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1호 혁신안 내용으로 혁신위는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 유스(youth) 당 조직 도입, 당협위원장 권한 축소 등 다양한 의제를 올려놓고 심의 중이다. 다만, 논쟁적인 지점이 적고 당내 공감대가 높은 안건을 내놓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현안·법률적 문제·관행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면, 인재 양성 공천 개혁 민생 등 3가지 소위 중 논쟁의 여지가 적고 시급한 민생 관련 안건이 첫번째 혁신안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혁신안 발표 시점은 9월 정기 국회 전 8월이 유력하며 파급효과를 고려해 민주당 전당대회가 예정된 8월 말이 거론된다.
한편 혁신위는 다음 달 22일 제 8차 전체 회의를 개최한다. 이때까지 혁신위는 소위별로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