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0.5선' 상임위 첫 데뷔를 무난히 마쳤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한반도 평화'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등을 강조하며 자주적인 안보관을 강조했다. 바쁜 선거 일정을 뒤로 하고 국방위원회에 모습을 드러낸 배경에는 의정활동으로 존재감을 부각하면서 최근 불거진 잇단 '말실수 논란'을 상쇄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은 1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출석했다. 지난 6월 국회에 등원한 이후 상임위 공개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다시는 지지 않는 나라, 주권을 뺏기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저도 함께하겠다"며 "국가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근본적인 사명이고, 책임이라 생각된다. 외교와 국방, 안보 문제는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가 입장을 바꾸면서 여야가 대립해온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사건'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회의 내내 '한반도 평화'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등을 언급하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압박성 질의를 이어갔다. 전작권의 경우, 지난 대선 후보 당시 강조했던 '전작권 회수' 기조를 연계해 (자주적인) 안보관을 강조한 모습이다.
그는 이 장관이 최근 취임사에서 대북 도발 대응에 있어 "자위권 차원에서 즉각적이고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던 과거 발언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 장관에게 "싸워서 이기는 경우도 있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경우도 있고, '손자병법'에 많이 나오는데 그보다 더 나은 상태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며 평화를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에 "평화 상태를 유지하는 게 제일 좋은데, '힘'이 없으면 유지가 안 된다"며 "때에 따라서는 억제라는 게 있고, 억제를 위해선 우리의 의지, 결기를 보여줄 필요도 있다. 그럴 경우에 한해 상대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이 장관을 향해 "앞으로 용어 선택이나, 아니면 태도 등에서 가능하면 한반도가 평화체제를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소위 안보 딜레마에 빠지지 않도록 좀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하며 국방부의 '평화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압박은 계속됐다. 그는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개발과 7차 핵실험을 두고도 이 장관에게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가 어느 정도 진척됐다고 보느냐"고 물었고, 이 장관은 "우리가 정확히 판단하긴 어렵지만 상당한 수준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실전배치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하자 "별로 아는 게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이 의원은 대선 후보 시절 안보 기조였던 '전작권 환수' 문제도 집중적으로 따져 물으며 이 장관을 압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의원은 "주권의 핵심 중에서도 핵심이 군사주권, 그중에서도 작전권이 핵심 아니냐. 이것을 (타국에) 맡겨 놨다는 것도 사실은 상식 밖의 일이고 예외적 상황"이라며 "미국에 맡기지 않으면 자체 방위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이 장관을 향해 "여전히 미군이 없으면 (우리 군이) 북한 전력에 밀린다, 진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이 "북한 핵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들은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핵은 제외해야죠. 핵(전력에) 부합하게끔 재래식 장비를 늘려야 한다는 말인가. 말이 안 되죠"라고 따지기도 했다.
이 의원은 또 현재 대한민국의 군사비 수준을 북한과 비교해 고려해도 실질전투력이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지금 충분히 대한민국 전비 수준이 (북한을) 감당할 만 하다. 외국군에 의존하지 않아도 자주국방이 가능하다"고 이 장관에게 말하기도 했다. 이에 이 장관은 "북핵이 아니라면 의원님 말에 동의하겠지만 북한에 핵이 있어서 쉽게 답변하기 어렵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은 '전작권 환수'라는 표현이 '전환'으로 바뀌었다는 점도 들면서 "반환 아니라 전환이라는 건 완전한 군사주권 회복이 아니다. 어느 독립국가가 그렇게 하나"라고 따져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군사주권과 작전통제권은 다르다"고 받아치며 두 사람 사이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 이 의원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경시하거나 국가 간 군사협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게 전혀 아니라 군사협력이나 군사동맹이라고 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전시작전 통제권을 양도 또는 위임하는 걸 포함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라며 "국정을 논하는 자리에서 정치적 오해를 발생시키는 그런 미묘한 신경전은 안 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하는 모습도 보였다.
당 대표 출마로 촘촘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이 의원이 상임위 활동에 시간을 할애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최근 당내에서 불거진 '구설수 논란'을 상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말새 지방 순회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잇따른 '말실수 논란'이 터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 의원은 라이브 방송 중 "저소득층일수록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이어 다음날에는 강릉을 방문해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 중 사망한 A씨가 자신과 무관하다며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을 특정인에게 엮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이 의원 특유의 '솔직 화법'이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되살아나면서, 일부 발언들은 논란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