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을 거듭했던 제21대 후반기 국회가 드디어 열렸다. 여야는 상임위원회 구성을 놓고 치열한 협상 끝에 극적 합의했다. 전반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민생'은 없고 '정쟁'만 있는 입법부 국회라는 오명도 여전하다. 그래도 입법부 본연의 역할은 했을까? <더팩트>는 21대 전반기 국회 입법활동을 <상> <하>편으로 톺아보고, 의원들이 '국회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았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송다영·곽현서 기자] 21대 국회가 반환점을 돌았다. 국회 공박 사태가 두 달 지속된 끝에 가까스로 정상궤도에 올랐지만 여야 정쟁 탓에 '민생'은 뒷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국회 공백이 길었던 만큼, 민생 현안을 한시라도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2020년 7월 16일 개원 이후 지난 2년, 전반기 국회에서 의원들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지역민과 사회 소수자 등 필요한 곳에 필요한 법을 만들어 왔을까. <더팩트>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및 참여연대의 국회감시사이트 '열려라국회'를 이용해 21대 국회 출범 이후 지난 20일까지의 국회의원 299명(지난 3·6월 재보궐 선거 당선 의원 포함)의 대표발의(공동발의 제외) 법률안을 전수조사했다. 이어 국회의원들이 '대표발의'한 법안 가운데 원안 가결과 수정 가결, 대안 반영 등 '가결률', 즉 입법성공률을 살펴봤다. 의원들의 양적, 질적 입법 실적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입법 기관에 속한 국회의원은 법을 만든다. 그중 절차를 거친 일부의 법안들이 본회의를 거쳐 '가결'된다. 의원들에게는 법을 얼마나 발의하는지, 또 몇 건이 가결되는지가 회사로 치면 '실적'이 된다. 그중 '대표발의'는 의원이 주도적으로 동료 의원을 설득해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다는 뜻이다. 즉, 해당 의원이 '입법 주도성'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대표발의 건수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단순히 판단하기엔 한계가 있다. 대표발의 입법안 중에는 용어 정리나 체계·자구 변경과 같은 비교적 단순한 법안을 내 '대안 법률 반영'으로 묻어가기 쉬운 법안을 무더기 대표발의해 '국회 통과율'만을 높이려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안을 대표발의하고 그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점, 또 대표발의자가 법안의 공동발의자인 의원에 비해 입법 과정에서 비교적 적극성을 보였다는 점 등을 따진다면 대표발의 건수와 입법 통과율은 유효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더팩트> 조사 결과, 지난 21대 전반기 국회 2년 동안 대표발의한 법안은 지난 7월 20일 기준 총 1만4561건이다. 299명으로 나눠보면 의원 한 명당 약 평균 48건을 발의한 셈이다.
의원이 주도적으로 법안을 발의한 대표발의 건수는 개인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2년간 200건 넘게 대표발의한 의원도 있었지만 2년 동안 10건도 안 되는 한 자릿 수 법안을 대표발의하는데 그친 다소 '무심한' 의원도 있었다. 특히, 대표발의 법안이 2년이 지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법률로서 효력을 지니지 못한 대표발의 법안 입법성공률 0%인 의원도 존재했다.
√ 2년간 대표발의 법안 가결율 '제로(0)'인 의원들 9명
21대 국회 전반기 동안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단 한 건도 없는 대표발의 법안 '입법 성공률 제로(0%)'를 기록한 의원은 다음과 같다. 윤호중·홍영표 민주당 의원 김웅·김희곤·박진·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김의겸 무소속 의원 등 총 9명이다.
입법 분석에 집어넣지 않은 이른바 '깍두기'들도 있다. 전반기 국회 의장을 맡았던 박병석 의원,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냈던 전해철 의원은 제외했다. 또 지난 3월과 6월 재보궐 선거로 국회에 합류한 김영선·김학용·김한규·노용호·박정하·안철수·이인선·임병헌·장동혁·조은희·최영호·최재형(12명) 의원도 대상에서 뺐다.
가결율 0%를 기록한 의원 중 법안 대표발의 수도 가장 적은 의원은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이들의 법안 발의 건수는 총 8건으로, 두 의원이 발의한 8건 모두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김의겸·윤호중 민주당 의원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 법안 건수 13건으로 뒤를 이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대표발의안만 14건이고, 15건을 대표발의한 박진 국민의힘 의원(현 외교부 장관) 역시 1건을 폐기했을 뿐, 지난 2년간 국회 문턱을 못 넘겼다. 최강욱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각각 21건과 22건을 대표발의했지만 모두 계류 중이다.
√ 대표발의 법안 '가결 건수' TOP5…서영교 의원 55건으로 1위
21대 전반기 국회 동안 가장 많은 법안을 통과시킨 의원은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107건의 대표법안 발의 중 55건을 통과시키며 1위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는 대안반영폐기 50건, 원안 가결 2건 수정가결 3건이었다.
2위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으로 법안 101건을 대표발의해 48건을 통과시켰다. 48건 모두 대안반영폐기로 처리됐다.
뒤를 이어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과 송옥주 민주당 의원이 44건을 통과시키며 공동 3위에 올랐다. 구체적으로 송 의원은 44건 중 35건이 대안반영폐기, 수정 가결이 9건이었다. 임 의원은 44건 중 대안반영폐기가 42건, 원안 가결과 수정 가결이 각각 1건이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은 113건 중 41건을 차지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대안반영폐기 24건, 원안 가결 7건, 수정 가결 10건을 통과시켰다.
서 의원실 관계자는 "입법부 국회의원으로 일한 결과다. 항상 억울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공정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1등 소감을 밝히면서도 "부모가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 재산 상속에 제한을 두는 법인 이른바 '구하라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아 아쉽다"고 전했다.
√ 대표발의 법안 '가결률' TOP5, 임이자 55.70%로 타율 1위
의원의 대표발의안이 얼마나 많이 통과됐는지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도 얼마나 효과적으로 법안이 통과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100건의 법안을 발의해 10건을 통과시킨 의원과 10건의 법안을 발의해 10건을 모두 통과시킨 의원은 가결 '건수'는 같지만, 전자는 가결률이 10%인 반면, 후자는 100%인 것으로 천지차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팩트>는 이른바 입법 '타율'이 높은 의원을 별도로 조사해봤다. 이들은 발의한 법안마다 본회의 문턱을 효율적으로 넘긴 의원들이다.
21대 의원 평균 대표발의 건수 48건을 넘긴 의원 가운데 입법성공률이 가장 높은 의원은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다. 임 의원은 79건을 대표발의했고, 그 가운데 대안반영폐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42건에 달했다. 수정 가결 1건 원안 가결 1건을 포함해 입법성공률로 따지면 57%다.
이와 관련 임 의원은 "그냥 열심히 했을 뿐인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이라며 후반기 국회에는 더 최선을 다해서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임 의원 다음으로 대표발의 법안 입법성공률이 높은 의원은 안호영 민주당 의원으로 55.10%를 기록했다. 그는 법안 49건을 대표발의해 27건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세 번째로 대표발의 법안 입법성공률을 기록한 의원은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다. 서 의원은 21대 국회 2년 동안 107건을 대표발의했고, 이 가운데 55건이 통과됐다. 가장 많은 법안을 통과시킨 서 의원이 51.40%의 가결율을 기록하며 '타율' 잡기에도 성공했다 볼 수 있다.
서 의원은 107건을 대표발의했고, 이 가운데 50건이 대안 법률에 반영돼 국회를 통과했다. 3건은 수정 가결, 2건이 원안 가결됐다. 서 의원 역시 의원발의에 861건의 법안에 이름을 올려 평균 이상의 입법 참여율을 기록했다.
조 의원의 입법성공률은 50.00%를 기록했다. 조 의원은 지난 전반기 국회 기간 동안 58건을 대표발의한 뒤 대안반영폐기 18건, 원안 가결 4건, 수정 가결 7건을 기록했다. 추 의원도 입법성공률 47.52%를 기록하며 '상위' 의원군에 이름을 올렸다. 추 의원은 101건의 대표발의 법안 중 48건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 저마다 '일 못 한' 이유 있지만…한입 모아 "후반기에는 더 잘 하겠다"
가결 법안이 0건인 의원들에게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예를 들어 윤호중 의원의 경우, 21대 국회 시작과 동시에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직을, 또 민주당 원내대표에 이어 지난 3월에는 비대위원장직을 맡았던 이력 등이 있다. 당내외 국회의 주요직을 맡아 입법 활동에 전념할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또 한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통과율이 0%인데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공들여 법안을 준비했지만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라고도 토로했다.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건 '후반기부터는 잘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말이 헛되지 않도록 후반기에는 더 '열일(열심히 일)'하는 국회가 되길 바라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