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절묘한 타이밍에 윤석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회견)'이 잠시 멈췄다. 윤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이준석)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직후부터 외부 일정을 이유로 도어스테핑이 열리지 않은 것이다.
해당 내용이 담긴 권 원내대표의 휴대폰 텔레그램 화면이 언론에 포착된 건 26일 오후였고, 27~29일 윤 대통령은 첫 일정을 외부에서 시작하면서 도어스테핑을 하지 않았다. 30~31일은 주말이고, 8월 첫째 주에는 윤 대통령의 첫 휴가가 예정된 만큼 다음 도어스테핑은 8월 8일께나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27일(경기도 성남,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주재), 28일(울산 현대중공업, '정조대왕함' 진수식) 일정은 출입기자들에게 사전에 엠바고를 전제로 예정된 일정이었다. 하지만 29일 첫 일정으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처음으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는 갑자기 추가된 일정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대본 회의는 통상적으로 2주에 한 번씩 총리가 주재해 왔으나 현재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서고 있고, 휴가철에 접어든 시기임을 감안해 대통령이 직접 방역을 총괄하는 중대본을 찾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새롭게 추가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29일 오전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첫 대통령 업무보고 일정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중대본 일정이 하루 전날 갑자기 생기면서 번복에 번복을 거쳐 29일 오후에 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대통령실 측은 결과적으로 27~29일 '외부 일정'으로 도어스테핑이 물리적으로 불가피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월 첫째 주 도어스테핑 개최 여부와 관련해선 "휴가 때 어떻게 하시겠나"라며 "휴가 때는 (윤 대통령이) 쉴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윤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 파문이 확산하는 상황과 도어스테핑이 잠시 멈추게 된 상황이 무관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도어스테핑을 할 경우 그와 관련한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식한 일정 조정 아니냐는 주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9일 윤 대통령의 일정 조정에 대해 "모두 휴가를 떠나기 전에 긴급하게 챙겨야 할 것들, 코로나, 치안, 안전 등에 대해 각별하게 주문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고 해서 마련된 행사"라며 "오해가 없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발언을 윤 대통령이 과거 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24일 당시 박병석 국회의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도어스테핑과 관련해 "예상 밖의 질문이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박 의장 질문에 "그냥 지나간다"고 답했다.
또한 최근 도어스테핑에서 '스타 장관 말씀하셨는데 관전평 지금까지 어떤가, 도어스테핑 질문은 2개씩만 앞으로도 받으실 계획이신가', '잇단 (대통령실) 채용 논란에 윤석열식 공정이 무너졌다고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있는데, 혹시 다시 인사 전반을 짚어볼 계획이 있는가' 등의 질문에 "다른 질문 없으세요"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대통령실 측이 "오해가 없기를 부탁드린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에 오해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아이러니한 것이 '내부 총질한 대표 물러나서 좋다'는 문자를 보낸 사람이 윤 대통령인데, 왜 권 권한대행이 사과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문자 보낸 사람은 사과를 안 하고, 문자 받은 사람이 사과를 하는 이런 엉뚱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정작 문제를 일으킨 대통령은 '도어'에서 사라져버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우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야말로 여권 내부에 총질한 셈 아닌가"라며 "윤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을 떼고 민생에 전념해야 한다. 이번에 여권 내부에 총질을 하신 이 사안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사과하고 민생에 전념하십시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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