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정치권에 '핵폭탄'급 대형 이슈가 터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부주의로 대중에 공개되면서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태의 중심에 선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수그러들었던 당 내홍 상황도 악화할 조짐이다. 반면 '홍카콜라' 홍준표 대구시장은 중앙 정치와 관련한 현안 이슈에 견해를 밝히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시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외부 행보에 집중하며 논란을 비껴가려는 모양새다. 문자 공개 이후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도 감감무소식이다. 다만 김건희 여사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 이후 약 한 달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으로 공개 행보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예비경선을 치르고 8·28 전당대회 대표 본경선 진출자를 압축했다. 당 대표 경선은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 수식어가 붙는 이재명 의원과 '세대교체론'을 앞세운 97그룹(90년대학번·70년대생) 주자들이 맞붙는 구도로 펼쳐지게 됐다. 최고위원 경선도 '친명(親이재명)' 대 '비(非)이재명'의 세 대결 구도다. 당 대표 연설에서 김민석 의원이 주목받았다는 후문이다.
◆尹문자 노출에 정치권 발칵…권성동 '고의설'도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메시지의 정치적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대화 문자를 노출하는 초유의 사고를 냈는데 곤혹스러울 것 같아.
-그렇지 않을까 싶어. 지난 26일 대정부질문이 열렸던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 대행이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메신저로 문자를 보내는 장면이 국회사진기자단 카메라에 잡혔어. 이날 오후 5시47분쯤 보도가 쏟아졌고, 2시간 20분쯤 뒤인 오후 8시7분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어. 다음 날인 27일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적 문자 내용이 저의 부주의로 유출, 공개돼 송구하다"며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했어.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과 당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듯한 대목이 논란이 됐지?
-맞아 윤 대통령은 논란의 '사적 대화'에서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내용을 보냈는데,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이후 권 대행 원톱 체제를 지지한다는 의중으로 읽히는데, 이게 당무 개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와.
-일각에서는 권 대행이 고의로 문자 내용을 노출했다는 설이 떠돌더라고.
-권 대행이 의도적으로 문자를 언론에 노출했다는 시각이 있지. 4선 중진인 권 원내대표가 사진기자들이 즐비한 본회의장에서 신중하지 못하게 대통령과 문자를 위해 휴대전화를 들여다봤겠냐는 거잖아. 2014년 국정감사장에서 휴대전화로 비키니를 입은 여성 사진을 보다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던 전례도 있고 말이야.
-그런데 고의 노출은 아닌 듯해. 일단 현직 대통령과 사적 대화를 노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야. 정치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잖아. 실제로 정치권 안팎이 떠들썩해. 권 대행의 입장문도 언론 보도 이후 2시간 뒤쯤 나왔다는 것도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고.
-고의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이 메시지를 주고받은 시점이 오전이었다는 데 방점을 찍었어. 늦은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기자들이 뻔히 있다는 것을 알면서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할 이유가 과연 있었을까라는 의구심이야. 고의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권 대행이 이를 통해 이준석 대표를 날리고 경찰에 수사 방향을 전달하려던 게 아니냐고 하더라고.
-권 대행이 사고를 치면서 리더십에도 문제가 생겼지?
-어찌 됐든 권 대행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게 됐어. 배현진 최고위원은 29일 "국민의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돌연 최고위원직 사퇴를 발표했고, 초선의원들도 일부 초선의원들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을 촉구하고 있어. 당원들도 권 원내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분출하고 있어.
-권 대행이 정치적으로 큰 위기에 빠진 것은 분명해 보여. 그가 사과한 것만 이번이 세 번째야. 지난 4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합의했다가 당내 거센 반발에 "판단 미스"라며 사과했었고, 지난 15일에도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말실수로 고개를 숙였지. 원내대표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책임론도 나오고 있어. 위기는 위기야.
-지난주엔 '공무원 합격은 권성동'이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지탄을 받았던 권 대행이 이번 주에도 파장의 주인공이 됐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야. 권 대행으로 불거진 일련의 논란은 분명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29일 한국갤럽이 26~28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28%',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62%를 기록했어. 임기 시작 후 석 달째를 맞은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야. 눈에 띄는 점은 윤 대통령을 긍정 평가한 이들의 가장 큰 이유가 '모름·응답거절'(24%)이었다는 것이야.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한 보다 상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윤 대통령이나 권 대행의 잇따른 사고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인데, 여전히 지지율은 상관하지 않고 '국민만 보겠다'는 것이 유효한지 궁금할 따름이야.
◆김건희, 한 달 만에 공개활동...다음 행보는?
-김건희 여사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네?
-맞아. 김 여사는 지난 28일 울산에서 열린 해군 차기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참석했어. 지난 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순방 이후 거의 한 달 만에 공개 활동에 나선 셈이지. 김 여사는 사적 채용 논란에다가 해외 순방에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아내가 민간인 자격으로 동행하면서 논란이 되자 공개 행보를 자제해왔어.
-그간 두문불출하다가 이번 진수식에 참석한 이유는 뭐야?
-대통령실은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해. 대통령실은 보도자료에서 "진수식에서 진수선을 절단하는 것은 아기의 탯줄을 끊는 것과 같이 새로운 배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어. 이는 해군의 오랜 전통의식이라고 해. 또 대통령실은 "19세기 초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최초로 영국 군함의 진수식을 주관하면서부터 여성이 의식을 주관하는 전통이 수립됐다"고 했지. 실제로 역대 영부인들도 진수선을 끊어왔어.
-김 여사는 이날 어떤 모습이었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 여사는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지. 김 여사는 노란색 원피스에 검은 재킷을 입고 등장했어. 김 여사는 흰 장갑을 끼고 금도끼를 들어 진수선을 내리쳤어. 그런데 진수선이 한 번에 잘리지 않았지. 김 여사는 웃으면서 다시 도끼로 진수선을 내리쳤고 세 차례 끝에 진수선이 절단됐어. 이후 김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오색 테이프를 절단한 뒤 이와 연결된 샴페인을 함정에 부딪혀 깨뜨리는 안전항해 의식도 치렀어.
-진수식 이후에는 외교 행보에도 나섰다며?
-맞아. 김 여사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공식 만찬에 참석했어. 대통령 배우자로서 외교 행보를 이어간 셈이지. 조코위 대통령 배우자 이리아나 위도도 여사도 함께했어. 김 여사는 이리아나 여사와 공식 만찬 전에 별도로 티타임을 갖고 서로의 관심사 등에 대해 간단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져.
-김 여사가 본격적으로 공개 행보를 재개한다고 봐도 될까?
-쉽지 않을 거 같아. 앞서 김 여사는 사적 채용, 지인 동행 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 바 있어. 김 여사가 잠행을 이어온 이유지. 이번 진수식이나 대통령 정상회담 공식 만찬 등은 김 여사가 대통령 부인으로서 참석할 수밖에 없는 행사였어.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도 20%대로 주저앉은 상황인 만큼 김 여사가 행보에 나서지는 않을 것 같아. 당분간 김 여사는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공식 행사 참여 이외에는 잠행을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홍준표의 '최대' 관심사는 '여의도 정치?'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 후에도 중앙정치 무대를 향해 끊임없이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있어 화제야.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내부 총질' 문자 메시지 파문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지?
-맞아. 홍 시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지지자들과 관련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았어. 지난 26일 '청문홍답(청년이 물으면 홍준표가 답한다)' 코너에는 '윤석열 본심 드디어 드러났는데 보셨습니까'라는 제목의 질문이 한 건 올라왔어. 작성자는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가 나눈 텔레그램 기사 사진을 게시하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이준석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보는데 한마디 해주십쇼'라고 적었지. 이에 홍 시장은 다음날인 27일 오전 "대통령도 사람입니다"라고 답했어.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취지로, 윤 대통령을 엄호하고 나선 거야.
-'청년의꿈' 커뮤니티 주요 이용층이 2030 남성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들은 홍 시장이 윤 대통령을 지적하고 이준석 대표를 옹호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것 같아. 하지만, 홍 시장은 이와 반대로 윤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선 거지. 이에 의문을 표한 몇몇 지지자들은 이와 비슷한 게시글을 몇 차례 더 올렸어.
-한 지지자는 홍 시장을 부르며 '윤석열 편 너무 드시는 거 같다'라는 글을 게재했어. 홍 시장이 '대통령도 사람'이라고 한 것이 못마땅했던 것 같아. 그가 "일반인과 똑같이 행동하면 대통령은 왜 하느냐. 같은 당이라고 너무 편드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라고 하자, 홍 시장은 "지금은 윤 대통령을 도와줄 때"라고 답했어.
-홍 시장이 연이어 윤 대통령을 감싼 거네?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는 뉘앙스로 느껴지는데, 이 대표를 저격한 듯한 답글도 남겼다면서?
-맞아. 한 질문자는 홍 시장에게 "시장님이 '윤 정부를 도울 때'라고 말한 건 지금 주변 사람들이 경험이 부족해서, 경험이 있는 홍 시장님이 조언하는 측면에서 돕는다고 말씀한 것일 텐데 자꾸 이 대표를 돕지 않는다고 이상한 확증편향을 가지고 홍 시장을 비난하는 이 대표 지지자들을 보면 답답하다"고 털어놨어. 그러자 홍 시장은 "(이 대표 지지자들이) 아직 세상 이치를 깨닫지 못해서"라고 꼬집었지.
-홍 시장은 '청년의꿈' 뿐만 아니라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이와 비슷한 기조의 글을 게시한 적이 있어. 그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미숙함과 정권 초기 불안한 출발을 지적하면서도 "대통령도 사람인데 당 대표가 화합적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지 않고 내부 불화만 야기 시키는 것을 보고 어찌 속내를 감출 수가 있었겠느냐"고 했지.
-대구로 돌아갈 당시 '중앙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던 홍 시장인데,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 이슈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웃음).
-응. 홍 시장이 사안 사안마다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있기 때문이야. 최근에는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경찰국 신설' 문제에 대해서도 "나는 검경 수사권 대립 때마다 늘 경찰 편을 들어왔지만 요즘 경찰 일부 간부들 하는 것 보니 어처구니없는 일들만 벌어진다"며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는 경찰 조직을 비판하기도 했지.
-홍 시장의 영향력이 아직까지 막강한 만큼, 당내 의원들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기자에게 "요즘 홍 시장이 글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어떻게들 보고 있느냐"고 먼저 물으며 "대구에 내려갔지만 아직까지 화제 되는 걸 보면 영향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어. 국민의힘 관계자도 "정치권에서 모두 '내부 총질' 논란에 한 마디씩 보태는 양상"이라며 "홍 시장이 윤 대통령 편을 들어주고 있는 만큼 잘 진화됐으면 좋겠다"고 전했지.
-'내부 총질' 논란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은데, 홍 시장이 윤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듯해 보이는 모습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의견도 있어.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의 갈등 구도 속에 '홍 시장이 한쪽 편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주장이야.
-지지층과 꾸준한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는 홍 시장이 다음에는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정말 궁금해져.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