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개월 만에 10만 명을 넘는 등 방역에 경고등이 켜졌다. 더 확산하기 전 방역 고삐를 조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특히 과거 정부와 차별화된 방역 정책을 실감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과학방역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0만285명이라고 밝혔다. 국내 발생은 9만9753명이고, 해외유입은 사상 최고인 532명이다. 일일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선 것은 4월 20일(11만1291명) 이후 98일 만이다. 전날에는 9만9327명으로 10만 명에 육박했었다.
지난 17일 2만6299명이었던 확진자 수는 다음 날인 18일 7만3582명으로 껑충 뛰더니 엿새 동안 6만 명 후반에서 7만 명 초반대를 유지했다. 이후 24일 3만5883명으로 크게 줄었다가 하루 사이 급증했다. 최근 일주일간(21~27일)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7만2754명으로,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위중증 환자 수는 전날보다 9명 많은 177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일주간 위중증 환자 수는 107명→130명→140명→146명→144명→168명→177명으로 증가 추세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8명 많은 25명이 발생했고 누적 2만4932명이 됐다. 이동이 많은 휴가철을 고려하면 당분간 확진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렇다 보니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인위적인 거리두기 대신 중증환자와 사망자를 최소화하는데 우선 순위를 두고 병상과 치료제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부의 지침을 모르겠다며 '각자도생'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세에 국민의 불안감과 불만이 커지면서 정부·여당의 지지율 하락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17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우리가 문재인 정권과 다른 '과학방역'을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일상 제약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합리적인 방역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었다.
날로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해지고 있지만 정부는 자율 방역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규제에 따른 거리두기는 기업과 자영업자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코로나 시국이 2년 넘게 지속되는 과정에서 성숙한 시민의식과 국민이 생활 속 방역수칙 준수에 협조적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정부는 기존의 전파 차단을 위한 규제에 의한 거리두기는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의 질병으로 인한 피해와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단 없는 일상회복 속 방역 기조를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과학방역'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 정권은 문재인 정권의 방역 정책과 노선만 달리하며 정작 시민에게 '셀프 방역'만 요구할 뿐 실효성이 있는 대책 마련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다. 주목되는 것은 정부와 함께 과학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표적이 된다는 점이다.
안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반복되는 팬데믹 시대의 과학적 방역과 백신주권'이라는 주제로 열린 민·당·정 토론회에서 과학방역 개념에 대해 "도대체 과학방역이 뭐냐고 말씀하시는데 복잡한 게 아니"라면서 "한마디로 방역 정책에 대한 결정권을 관료나 정치인이 정무적인 판단에 의해 최종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법상으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중앙방역대책본부 위에 있다. 정치인이나 관료인 국무총리가 전문가인 질병관리청장 위에서 결정을 내린다"며 "문재인 정부가 이 사태를 더 악화시켰고 청와대가 중대본과 방대본 의사 결정에 정치적으로 개입했다는 정황들이 많아 이것을 정치 방역이라고 불렀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과 인수위 산하 코로나비상대응특위 위원장을 겸임했던 안 의원은 지난 4월에도 과학방역에 대해 비슷한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브리핑에서 "현(당시 문재인 정부) 정부에서 전문가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고 오히려 국민 여론을 보고 정무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해오다 보니까 여러 가지 실수들이 정말로 많았다"며 "현장 전문가에게 결정권을 맡기고 오히려 정부와 대통령은 이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의 핵심 메시지는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와 달리 관료를 배제한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역설적으로 현 정부도 '정치 방역'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의 방역 정책을 두고 정치방역이라고 지적했던 것과 모순되는 지점이다.
안철수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전문가들이 아무리 조언한다지만 국무총리가 최종 결정권자이고, 최종 결정에는 정치적인 해석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유불리에 따라 정책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며 "저희도 변화를 기대해 보는 의미로 토론회를 연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안 의원의 과학방역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지만, 방역정책은 사회 전체에 미치는 문제이기에 국가가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며 "질병관리청장이 국가가 책임질 수 없는 각자도생의 길을 얘기하면 이건 국가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고 결국은 전문가들에게 떠넘기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