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숙현 기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시행령 의결을 앞둔 26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의결 추진 중단과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경찰국 신설 문제를 놓고 대립해온 여야가 정부의 시행령안 의결을 기점으로 정면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권 경찰장악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통상 열리는 원내대표단 회의도 취소하고 용산으로 모였다. 이날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을 저지하기 위해 당력을 모은 것이다. 서영교 경찰장악 저지대책단장,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 등도 함께 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 대통령은 출근길에 경찰들의 집단 목소리를 놓고 국가의 기강 문란이라고 했다. 진정 국기문란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윤석열 정부 아닌가. 지난번에 경찰 인사를 가지고도 국기문란 표현을 쓰더니 '국기문란'이란 표현이 입에 붙은 모양"이라며 "대통령이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했으면 이런 상황이 왔겠나"라고 저격했다. 앞서 이날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항안부 경찰국 설치에 대한 경찰 서장들의 집단 반대 행동에 대해 "정부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취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집단 반발하는 것은 중대한 국가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또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조치가 내용상, 절차상 위법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조직법상 경찰 치안 사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 장관이 관장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고, 통상 정부 시행령은 40일의 입법예고 기간을 갖는데 관련 시행령을 4일 만에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 측근 이상민 장관이야말로 행정 쿠데타와 같은 발상을 보여주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이 장관이 경찰서장들의 집단 반발에 대해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단순 징계사유가 아니고 형사범죄 사건"이라고 한 발언을 비판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지금 대통령이 해야 할 건 고물가·고유가·고환율로 민생고를 겪고 있는 국민 삶을 살피는 것이다. 그런데 민생경제문제에 당장 해답을 찾지 못하니까 이런 정치적 문제로 국민 관심을 돌리려 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오늘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문제가 아니라 당장 국민과 14만 경찰 공무원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이제라도 경청하길 바란다. 경찰국 신설하는 잘못된 절차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대통령과 이상민 장관 경찰청장 후보자가 이분(집단 반발한 경찰 서장들)들에 대한 강제 징계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 또한 너무 과도하다"면서 "검찰은 되고 경찰은 안 된다는 건 도대체 무슨 논리인가. 당장 경찰에 대한 강제 징계 조치를 철회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며 "조속히 이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국민의 민생을 살피는 일에 집중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기자회견 후 대통령실을 직접 방문해 항의 서한도 전달했다. 행안위 야당 간사인 김 의원은 "대통령실에 전달해서 (경찰국 신설 시행령) 철회를 요청했다. 그리고 잘 전달하겠다는 말씀을 주셨다. 이런 불법을 현 정부가 저지르면 안 된다. 24만 경찰을 손아귀에 쥐려고 하는 부분은 민주당이 반드시 저지하고 국민과 함께 하겠다"며 다음 달 4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전후로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시행령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만큼 국회법에 따라 위법성을 근거로 정부에 시행령 시정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 상정하는 개정령안에는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이에 필요한 인력으로 경찰공무원 12명, 일반직 1명 등 13명을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되면 내달 2일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전국 경찰서장 190여 명은 지난 23일 회의를 열어 해당 법령 제정 절차를 보류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경찰 내에서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