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비판의 목소리를 과감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고개 숙이는 것에 너무 인색해선 안 된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더팩트>와 만난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이 최근 혼란스러운 당내 상황을 보고 내뱉은 쓴소리다. 1986년생인 천 위원은 당내 대표적인 '소장파'이자 '혁신 세력'으로 불린다. 그래서일까. 천 위원은 자신이 속한 '국민의힘'이 더 겸손하고 진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인선' 논란과 '당권 경쟁'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에는 "과감히 사과하고 고개 숙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출신인 천 위원은 지난 2019년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건전한 보수'를 대표하기 위해 정치권에 입문하고자 마음먹었다. 2020년 미래통합당이 추진하는 보수 야권 통합에 참여하며 중앙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가 주도해온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1호 영입 인사'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 대표의 중징계로 혁신위도 위기에 놓였다. 이에 대해 천 위원은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며 "혁신위에서 만드는 '혁신안'들이 책자로만 남는 유명무실한 것들이 아닌, 최고위와 소통해 '결과'로 남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천 위원은 또 최근 이 대표,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상황에 대해선 "청년 정치의 위기"라며 안타까워했다. '청년 정치'라는 아름다운 포장지로 이미지만 소비한 뒤, '토사구팽'하듯 내쫓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천 위원은 이 대표의 중징계를 두고 "윤리위의 참담한 실패"라고 직격했다.
대구 출생의 천 위원은 연고가 없는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험지를 택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스스로를 과대포장할 생각은 없지만 조금 더 의미 있는 도전을 하고싶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천 위원의 '지역구' 사랑은 애틋했다. '험지'로 꼽히는 호남에서 보수 정당이 당당한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고, 좋은 인재 선출뿐 아니라 지방선거 총선에서도 당선됐으면 한다는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천 위원은 "이번 지선에서 처음으로 국민의힘 출신 순천시의회 비례대표의원이 발탁됐다"며 "앞으로 민주당과 경쟁해 균형 있는 지역발전을 이루고 싶다"고 소망했다.
다음은 천 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처음 정치권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이전부터 갖고 있던 '건전한 보수 정당'의 필요성을 더 절실히 깨닫게 됐다. 왜냐하면 3~4년 전 보수정당에는 도저히 표를 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은 정부', '성장' 등 보수의 가치에 더 맞다 하더라도 말이다.
과거 '산업화'의 유산들도 더 이상 장점이 아닌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보수정당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했고, 뜻이 같은 사람들과 창당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당시 정병국 전 의원으로부터 '미래통합당' 제안이 들어와 본격 입문하게 됐다.
-국민의힘 '소장파'이자 '혁신 세력'으로 불린다. 그중 호남권 당협위원장을 맡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대구 사람으로서 '호남권' 지역위원장을 맡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었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웃음) 맨 처음 조직을 결정할 때 주변에서 '의미 있는 도전을 해보라'는 권유에 깊이 고민했다. 이에 이정현 전 의원의 좋은 권유로 순천에 자리 잡게 됐고, 지금도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전남' 지역은 보수 정당의 '험지'로 꼽힌다. 지난 대선과 지선을 거치면서 특별히 힘든 점이 있었나
많이 힘들었다.(웃음)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대표의 등장 이후로 크고 작은 변화가 보이긴 했지만 말이다. 지난 21대 총선에 출마했을 당시 3%의 득표율을 받았다. 3%는 사실상 '투명 인간'이 아닌가. 앞에서 명함을 찢거나 던지는 분들도 다수 있었다. 하지만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번 대선을 떠올리자면 당시 윤석열 후보에게 강한 반감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체적으로 '정권 교체론'이 우세한 상황이었음에도 (선거 운동 현장에) 사람 자체가 모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 지선에선 나름의 성과를 거두지 않았나 싶다. 이정현 전남도지사 후보가 곡성과 순천에서 3~40%대 득표를 받았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고, 특별한 의미가 있다. 특히, 순천에서 보수정당 역사 처음으로 비례대표 시의원이 나왔다. 2년 전에는 '과연 이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감사하다.
-호남권에서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론 당선되는 것이다. 하하~~ 큰 틀에서는 지금의 '호남 돌풍'을 이어가고 싶다.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지금의 '호남 돌풍'은 지속 가능해 보이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당선도 중요하지만 순천시의회, 기초단체장 등을 위해 천천히 꾸준한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무엇보다 특정한 개인의 능력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꾸준히 35~40% 이상 득표해서 국민의힘이 지역의 세력으로 부상했으면 한다. 이런 점은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양당 모두가 균형과 견제를 위해 노력하면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충천권처럼 호남지역도 '스윙 보터'로 거듭나 지역 균형발전 이슈의 중심이 되었으면 한다.
- 현재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혁신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함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많이 알려졌듯, 김용태 최고위원의 추천으로 들어가게 됐다. 빠르게 진행된 탓에 '1호 혁신위원'이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큰 의미는 없다.
계기는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회 활동을 하면서다. 공관위 활동을 하면서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들을 직접 목격했다.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구나'를 생각해보면 남 일 같지 않다고 느껴졌다. 공천 문제는 정치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한 지역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공천권자의 유불리에 의해 '컷오프가' 결정되는 일들이 더 이상 반복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또, 당의 조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40대 중후반까지 우리 당에서 '청년'이라 불린다. 진짜 청년 2030세대의 관심사와 이슈가 묻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정당이 사람을 어떻게 키워내고 발탁할 것인가. 어떻게 이슈를 발굴할 것인가에 문제의식을 느껴 참여하게 됐다.
-이 대표의 징계로 혁신위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떻게 생각하나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회의에 권성동 원내대표가 참석해 힘을 실어주기도 했지만 혁신위 내부에서 좋은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 최고위원들이 '혁신안'을 받아들일 만큼 말이다. 만약 최고위원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면, 여론의 공감을 얻어 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위에서 만드는 '혁신안'들이 책자로만 남는 유명무실한 것들이 아닌, 최고위와 소통해 '결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이준석 혁신위'라는 얘기에는 공감할 수 없다. 지금의 혁신위는 최고위원들이 한 명씩 추천했기 때문에 그 어떤 혁신위보다도 계파 논란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혁신위에서 '공천만 개혁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위 핵심이 공천인 것은 맞지만 목적은 최고의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다. 이 사람을 어떻게 공천하느냐가 결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공천만 부각된다'는 지적을 부담스러워하기보다는 오히려 즐겨야 한다. 핵심인 공천에서 좋은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면 제일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데, 견해가 궁금하다
윤리위의 참담한 실패라고 본다. 윤리위가 명확한 근거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100%를 만족시킬 순 없다. 하지만 우리 당 지지층의 70% 이상은 설득했어야 했다. 이 대표를 징계할 명확한 물증이 없었기에 5:5로 나뉘어 싸우고 있고, 결국 우리 당에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왔다. 이런 면에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으면 어떨까' '왜 이렇게 서둘렀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준석·박지현' 등 여의도 정치권 전면에 나섰던 청년 정치인들이 위기를 맞은 것 같다. 동의하나
청년에게 정치권은 항상 쉽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은 청년 정치인들에게 '위기'인 것 같다. 다만, 이 대표는 자신의 능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면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임명'된 인물이기에 다소 차이는 있다고 본다.
박 전 위원장도 민주당에서 필요가 다해 '팽' 당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과연 그의 '비대위원장' 임명이 정말 '청년 정치'를 위한 아름다운 동기로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586 용퇴론'을 외쳤던 '박지현'은 사라지고 그들은 굳건히 남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 당은 청년 정치의 부흥기라고 본다. '나는 대변인'을 통해 자기 능력으로 발탁된 친구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맘껏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준석 손수조 등등. 과연 최근 10년 동안 원외 청년 정치인이 우리 당에 두각을 나타낸 적이 있었을까. 앞으로 이 청년들이 원내로 진입한다면 우리 당의 축복이 될 것 같다.
-최근 당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돌파구는 무엇일까
우선, 우리가 여당이 됐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중도층을 포섭하려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지지율이 워낙 안 나오다 보니 오히려 지지층 결집으로 방향을 틀까 봐 걱정된다.
마지노선이라 불리는 지지율 40%대를 지키기 위해 중도층과 민주당 지지층 설득을 포기한다면 결국, 5년 만에 정권을 뺏기는 순간이 올 거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선 조금 흠이 있더라도 진솔하고 신뢰받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사람을 설득하는 가장 큰 힘은 '진솔함'이기 때문이다. 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진솔함'이 국민들에게 소구력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 있어 조금 인색한 것 같다. 애초 완벽한 정부는 있을 수 없다. '민주당보다 낫잖아요'라는 핑계보다는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진솔한 소통이 필요하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다음 총선을 위한 특별한 전략이 있나
최근 방송도 많이 하고 인지도도 많이 쌓이면서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생겼다. 하지만, 지역에 더 힘쓰는 것 말고 특별한 전략이 있겠는가(웃음). 개인의 능력을 키워 당선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에 좋은 인물들을 더 많이 모으고 싶다. 빠르다면 빠르지만 다음 지방선거 인재를 모집해서 그분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고, 순천에 국민의힘 당세 자체가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의 인력 기반을 통해 꾸준한 인재가 나오는 시스템도 설계하고 싶다.
이번 지선에서 국민으힘 출신 시의원이 나왔다. 제도권에서 사소한 민원도 해결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순천에서 '국민의힘'이 '관련 없는 정당'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사소한 민원부터 해결해 나가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이 쌓일 것이라 생각한다.
☞ 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누구? 1986년생으로 만 35세, 대구 출생이다. 고려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지난 2020년 미래통합당의 보수 야권 통합 당시 합류하며 중앙정치에 입문했다. 현재는 국민의힘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당 혁신위원회 인재영입 1호로 화제를 모았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에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