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윤석열 정부가 '사적 채용' 논란 수렁에 빠졌다. 채용 논란만 벌써 한 달째며 인물도 계속 새롭다.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등 돌린 여론을 되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30%대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할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여당이 '국민 눈높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적 채용 논란의 시작은 지난달 13일 김건희 여사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였다. 당시 김 여사의 공식 일정에는 사적 지인이 동행했을 뿐 아니라 코바나컨텐츠 출신 직원 2명이 부속실에 채용돼 김 여사를 수행했다. 김 여사의 사적 인연이 작용한 만큼 '비선 논란'까지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적 인연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17일 윤 대통령이 '조카'로 여기는 황 모 씨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서다. 황 모 씨는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 사업가의 아들이기도 하다.
지난 5일에는 '윤석열 사단' 출신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아내 신 모 씨가 '민간인' 자격으로 대통령 부부 해외 순방에 동행했다. 신 씨는 대통령 부부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바로 다음 날에는 윤 대통령의 외가 6촌 최 모 씨가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이은 사적채용 논란은 '보은 인사'라는 의혹으로 번졌다. 지난 12일 극우 유튜버 안정권 씨의 누나 안 모 씨가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사실이 알려졌다. 안 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남 사저 앞에서 고성과 욕설 시위를 벌인 극우 유튜버다. 지난 15일에는 윤 대통령의 또 다른 40년 지기 아들 우 모 씨가 대통령실 소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 모 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게 1000만 원을 후원한 인물이다.
사적채용 논란이 매번 반복됐지만 대통령실에서는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구체적이거나 명확한 해명은 없었다. 일례로 대통령실은 지난 13일 '극우 유튜버 누나 안 씨의 어떤 능력을 보고 채용했느냐'는 기자들 질의에 "확인해 드릴 내용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그분이 이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저희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집권 여당에서는 오히려 불 붙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윤 대통령의 40년 지기 아들 우 씨에 대해 "내가 추천했다. 장제원 의원에게 대통령실에 넣어주라고 압력을 가했다. 그래도 7급 넣어줄 줄 알았더니 9급이더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아서 미안하더라"라고 했다. 우 씨의 채용 과정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본인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이 사실상 수습에 실패한 사이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1∼15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33.4%, 부정 평가는 63.3%를 기록했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3.6%포인트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같은 기간 대비 6.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부정 평가가 60%대를 넘어선 건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번이 처음이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부여당이 '국민 눈높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빈 전 청와대 행정관은 19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통령실은 고물가, 고금리에 벼랑 끝으로 몰린 서민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며 "자질과 능력이 검증된 사람들로 구성돼 한치의 실수도 없이 제대로 운영돼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 전 행정관은 "윤 대통령은 그 무게와 책임을 이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국정운영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권한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고 누릴 수 있는 권리들만 한껏 누리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같은 날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켜야 할 건 분명히 지키되 사과해야 될 곁다리 같은 건 쿨하게 사과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불필요하게 안 좋은 방식으로 해명을 하다가 말이 꼬이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실 해명은 국민을 향한 해명이라기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논리에 반박하는 형태"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잘못된 건 깔끔하게 인정하고 국민들 눈높이에 맞추면 오히려 쉽게 갈 수 있다"며 "민주당과 싸우는 게 아니라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당정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숙고한다면 불필요한 논란들이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