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탈북어민 강제 북송 논란…국제법·헌법 위반?


범죄행위, 군 첩보 자산으로 파악…'귀순 진정성' 자의적 판단 쟁점

정치권에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논란이 뜨겁다. 12일 통일부가 북한 어민 강제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 공개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이 발생 약 3년 만에 정치권에 파장을 몰고 왔다. 국가정보원이 관련 조사를 서둘러 종료한 혐의로 서훈 전 국정원장을 고발하고, 통일부가 북송 당시 사진을 공개한 데 이어 대통령실은 "국제법과 헌법을 모두 위반한 반인도적 반인륜적 범죄행위"라며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정원 압수수색에 나섰고, 여당인 국민의힘도 국정조사와 특검 등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흠집 내기"라며 강력 대응 태세다. 정쟁화할 경우 신구 권력 갈등으로 비화하면서 여야 대치가 극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어느 때보다 논란 속 진상 파악이 중요해졌다.

해당 사건은 정부 합동조사를 통해 우리 해군에 나포된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했고 귀순 진정성이 없다고 결론, 나포 5일 만에 판문점을 통해 북측에 넘긴 사건이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북송된 A(22세), B(23세)는 지난 2019년 8월 중순께 함경북도 김책항을 출항해 러시아 해역 등을 다니며 오징어잡이를 하던 중 가혹 행위 등을 이유로 선장을 살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나머지 15명도 추가 살해하고 도주하다 2019년 11월 2일 북방한계선(NLL) 이남에서 붙잡혀 강원 동해 군항으로 나포됐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예결위에 출석했던 김유근 당시 청와대 안보실 1차장 휴대전화에서 "이날 오후 탈북어민을 북송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되면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논란의 쟁점은 △탈북 어민의 동료 살해 범죄 파악 경로 △귀순 진정성 △북송 관련 국제법, 헌법 등 법 저촉 여부 등 크게 3가지다. 2019년 사건 당시 정부합동조사 결과와 관계자의 국회 보고 회의록, 법조계 의견 등을 참고해 논란을 짚어봤다.

◆"16명 살해 흉악범 주장 출처는 北?..."SI 활용해 파악"

강제 북송 사건은 '북한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우리 군에 붙잡혔다'는 점이 논란의 시작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4일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여전히 탈북 어민을 흉악범으로 표현하며 강제 북송이 옳았다고 주장한다. 탈북 어민이 살인자라는 주장의 출처는 바로 북한이다. 북한 주장을 그대로 믿지 말고 검증부터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측 주장을 토대로 당시 정부가 이들의 범죄를 단정했다는 의미인데, 엄밀히 따지면 사실이 아니다.

국회와 국방부 등에 따르면 군 당국은 북송된 2명의 살해 범죄를 특수정보(SI: Special Intelligence)를 활용해 파악했다. 북송 당일인 7일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은 국정원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기자들과 브리핑에서 이들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며 파악 경로에 대해 "(국정원으로부터) 그 과정을 들었지만 우리 군과 안보와 관련된 문제여서 공개할 수는 없다"며 "조사가 철저히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국회 국방위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넘어온 사람이 북한의 살인 사건과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었느냐. 북한 측과 타진 안 해봤으면 알 수 있는 사안이 아니지 않느냐'는 박맹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 물음에 "거기(북한)하고 타진해서 한 게 아니다. 저희가 SI정보로 확인했다"며 우리 측 첩보 자산을 통해 확인했음을 분명히 했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도 외교통일위에 출석해 "정부는 첩보를 통해서 이들이 살인 후 도주 중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고 2명의 분리신문 진술이 일치했다. 또 인원 추방 관련한 협의 과정에서 북측이 이들의 살인을 인지한 상태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1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흉악범이라는 확신은 북한 측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 "그건 정말 우리 군의 첩보 자산에 대한 무지와 신뢰가 없는 것"이라며 우리 군의 SI 등을 통해 파악했음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북송된 이들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며 귀순 진정성이 없어 북에 돌려보냈다고 주장하지만 자의적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다.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흉악 범죄 북한 주민 북송 관련 팩트체크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 오른쪽부터 황희, 김병기, 이용선 위원, 김병주 단장, 윤건영 위원. /남윤호 기자

◆"귀순 진정성 없었다"...'자의적 판단'이 쟁점

'강제 북송 사건'에서 당사자들의 귀순 의사 여부는 중요한 사안이다. 윤석열 정부가 '진실규명'을 들고나온 주요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통일부 사진 속 어민들이)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은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던 문재인 정부 설명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실 발표와 달리 '북한 어민이 귀순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을 취한 적은 없다. 당시 통일부는 국회 보고에서 "이들이 보호를 요청하는 취지를 서면으로 제출한 사실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문 정부는 이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우리 해군에 발견된 후인 2019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이틀간 귀순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채 도주했고 △해군 특전요원들에 의해 제압됐으며 △해군 제압 과정에서 이들 중 1명은 삶을 포기하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한 점 △동료 살해 직후 "일단 돌아가자, 죽더라도 조국에서 죽자"고 결의해 김책항으로 돌아갔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었다.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정부는 범죄 사실, 범죄 후 북한 내 행적, 나포 과정 등 관련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 정부의 추방 결정에는 이들의 '살인 행위'에 대한 국내 처벌이 어렵다는 점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당시 통일부 장관은 "정부는 이번 사안에 있어 국가의 기본적 책무인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여 우리 국민이 위협에 노출될 개연성을 차단하고자 했다"며 "흉악범 도주라는 새로운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이들을 추방한 것(2019년 11월 7일 외통위)"이라고 했다.

한국 형사법상 이들의 범죄를 입증할 증거가 제한적이라 처벌 가능성이 희박해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살인 등 중대 범죄자에 대해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제난민법과,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상 '비보호 대상'으로 규정한 입법 취지를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의 '귀순 진정성'이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좌우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통일부에 따르면 탈북해 귀순한 북한 주민 가운데 △항공기 납치, 마약거래, 테러, 집단 살해 등 국제형사범죄자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이달 1일 기준 23명에 달한다. 이들이 북송된 2명에 비해 범죄 혐의가 가볍다고 할 수 없지만, 정부의 '귀순 진정성'에 대한 판단이 추방 운명을 가른 셈이다.

여권은 북송된 2명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범죄 입증 기간이 충분해야 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의도적으로 귀순 의사를 은폐하고 서둘러 북송했다는 입장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에 흉악범이라면 귀순에 100% 진정성이 있는 것이다. 흉악범이면 북한에 돌아가면 고문에 총살인데, 한국에 남고 싶지 누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겠나"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에서도 국제법 위반을 주장하고 있어 강제 북송 논란에 대한 위법 논란은 한층 뜨거울 전망이다. 1일 탈북어부 강제북송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北인권단체들의 행동대책 : 탈북인권단체총연합회 특별세미나에서 환영사하는 한기후 국민의힘 사무총장. /이선화 기자

◆흉악범이라도 강제 북송은 헌법·국제법 위반? "명백한 위반" vs "개념 확정 필요"

여권은 문재인 정부가 유엔(UN·국제연합)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 규범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해당 조약 3조에는 "고문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의 추방·송환·인도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도 2019년 당시 우리 정부가 북한 어민 2명을 북송한 것에 대해 '국제인권 규범 위반'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입장문을 통해 "범죄 행위가 있다고 해서 개인의 난민 지위가 자동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범죄 행위는 난민 지위를 반드시 인정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사람의 범죄 행위가 확인되기도 전에 범죄자로 낙인찍어 북한으로 송환한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함한 이들의 권리를 부인한 것"이라며 "비인도적일 뿐만 아니라 법규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다시 불거진 데 대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지금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책임자를 고발하고 있어서 자세하고 공식적인 수사 결과가 나왔을 때 추가적인 입장 표명이나 활동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은 헌법 3조 영토 조항을 근거로 "우리 헌법상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라 북한 주민 모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강제 북송은 헌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선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위헌 의견이 갈린다.

김선택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 3조는) 대법원에서 이미 결정 난 것이다. 대한제국 말기에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의 후손은 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는 것으로 간주한다. 헌법재판소에서는 북한의 국가 지위를 인정한 적은 없고 외국에 준하는 지위를 이야기한 적은 있다. 교류할 때 법률이 없어 북한을 어떻게 취급할지 모르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국가 지위를 인정할 경우) 큰일이 날 수 있다. 만약 북한에서 큰 사태가 발생해 중국이 북한 영토의 자기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어서 (그에 대비해) 우리 영토권이 미친다는 것을 확실하게 확보해야 한다. 또 남북 간 무역을 할 때도 외국 취급을 하게 되면 북한을 함부로 원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탈주민보호법 상 비보호 대상이었다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서도 "북한 이탈 주민 보호 정착 지원 법률 상의 보호는 일종의 사회보장 혜택 같은 것"이라며 "(해당 법률상 비보호 대상과) 북한 이탈을 해서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정부가 보호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헌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헌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그렇다.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느냐 안 보느냐 그 문제인데, 사실 그 부분은 아직 우리의 경우에는 헌법적으로 명확하게 판정된 게 없다. 여태까지는 헌법 3조에 따라서 '북한 주민도 한국 국민'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 지위는 여전히 이중적"이라며 "헌법재판소 결정처럼 (북한이) 교류 협력의 대상이기도 하고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기도 하기 때문에 애매한 상태에 있다고 봐야 한다. 헌법적인 확정이 필요한 개념"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탈북자 강제송환의 적법성을 떠나 정부가 성급히 결정내렸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아무리 급해도 국가권력이 신병을 확보해 한국 영토로 데려온 이상 한국 법에 따른 절차적인 보장은 해줘야 한다. 적어도 그 사람들에게 변호사 선임 등 사법적인 권리 보호 절차를 거치거나 기회를 주는 게 맞는데 그게 전혀 없었다는 게 문제다. 국민 정서가 형성될 만한 시간도 없었다"라며 "국제법을 적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남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국제법상 기준보다 더 강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한 사람의 신병을 정권의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판단하는 건 문제가 있다. 흉악범이냐 아니냐는 이 사건에서 중요하지 않다. 흉악범이라도 인간으로서 대우했는지 정치적인 계산의 수단으로 대우했는지를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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