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이 11일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권성동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로 당을 운영하기로 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이 대표에 대해 징계 결정을 내린 지 사흘 만이다. 권 원내대표 중심의 지도 체제가 정해지면서 당은 빠르게 수습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추인하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채택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당력을 모으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 추진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의 내용도 결의문에 담겼다. 소속 의원 다수가 대내외적 복합 위기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당내 분란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길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민생을 제대로 챙기는 정당이 되는 것"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환골탈태의 각오로 변화하고,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철학과 비전을 보여드리고 정책으로 실천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권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초선·재선·3선 이상 선수별로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의 징계에 따른 당내 혼란 수습책과 진로를 논의했다. 각 모임에선 당 위기 극복을 위해 직무대행 체제로 당을 수습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성 의원은 국회에서 초선 의원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 상황을 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공통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극심했던 당 혼란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봉합 수순에 접어들게 된 것은 지지층 이탈 가속화 등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급락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운명공동체라는 측면에서 국민의힘은 정부의 정책 성과를 위해 의기투합한 셈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4~8일 전국 18세 이상 2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37%였고, 부정평가는 57%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6%포인트 하락한 40.9%, 민주당은 1.5%포인트 오르며 41.8%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6주 연속 하락, 14주 만에 민주당에 선두를 내줬다.
당 일각에선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 잡음이 새어 나올 가능성은 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박수영 의원은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헌에 따라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는 게 제 입장"이라며 "6개월 뒤 (이 대표가 복귀하면)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5선 조경태 의원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전당대회를 열어 새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헌·당규 해석에 따라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 과정에서 비대위 구성,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한 의원이 있지만 그야말로 소수 목소리에 그쳤다"고 밝혔다. 의총 모두발언에서도 "당 기획조정국에서 법률전문가 조언을 받고 축적 관례를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당원권 정지는 당 대표의 '궐위'가 아닌 '사고'로 임시 전당대회를 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런 견해에 대해 최고위도 동의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