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두 달밖에 안 지났지만,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희망이 옅어지고 있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민생 경제의 어려움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인사 논란 등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말'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많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인사 실패 논란과 관련해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라면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냉정하게 정부의 인사시스템을 들여다보지 않고 그저 문재인 정부와 비교 우위를 강조하는 언사는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전 정부와 다른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쓴소리가 나와 눈길을 끈다. 박민영 대변인은 5일 페이스북에 "여야가 오십보백보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서로를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하는 작금의 상황은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고 한탄했다.
특히 박 대변인은 "여야가 음주운전 전과자를 장관으로 임명하고, 당의 대표로 추대하는 상황에서 어찌 음주운전을 문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나. 성추문 인사가 연이어 임명되는 상황에서 어찌 민주당의 성범죄를 비판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만취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박순애 부총리와 과거 회식 자리에서 제자를 상대로 성희롱한 의혹을 받는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 구성원들이 입을 꾹 닫는 상황에서 박 대변인의 탄식은 여느 국민 상식과 다를 게 없다. 연거푸 터지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 논란에 '과연 문재인 정부와 다른 게 뭐냐'는 항의성 여론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보조를 맞추고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6일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의 내각 인사는 스스로 정한 (능력과 전문성)인사 기준에 미달하는 후보는 없었다"며 야당의 부실 인사 비판을 반박했다.
민간인 신분의 대통령실 직원 부인이 윤 대통령의 내외의 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수행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은 '방어벽'을 쳤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도 방탄소년단을 동원했다"며 옹호했다. 마찬가지로 전 정부를 들이댔다. 민간인이 대통령 1호기를 타고 동행했다는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고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여론과 동떨어진 인식이다.
국민의힘의 판단이 아쉽다. 국민은 전 정부와 다른 윤석열 정부를 기대했을 것이다. 국민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정부·여당의 손을 들어준 것은 '전 정부 잘못' 타령이 아니라 '제발 좀 잘해보라'는 의미가 컸다. 국민의 기대와 달리 '내로남불'을 시전한다면 이를 곱게 바라볼 국민이 있을까. '약'이 될 수 있는 건전한 비판과 쓴소리를 주저한다면 국민은 정부·여당을 향해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문득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모임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주최 강연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당시에는 좀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좀 생각이 달라진다.
"국민의힘은 원래 뿌리가 대통령 정당이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소속된 많은 의원은 오로지 대통령만 쳐다보고서 사는 집단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