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사 집회' 개이모들 "전대 룰 변경은 이재명 죽이기…수박들 내쫓자"


민주당 당사 앞 200여명 운집…계파 갈등 격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200여명이 5일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 모여 비상대책위원회의 8월 전당대회 규칙 변경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였다. 집회 발언자들은 이번 비대위의 결정은 당내 주류인 친문과 586세력의 기득권 지키기가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당사 앞에 모여 수박을 늘어놓은 민주당 지지자들. /여의도=박숙현 기자

[더팩트ㅣ여의도=박숙현 기자] "수박들 더 이상 함께 안고 갈 수 없다. 이들을 민주당에서 내쫓아야 한다."(2022년 7월 5일, 민주당 당사 앞 집회 발언)

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 민주당 지지자 200여 명이 운집했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가 마련한 8·28 전당대회 규칙 일부를 비상대책위원회가 뒤집자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비대위의 이번 결정을 "86세력(80년대 학번·60년대생)과 친문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규정하고 수정안을 내놓을 때까지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이날 오후 2시께 30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에도 민주당 당사 앞에는 지지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당사 앞을 기준으로 약 100미터까지 길게 줄지어 앉았다. 시민단체 '밭갈이운동본부'가 주최하고 개딸(개혁의딸)·냥아들(양심의아들)·개이모(개혁의 이모) 등이 대거 참여한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200여 명의 참여 인원 중 40~50대가 대다수로, '개딸'로 대표되는 2030 여성은 10여 명 눈에 띄었다. 이들은 땡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뜨거운 아스팔트 길 위에서 집회 발언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태현 '21세기 조선의열단' 단장은 "지금 민주당이 수박밭이 되어버렸다"면서 "국민의힘도 안 하는 걸 민주당에서 스스럼없이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장 민주당은 이번에 새로 개정한 '최고위 지역할당제도'를 바로 폐기해야 한다. 중앙위 컷오프제도 바로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이번 비대위의 결정이 '이재명 죽이기'라고 단언했다. 김 단장은 "이 모든 게 바로 이재명 의원을 죽이려고 하는 행위다"라며 "지금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한민국의 엘리트 집단주의자들은 이 의원이 자신들의 학벌이 아니고 자신들이 원하는 기득권 카르텔에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치려 하고 있다. 우리가 민주당의 수박들을 뽑아내자"라고 했다.

이어서 단상에 오른 이종원 개혁국민운동본부 대표는 이번 비대위의 결정에 86세력과 친문의 결탁이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왜 이 사태가 벌어졌나. 586운동권의 대부 격인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 그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합작을 해서, 우상호의 전대협이 사실상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번 전대 룰에 손을 댔다. 운동권 기득권을 찾기 위해 배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고위원 선거에 행사하는 2표 중 1표를 자기 지역에 속한 후보에 투표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 "민주당에서 권리당원과 대의원이 가장 많은 지역이 호남인데, (호남에 지역구를 둔) 송갑석 의원을 밀기 위함이다. 우 위원장의 직계인데, 송 의원을 선임 최고위원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은 586운동권과 과거 친문이라고 자처했던, 지금은 낙지계라고 하는 사람들이 손을 잡고 지금 이 전당대회 룰을 건드린 것이다. 결국 중앙위에서 자기네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3명 추려서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8월 전당대회를 100% 전당원 투표제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숙현 기자

지지자들은 집회 도중 연신 "중앙위 컷오프 철회하라" "우상위 최고위원 지역할당 웬말이냐" "민주당은 대의원제 폐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또 수박 모양 풍선을 들거나 수박을 실제 나눠 먹기도 했다. 지지자들이 당사 앞에 늘어놓은 수박에는 '우상호' '박지현' '이낙연' '윤호중' '설훈' 등의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로, 강성 지지자들이 주로 이낙연계 의원들을 비하하는 말로 쓰인다.

주최 측은 비대위가 이번 결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당사 점거도 예고했다. 김학현 밭갈이 운동본부 대표는 "오늘 새벽에 넘어가려고 했는데 여러분과 많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한발 물러섰다. (비대위가) 계속 잔머리를 굴린다면 당사를 점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4일) 전준위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서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비대위는 이를 뒤집고 현행처럼 중앙위원 투표만 100%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또 비대위는 최고위원 선출 시 행사하는 1인 2표 중 1표를 자신이 속한 권역 출신 후보에게 행사하도록 안건을 수정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계 의원과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비대위가 당무위 의결로 이를 밀어붙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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