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지현 출마 불허…朴 "비대위의 자가당착" 불복


"당규 따르겠다"던 박지현 불복에 역풍 우려도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벨트 결과 공유 파티 용감한 여정에 참석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달걀로 바위 치기'가 예상됐던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8·28 전당대회 출마가 무산됐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박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피선거권 자격 예외를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당내에서는 짧은 정치 경력과 당내 기반 부족을 이유로 박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를 두고 부정적인 기류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은 비대위 결정에 사실상 불복 선언을 했다.

4일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오전 비대위에서 박 전 위원장의 출마를 위한 예외 조항을 당무위에서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판단 이유로 "비대위원들은 박 전 원장이 소중한 민주당의 인재이지만,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한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당직 피선거권을 가지려면 이달 1일 기준으로 6개월 이전에 입당한 권리당원이어야 한다. 지난 2월 14일 입당한 박 전 위원장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앞서 당규 위반 논란을 두고 박 전 위원장은 당규에 나오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며 자신의 출마를 위해 당헌·당규를 고치자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이와 관련해 박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당규에 나오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며 자신의 출마를 위해 당헌·당규를 고치자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도 당무위원회 의결에 따라 경기지사 경선에 참여했었다고 덧붙이며 "당규에 따라 처리해 주시면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비대위의 박 전 위원장 '예외 인정 불가' 결정에는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오섭 대변인은 비대위 회의 후 "비대위원들이 투표의 과정을 거치지는 않았으나 의견을 통일했다"며 김동연 지사의 경우는 "합당을 전제로 당의 후보로 출마하게 된 김 지사의 사안과 이 사안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에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의원은 무엇이 두려우신 것인가"라고 따져 물으며 비대위 결정에 불복하는 글을 올렸다.

이어 박 전 위원장은 "설마 27세 전 비대위원장이 당대표가 돼 기성 정치인들을 다 퇴진시킬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며 "오늘 비대위의 결정은 당의 외연 확장과 2024년 총선 승리는 안중에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비대위의 빠른 결정에는 전당대회를 둘러싼 '잡음'은 최대한 줄이고, 체계적인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체제 전환'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 비대위원은 "박 전 위원장이 불출마하는 결정에 대해 내부 이견은 없었다. 논의를 길게 끌 바에야 빨리 발표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판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이야기는 그가 지방선거 패배 총사퇴 후 20여 일 만에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징계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메시지를 내면서부터 나왔다. 당내에서는 △6개월이 채 안 되는 정치 경력 △당내 기반 부족 △메시지의 일관성 부족 등을 이유로 박 전 위원장의 출마를 반대하는 기류가 형성됐다.

박 전 위원장은 최근 이재명 의원이 젠더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며 이 의원을 지지했던 대선 때와는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남윤호 기자

박 전 위원장은 최근 이재명 의원이 젠더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며 이 의원을 지지했던 대선 때와는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대선 당시 자신의 주요 지지자층이었던 '2030 여성'들을 자신의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 한 라디오에서 박 전 위원장은 "제가 대선 때 정말 열심히 2030 여성 표를 모으기 위해서 뛰었는데, 대선 이후 지선을 거치면서 이 의원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선 때 저랑 디지털 성범죄 등 이런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을 몇 번이고 약속하셨는데, 박완주 의원 제명권이나 최강욱 의원 사건 등에 대해서 거의 어떤 말도 하시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박 전 위원장이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자 '친명(이재명)'계로 꼽히는 김남국 의원은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이 청년 정치를 외치면서도, 역설적으로 청년들이 주요하게 생각하는 '공정'의 뇌관을 건드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대표 출마 자격은커녕 출마 요건도 안 되면서 출마를 결심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한 예외를 특별히 인정해달라니 너무 황당하다며 제발 억지 부리고, 떼쓰는 정치 좀 그만해 달라고 박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 /남용희 기자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대표 출마 자격은커녕 출마 요건도 안 되면서 출마를 결심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한 예외를 특별히 인정해달라니 너무 황당하다"며 "제발 억지 부리고, 떼쓰는 정치 좀 그만해 달라"고 박 전 위원장을 비판했다.

30대 남성 청년 초선인 전용기 의원도 박 전 위원장 관련 비대위 결정 이후 페이스북에 "당연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 의원은 "자격이 없는 사람이 예외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다른 사람한테 원칙, 자기한테는 비원칙과 특혜. 그것이야말로 '온정주의' 아니겠냐"고 일갈했다.

전 의원도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박 전 위원장이 말했던 청년정치와 쇄신답게 당의 이번 원칙적인 결정을 반발 없이 수용하시어 더이상 백색소음을 유발하지 않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 전 위원장 출마를 무산시킨 비대위 결정이 '청년정치 기회 제공' 측면에선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박 전 위원장에게 비대위를 맡길 때에는 (박 전 위원장이 당원이 아님에도) 당의 요청이 있었던 것 아니냐"면서 "(당규가)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고, 본인(박 전 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 아예 기회 자체를 열지 않는 것이 일관성이 맞는가 하는 생각은 드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히며 예상보다 빨리 정치 행보를 보인 것이 독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선화 기자

일각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히며 예상보다 빨리 정치 행보를 보인 것이 독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기에 '결과를 기다리겠다'던 박 전 위원장이 행여나 비대위의 결정에 불복 의사를 밝힌다면 이에 대한 역풍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 위원장이 규정에 따라 고심해 판단한 것에 대해서 박 위원장도 승복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불복 의사를 밝힌다면) 당내뿐 아니라 당원들로부터도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평론가는 "지선 당시에도 당내 분란이 야기됐고, 전당대회를 앞두고도 박 전 위원장이 당심을 잃어버린다면 본인에게도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박 전 위원장은 이미 당의 자산이기 때문에 (8월 이후) 당내에서 다른 청년 정치인의 방식으로 방향을 마련할 수 있다고도 본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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