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피살 사건' 공방 가열…'진상규명' 사활 건 민주당


국회 멈춤 속 여야, 정부 부처 돌며 여론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여야가 정부 부처를 경쟁적으로 방문하며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더불어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태스크포스(TF) 의원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21대 국회 원 구성이 지연되는 가운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여의도를 떠나 경쟁적으로 정부 부처를 방문하며 '진상규명' 여론전에 나섰다. 특히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관련 부처 순회 방문을 예고하면서 방어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여야 장외 여론전이 치열하다. 문재인 정부는 해수부 공무원 故 이대준 씨가 지난 2020년 9월 서해 해역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것과 관련해 '자진 월북 추정'이라는 결과를 발표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이를 뒤집으면서 정쟁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윤 정부 입장을 이어받아 문 정부가 고인을 '월북 몰이'하고 사건의 진상을 은폐·왜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국방위, 외교통일위 등 국회 전반기 관련 상임위 의원들로 '서해상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를 구성해 활동 중이다. 발족 이후 TF는 해양경찰청(22일), 국방부(23일), 통일부(28일), 외교부(29일)를 연달아 방문해 사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입장을 청취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건의 국제 사회 공론화와 진상 규명을 위해 미국과 유엔(UN), 유럽연합(EU) 등을 방문할 계획도 밝혔다. 미국 측에 북한에 대한 민사보상, 배상을 추징할 수 있는 법적 절차가 있는지 검토하고 9월 UN총회 때 북한 인권문제가 다뤄질 수 있도록 호소하겠다는 차원이다. TF는 지난 2~3일에는 유족들과 함께 사고 현장인 연평도 등 주변 해역을 살핀 후 "피격 당일 청와대와 국방부가 해군과 해경에 엉뚱한 곳을 수색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부처 방문과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토대로 문재인 정부 시절 해경이 월북의 증거라고 발표했던 국방부 감청자료와 이 씨의 슬리퍼·구명조끼·부유물·도박 빚, 실종 당시 조류 방향 등의 근거가 모두 조작·과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2억6800만 원 정도라고 했던 고인의 도박 빚 규모가 과장됐고, 감정 정보에서 '월북'이라는 표현은 단 1회뿐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국민의힘은 "월북 추정의 원칙이 적용됐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또 국방부가 고인의 시신 소각 관련 입장을 '확인'에서 '추정'으로 바꾼 데는 당시 서주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 전 차장을 비롯해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문 정부 당시 안보라인 핵심 인사인 '3서'(徐)가 월북몰이를 주도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피살 당시 군 당국의 서면보고 후에도 고인의 사망 전까지 6시간 동안 문 전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그러면서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야당에 제안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라인이 월북 정황 왜곡을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TF 유족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군에 피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와 악수를 하고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국회사진취재단

이에 맞서 민주당은 뒤늦게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의원을 단장으로 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어 국방부와 해경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 1일 용산 합동참모본부를 찾았다.

민주당은 이날 부처 방문 결과를 토대로 최근 해경과 국방부가 '월북 판단'을 번복한 것은 국가안보실 지시에 의한 것이며 국방부가 합동참모본부를 '패싱'하고 새 증거나 정황 없이 임의로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김태효·신인호 차장이 특별취급정보(SI)를 열람한 사실만 있을 뿐, 합참의 판단은 국방부에 전달된 정황이 없어 안보실의 입김이 국방부가 입장을 바꾸게 된 배경이라는 추정이다.

또 국민의힘이 합참에 월북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한 보고서가 있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수색작전 단계에서 작전본부가 실종이라고 표현하긴 했으나 그것은 첩보 분석과는 성격이 다르다. 합참 정보본부의 보고서는 (월북 추정 판단을 내린) 9월 24일 보고서가 유일하다,(이용선 의원)"고 반박했다.

다만 진상규명을 위한 정보 공개 범위에 대해선 대통령기록물 대신 한발 양보해 SI까지 포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병주 의원은 합참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합참에 열람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내용 공개의 허가권자가 누구인지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열람과 공개 권한자를 확인하면 강력히 요구해 열람하고 진실규명에 가까이 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유족을 앞세운 국민의힘 공세에 밀린 모습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관련 기관을 방문해 사실확인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유엔인권사무소에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만나 기념촬영한 유족 이래진 씨, 유족 측 김기윤 변호사. /뉴시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입장 번복에 대해 "이전 정부 흠집 내기"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유족을 앞세우면서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유족 측은 민주당이 4일까지 대통령 기록물 공개를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거나, 13일까지 국회 의결이 되지 않으면 문 전 대통령을 즉각 고발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월북을 인정하면 보상해주겠다'고 회유를 시도했다고도 주장했다. 국제사회 공론화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달 28일에는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만났다. 또 북한에서 구금됐다가 석방 후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 씨 유족 측과 연대를 추진하고 오는 9월 아시아인권의원연맹 초청으로 미국 의회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회가 멈춘 상황에서 정부 방문을 통해 '사실확인' 방어전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TF 위원인 이용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금은 상임위가 없어서 임시로 TF를 만들어서 입장을 발표하고 팩트체크(사실확인)를 기관마다 다니면서 하고 있다. 다음 주 화요일(5일) 국방부, 그 직후에 해경 방문 일정이 잡힐 것 같다. 이후 종합발표할 예정"이라며 "상임위가 구성되면 TF 내지는 해당 상임위에서 이 문제를 국정조사하든 국정감사하든 상황 진전을 봐서 대응하도록 계속 경각심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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