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인수위원회(인수위) 체제를 끝내고 내달 1일 경기도지사에 공식 취임한다. 최근 김 당선인은 경기도지사로서는 경기를 향한 헌신 의지를 다지고, 정치인으로서는 '정치교체'와 '국무회의 배석'을 외치며 당 안팎으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모습이다. 직전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이 경기도정을 통해 입지를 다진 만큼, 김 당선인도 향후 도지사 이력을 거쳐 차기 대선 '잠룡'으로 떠오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모인다. 김 당선인은 이 의원과의 단일화를 연결고리로 민주당에 입당했지만, 당선 이후 이 의원과의 차별화 행보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을 앞둔 김 당선인은 이틀 연속 여의도에 모습을 보였다. 29일 그는 '더불어민주당 광역·기초자치단체장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해 "경기도를 위해, 경기도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마지막으로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경기도정에서 충분히 실현해 민주당의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면서 의지를 보였다.
전날(28일)에도 국회를 찾았다. 지난 8일 이재명 의원과의 회동 이후 20일 만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와 김 당선인의 단일화 당시 '통합정부·정치교체'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인 '정치교체 추진위원회' 2차 회의에 공동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 당선인은 '정치교체'를 연신 외치며 현 대한민국의 '승자독식 정치구조'와 '기득권'을 타파해야 한다고 당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어 이 의원과 대선 단일화 당시 합의문에 새겼던 △권력구조·선거제 개편을 포함한 정치개혁 △주택과 교육 문제 해결 △공통공약 추진위원회 설치 등을 언급하며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당시 공동 합의문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저희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가진 기득권부터 내려놓으면서 솔선하고 성찰과 반성을 해 변화와 개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먼저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며 작게는 민주당을 바꾸는 일, 크게는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가치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 당선인에 대한 당의 지원사격도 눈길을 끌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오늘 회의를 시작으로 민주당의 혁신과 정치교체를 향한 발걸음에 보다 속도를 내겠다"며 김 당선인의 '정치교체'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 의원도 행사 당일 밤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당의 제1판단기준은 '개혁에 도움이 되냐 아니냐'야 한다"라며 "김 당선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경기지사직 인수위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지사가 국무회의에 배석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재 서울시장만 참석할 수 있는 국무회의 배석 권리를 경기도지사에게도 달라는 내용이 골자다. 앞서 김 당선인도 지난 3월 있었던 경기지사 출마 기자회견에서 "서울보다 인구가 400만명이 더 많고 경제 규모도 큰 경기지사가 국무회의에 들어가지 못하고 국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직접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김 당선인의 국무회의 배석이 이뤄질 경우, 국무회의에서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 당선인의 대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또 김 당선인이 향후 국무회의 참석을 통해 국정 운영에 도움을 주는 등 '중앙 정치'에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겠냐는 기대도 모인다. 이전 지사인 이 의원의 경우에도 지사 시절, 경기지사의 국무회의 배석을 요구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경기도 관련 현안이 다뤄질 경우에 한해 도지사 배석이 허용됐다. 이 의원은 2019년 12월과 2020년 3월 두 차례 국무회의에 배석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광역단체장 자리를 유일하게 지킨 김 당선인을 차기 '대권 주자'로 키우면서, 벌써부터 이 의원과의 '차기 대권 경쟁 구도'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연장선에서, 최근 인수위 구성을 두고는 김 당선인이 이 의원의 흔적을 지우는 차별화 전략에 나섰다는 평가도 지배적이다. 지난 9일 김 당선인 측은 염태영 전 경기 수원시장,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가 공동인수위원장을 맡고 김용진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외에 20명의 인수위원 대부분이 교수 등 해당 분야 전문가로 꾸려졌다고 알려졌다. 상임고문단에는 정성호 총괄상임선대위원장과 안민석·조정식 상임선대위원장, 박정 총괄선대본부장 등 선대위 현역 의원들을 위촉했다.
김 당선인의 인수위 명단이 알려지자 통상 '정치색'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도지사 인수위 구성과 확연히 달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특히 6·1지방선거 직후 김 당선인 측에 인수위원을 추천했는데, 김 당선인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김 당선인 측은 관련해 "전문성과 실무능력을 중심으로 인수위원을 구성했다"고 인수위 구성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지선까지만 해도 '이재명계'로 채워졌던 일부 인사들이 당선 이후 뒤로 후퇴한 것이다.
당 내부에선 김 당선인의 한 달 간 행보에 대해 기대를 보이면서도 '앞으로의 4년 도정'이 중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인수위원은 "김 당선인은 경제부총리를 하면서 국정 관련 각 분야를 다뤄봤기 떄문에 도정 업무도 잘 할 거라고 본다"며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많은 현안들이 있어 균형 감각과 행정 능력을 갖춘 김 당선인이 잘 해내리라 기대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경기 지역구인 재선 의원은 '이재명계'가 빠진 인수위 인선을 두고는 "그분(김 당선인) 나름대로 경기도정을 이끌어가려고 하는 방향이 있으니 그럴 수 있다고 본다"며 국무회의 배석 요청에 대해서도 "경기는 서울시보다 땅도 넓고 인구가 많으니 충분히 요청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김 당선인의 향후 중앙 정치 행보에 대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면서도 "이제 경기지사가 됐으니 (일단은) 도정을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