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평택=신진환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면담 요청을 거절하면서 앞으로 만남을 요청할 경우 사전에 의제나 사유를 알려달라고 통보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대통령실과 당 사이 불화를 일으키기 위해 누군가 의도적으로 익명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 기념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연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그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어제(28일) 그 보도에 대해 누가 말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발언이고, 바로 대통령실에서 그와 상반된 입장이 나온 것으로 안다"며 "지금까지 윤 대통령에 대한 언급을 제가 먼저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날 국민일보는 여권 핵심 관계자가 '이 대표가 최근 윤 대통령에게 면담 신청을 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앞으로 만남을 요청할 경우 정확한 의제나 사유를 사전에 밝혀줄 것을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이 대표는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해당 보도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일축한 뉴스1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저는 가만히 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메시지 혼선을 계속 가져올지 의문"이라며 "국민일보에 등장한 '여권 핵심관계자'는 누구였을까"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매번 이런 것들이 익명 보도로 튀어나오면 대통령실에서 반박하고 제가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 지방선거 이후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민께서도 앞으로 익명 발(發)로 나오는 인터뷰는 어지간해서는 무시하는 편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인선을 두고 갈등을 빚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016년 총선을 언급하며 "이 대표가 나름대로 선거 패배에 대한 상처가 있을 것"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도 날 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안 의원은 2016년에 살고 계시는가 보다. 평생 즐기시라"며 응수했다. 이 대표는 20대 총선에서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으나, 52.33% 득표율을 기록한 안 의원에게 졌다. 이 대표의 득표율은 31.3%였다.
이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3개월 형집행정지가 결정된 데 대해 "사면은 상당한 정치적 판단이지만, 형집행정지는 건강 상태를 고려해 인권 차원에서 내릴 수 있는 판단이라고 본다"며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지는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8월 사면설'에 대해선 당내 '친이계'(친 이명박)를 겨냥해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이 많은 분들 위주로 정치적으로 분위기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느껴진다"며 "그것이야말로 정치적인 판단인 만큼 고도의 정치적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날 포항 일정에 대한 배경에 대해서는 "갑작스러운 일정이 아니라 김영식 의원실에서 예전부터 원자력 관련 방문 일정 잡아달라 했던 것"이라며 "의원실과 협의해 일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친윤계'(친 윤석열)로 분류되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SBS에 출연해 혁신위원회 인사 13명 중 이 대표가 5명을 지명했다면서 '이준석의 혁신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위 사실"이라며 반박했던 이 대표는 이날 김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 방문 일정을 잡아,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김 의원이 솔직히 저에 대해 부적절 발언을 이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포항 방문에 대해 무슨 관계가 있겠나. 제가 포항을 못 갈 이유는 없다. 김 의원이 포항의 영주도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2002년 6월 발생한 제2연평해전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에 "많은 국민이 월드컵이라는 국민적 행사에 관심이 몰두해 있을 때 서해를 지키기 위해 6명의 장병들이 전사했다"며 "이를 20년 만에 되새기면서 안보에 철통같은 태세를 유지해야 하고, 지휘관이었던 윤영하 소령부터 6명 장병의 헌신을 길이길이 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