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내홍이 점입가경이다. 이준석 대표와 '친윤계'(친 윤석열) 세력 간 갈등이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다. 이 대표가 6·1 지방선거 승리 직후 '공천시스템 개혁'을 논의하고자 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이준석 사조직" "자기 정치"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최고위원은 최근 이처럼 반발하며 이 대표와 건건이 충돌했다.
당내 갈등 전선은 더 확대됐다. 이 대표와 '반(反)이준석' 세력 간 신경전은 갈수록 지속되고 있다. 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 첫 회의가 열렸던 지난 27일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대표로 있는 의원들의 연구 모임인 '미래혁신포럼'이 활동을 재개했다. 여기에는 이 대표와 앙숙인 안철수 의원도 참석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그룹과 안 의원이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듯한 인상이다.
문제는 좀처럼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거 같다"고 적었다. 이 대표의 '간장' 표현을 두고 '간 보는 안철수 의원'과 '장제원 의원'의 앞 글자를 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28일에는 "비판에 성역이 있어선 안 된다"며 장 의원을 저격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가 "장 의원이 자기를 비판했다고 방송국에 항의했다"고 폭로한 데 따른 비판이다.
대체 왜 이럴까. 정치권에서는 여당 내 주도권 다툼이라고 보는 시각이 다수다.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이 제기된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가 다음 달 7일 열리는데, 윤리위의 판단에 따라 이 대표의 거취나 정치적 생명이 갈릴 전망이다. 때문에 차기 당권 구도와 직결된 만큼 이 대표를 둘러싼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당내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내 갈등 상황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온 것 같다"며 한탄했다.
여당이 3·9 대선과 6·1 지방선거 승리 분위기에 취해 오만해진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윤석열 정부 초기 불어닥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집안싸움을 벌이는 것 자체가 '권력 다툼'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윤 대통령 말대로 국민의 숨이 넘어가는 상황인데도 볼썽사나운 힘겨루기는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리위 결정에 따른 당내 혼란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제기된다.
여당은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혁신을 부르짖으면서도 구태 정치를 답습하고 있다. 그러면서 당은 2년 뒤 총선 승리를 기대하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27일 미래혁신포럼 초청 강연에서 민심과 변화의 바람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당을 비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만 쳐다보고 사는 집단이 아닌가"라는 일침이 가슴에 와닿는다.
그저 권력을 좇는 데 힘을 쏟는 여당의 모습에 민심이 멀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24일 전국 18세 이상 25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6일 발표한 6월 4주차 주간집계(표본오차 ±2.0%포인트 95% 신뢰수준))에서, 국민의힘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 떨어진 44.8%를 기록했다. 민주당(39.5%)과 격차는 5.3%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이지만, 6월 1주차부터 4주째 연속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당내 계파와 세대 갈등 등 국민의힘 내홍이 봉합될지는 의문이다.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난항을 겪으며 한 달째 국회 공백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당은 집안싸움만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당내에서 노선 갈등이나 계파 간 이견은 있을 수 있고 그에 따른 진통이 뒤따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서로 못 잡아 먹어 안 달이라도 난 것처럼 쏘아만 붙이는 행태는 정치 혐오만 낳는다.
"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를 끌어들이듯, 정당은 국민에 제대로 파고들 정책을 양산해 소비자, 즉, 유권자를 자기편으로 이끄는 것이 민주주의 기본 질서다. 이를 망각하면 아무리 정당이 혁신을 외쳐봐야 의미가 없다." 김 전 위원장이 강연에서 아무리 강조하면 무엇하나. 국민의힘 소속 60여 명의 의원을 상대로 '열강'하면 무엇하나. 행동으로 옮기지를 못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