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이준석, 흔들리는 리더십


당내 의원들과 잇따른 공개 설전으로 리더십 '위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친윤계 의원들과 숱한 갈등을 겪고 있으며, 윤리위원회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태도의 변화를 보이며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풍전등화에 놓였다. '친윤계(윤석열 대통령 측근)'가 당내 포위망을 좁혀오는 데다 윤리위원회 심의까지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휘청이는 자신의 입지를 의식한 듯 태도의 변화를 보이며 심사숙고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일각에선 '이준석 체제'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보수권 스피커'를 자처했던 이 대표의 행동이 달라졌다. 평소 자신을 둘러싼 공격에 적극 반박했던 것과 달리, 몸을 낮추면서도 꼭 필요한 상황에만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는 '게릴라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는 28일 모든 일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최근 자신을 둘러싼 갈등과 의혹이 연일 터지는 상황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듯하다. 바로 전날(27일)까지 자신을 향한 공격과 추측에 일일이 답변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비되는 행보다. 그는 또 최근 당 회의에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성 상납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으로 리더십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칫 실책할 경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20일과 23일,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발언을 생략했다. 통상 최고위원회의 의장인 당대표가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전한 뒤 나머지 최고위원들이 순차적으로 발언하는 절차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소셜미디어를 통해선 활발한 '메시지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2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제원 의원을 비판한 장성철 가톨릭대 특임교수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시사 패널들은 누구를 비판하더라도 편하게 말하라"고 적었다. 그간 자신과 갈등을 빚어온 '윤핵관' 장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이 대표는 장 의원을 비롯해 최근 한 달 사이 '정진석·안철수·배현진' 의원과도 갈등을 겪고 있다. 친윤계 중진인 정 의원과는 SNS를 통해 공개 설전을 벌였고, 배 최고위원과는 당 회의실에서 악수를 뿌리치며 불편한 기색을 대놓고 드러냈다.

갈등을 중재하고 당내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당대표'가 다수의 의원들과 갈등을 겪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 대표 리더십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현 상황 타개책으로 '윤심(尹心)'에 기대려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당무'에 거리를 두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 태도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복잡한 당내 갈등 속에 이 대표의 리더십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윤심(尹心)에 기대 현 상황을 타개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당무에 거리를 두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 양상이다. /남윤호 기자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은 최근 만찬 회동 여부를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 이 대표는 사실상 만남을 인정하는 듯한 답변을 내놓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이 대표와의 만찬 회동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팬클럽 회장(강신업 변호사)의 과격한 독설도 윤심이 이 대표에게 있지 않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앞서 강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 개미지옥에서 벗어나려고 대통령 팔며 발버둥질" 등의 메시지를 게시한 바 있다.

짙어지는 내홍과 윤 대통령의 '거리두기'에 이 대표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그래서인지 이 대표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그동안 (이 대표에게) 누적됐던 감정이 폭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준석 체제'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내달 7일 예정된 윤리위 회의 결과는 향후 이 대표 정치 행보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가장 낮은 수준인 '경고' 처분을 받더라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대표 체제가 이대로 계속 유지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어떠한 윤리위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미 이 대표의 리더십과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어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에 왔다는 판단이다. 그는 또 "윤리위 결과를 배제하고, 이 대표가 앞으로 1년 임기를 이어간다면 '왜?'라는 의문이 든다"며 "당의 동력과 화합을 다시 가져오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내 '혁신위원회'가 긍정적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이 대표의 리스크로 꼽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혁신위 구성 과정에서 이 대표가 당내 인사들과 숱한 균열을 보여왔다"며 "혁신위의 실패는 곧 이 대표 리더십에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 대표는 29일 '제2연평해전 승전 20주년 기념행사' 등에 참여해 공개 활동을 이어간다. 약 1주 앞으로 다가온 윤리위 전체회의까지 이 대표가 '리더십' 회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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