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SNS 정치'로 전대 출마?…'싸늘한' 당내 반응


'朴, 페북 훈수'에 의원들 "막을 순 없지만 우려 시선 있어"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연일 SNS 정치가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정치 신인 타이틀을 벗고 체급을 올리려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추측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다. 당내 의원들은 박 전 위원장의 SNS 의견 표출이 개인의 자유라면서도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처럼회'는 해체해야" "저를 형사 고발하겠다는 폭력적 팬덤 부끄럽다." "윤석열 정부가 드디어 '반노동본색(주52시간제 유연화)'을 드러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페이스북 글 중 일부)

지난 6·1 지방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 총사퇴로 종적을 감췄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20여 일 만에 입을 열고 존재감을 내뿜고 있다. 최강욱 의원의 이른바 '짤짤이' 사건에 대한 당 윤리심판원의 징계 이후, 박 위원장은 페이스북 등 SNS에 공개적 메시지를 연일 내며 '자기 정치의 색'을 입히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의 'SNS 정치'가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 정치 신인 타이틀을 벗고 '체급'을 올리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당내 의원들은 박 전 위원장의 SNS 의견 표출이 "개인의 자유"라면서도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전 위원장은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최 의원의 징계 처분이 결정되는 지난 20일 오전 페이스북에 "오늘 민주당이 혁신의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며 '랜선(온라인)'상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일 지도부 사퇴 의사를 밝힌 지 18일 만이었다. 최 의원의 당원 자격정지 6개월 정지 처분을 받자 다음날에도 박 위원장은 "늦었지만 다행이고 환영이지만 아쉽다"며 "'처럼회(최 의원이 속한 민주당 의원 사적모임)'는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남국·최 의원 등이 속한 '처럼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강행에 앞장섰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에서 실수를 연발하는 등 민주당에 실책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2일, 24일에는 연이어 '팬덤 정치와의 결별'을 주장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반성과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저를 형사 고발하겠다는 폭력적 팬덤이 부끄럽다. 징계가 잘못되었다고 부정하고 윤리심판원 위원들의 얼굴을 공개하고 인신공격을 퍼붓는 '처럼회의 좌표부대'들이 부끄럽다(22일)' '폭력적 팬덤의 원조는 '극렬 문(文)파'다. 이들의 눈엣가시가 돼 온갖 고초를 겪은 대표적인 정치인이 이재명 의원(24일)' 등의 메시지를 냈다. 민주당이 언어폭력 등을 동반한 팬덤 정치를 극복하고 '대중 정치'로 나아가야 당의 다양성도 회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 전 위원장의 'SNS 정치'는 민주당 현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전날인 지난 26일에는 윤석열 정부의 '주 52시간제 유연화'를 두고 "임금과 휴식을 빼앗는 것이 자유입니까?"라고 반문하며 "윤 정부가 드디어 '반(反)노동본색'을 드러냈다"며 직격했다. 이어 27일 박 전 위원장의 눈길은 '젠더' 문제로 옮겨갔다. 그는 페이스북에 미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Roe v. Wade) 판결을 공식적으로 파기한 것을 두고 "이번 판결이 각국의 여성 인권에 미칠 악영향은 매우 크다. 따라서 윤 대통령께서도 다른 (세계) 정상들처럼 전 세계 모든 여성의 인권과 안전을 위해, 미국 연방대법원의 잘못된 판결에 반대 입장을 밝힐 것을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연발성 페이스북 메시지를 내는 박 전 위원장이 정치권으로 조귀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당내에서는 이광재 전 의원이 지난 13일 한 인터뷰에서 "박 전 비대위원장은 소중한 자산"이라며 "부족한 점도 있지만 키워 나가야 한다"고 언급하며 박 전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원욱 의원도 지난 20일 "저는 여러번 밝혔지만 청년 박지현은 민주당의 가치를 실현할 사람이다. 모자란 점도 있지만 민주당이 지키고 성장시켜야 할 인재"라며 당원들에게 박 전 위원장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편 박 전 위원장의 복귀 타이밍과 관련해 가장 가깝기로는 오는 8월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가 박 전 위원장의 복귀 예상 시나리오로 꼽힌다. 지난 1일 지방선거 개표 방송 당시 참석한 박 위원장과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남윤호 기자

박 전 위원장의 최근 '랜선 행보'를 두고 당내에서는 "개인의 자유"라며 의견을 존중한다는 반응이다. 반면 이들은 박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관해서는 '책임론' '명분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회의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한 초선 A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페이스북 메시지와 관련해 "개인의 의견이고 '전' 위원장이기 때문에 당내 목소리로도 보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중진 B 의원도 "(SNS)는 자유의 영역이지 그걸 갖고 뭐라고 할 수 있나 모르겠다"며 존중 의사를 밝혔다.

다만 A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오는 8월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서는 "(지선에 이어) 다시 한번 박지현을 믿고 맡길 사람은 없을 것 같다"고 단언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정치는 '입'으로만 하는 게 아니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데 박 전 위원장은 비대위 당시에도 '주장만 난무하는 정치'를 보여줘서 이 사태(지선 패배)가 벌어진 것"이라며 박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를 준비한다면 '책임 정치' 문제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위원장의 최근 랜선 행보를 두고 당내에서는 개인의 자유라며 의견을 존중한다는 반응이다. 반면 이들은 박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에 관해서는 책임론 명분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회의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남윤호 기자

재선 C 의원은 "개인 SNS이다 보니 막을 수는 없지만, 박 전 위원장의 메시지를 두고 의원들 사이에서는 걱정스러운 이야기가 많다"며 "비대위원장까지 한 분이 매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혼란스럽다'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서 C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이 (최고위원 등으로) 출마한다면 'SNS로만 정치를 할까' 싶다. 당에 돌아올 명분도 없는 상황이다. 만나본 의원들 중에는 그런 이야기(박 전 위원장의 출마)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또 다른 재선 D 의원도 "(박 전 위원장이) 페이스북으로만 정치를 하면 절대 안 된다. 정치의 핵심은 '대화'와 토론'인데, 그게 쌓이지 않고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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