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친윤계'(친 윤석열)의 내홍이 가열되고 있다. 이 대표가 성 상납 의혹으로 당 윤리위 징계 위기에 놓이면서 당 권력 재편 구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당내 주도권을 겨냥한 세력화 경쟁이 본격화된 양상이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이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활동을 재개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초청 강연이 계기였다. 이 자리에 국민의힘 의원 50여 명이 몰렸다.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정진석·윤한홍·이철규 의원들은 물론 이 대표와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인선을 두고 갈등을 빚은 안철수 의원도 자리했다.
'탈원전 및 전기료 인상' 주제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 의원 30여 명이 참석한 것과 대비된다. 권 원내대표는 "40명도 안 왔다. 참석 인원이 오전에 했던 김 전 위원장 초청 강연회보다도 더 적다"며 저조한 참석률을 지적했다. 정계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김 전 위원장의 여의도행에 여당 의원들이 예우 차원에서 대거 참석했을 가능성과 더불어 친윤계 그룹의 성격이 짙은 모임이라는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차기 당권주자로 안철수 의원이 꼽힌다. 안 의원은 김 전 위원장 강연에 앞서 예정에 없던 축사를 했다. 김 전 위원장의 고견을 듣기 위함이라는 취지로 원론적인 참석 배경을 설명했지만,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미래혁신포럼에 가입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안 의원은 최근 친윤계와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으로 친윤계 인사로 분류되는 정점식 의원을 추천하기도 했다.
포럼이 재개된 날, 이 대표가 6·1 지방선거 승리 직후 띄운 당 혁신위원회의 첫 회의 일정과 겹치면서 친윤계가 결집 신호탄을 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장 의원은 미래혁신포럼을 통한 친윤 세력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에는 "과한 해석"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대표와의 갈등설에는 "자꾸만 갈등을 유발하지 말라"며 "이 대표와 저와 어떤 갈등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강공 모드다. 그는 혁신위원 5명을 추천했다는 김정재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이준석 사조직론을 내세워 끝까지 흔들려고 하는 모습이 의아하다"며 "혁신위를 지속적으로, 조직적으로 흔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어떠한 집단이 정치적 의도로 공천 개혁을 내세운 혁신위를 흔들고 있다는 시선이다. 사실상 '친윤계' 그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신(新) 친윤계로 분류된다.
또한 이 대표는 미래혁신포럼에 불참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할 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대표의 일정과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대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재형 의원실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언론에 익명으로밖에 인터뷰할 수 없는 분들 모두 공성전 대상"이라며 사실상 친윤 그룹을 직격했다.
세 대결은 점차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7일 윤리위가 이 대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불확실하지만, 이 대표의 거취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차기 당권 경쟁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징계와 관련해 당내에서 여러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향후 권력 구도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 대표를 향한 친윤 그룹의 견제가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