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당내 연구모임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이른바 '친윤계'(친 윤석열) 의원 50여 명이 집결했다. 최근 이준석 대표가 성 상납 의혹으로 당 윤리위 징계 위기에 놓이면서 당 권력 재편 구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 모임의 대표를 맡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장제원 의원은 세력화 우려에 선을 그었다.
미래혁신포럼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한민국 혁신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초청 강연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 성일종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정진석·김기현·안철수 의원과 당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장 의원은 인사말에서 "미래혁신포럼은 앞으로 알찬 내용을 갖고 의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함께 연구하고 논의하고 토론하는 좋은 모습으로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면서 "민주당·무소속 의원들도 (이 모임에)함께 참여해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좋은 포럼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 세력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읽힌다.
최근 친윤계와 밀착하는 안 의원은 예정에 없던 축사를 했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을 향해 "지난번 (경기 성남)분당갑 보궐선거 사무실 개소식에 와 격려해주시고 따뜻한 말씀을 주셔서 큰 힘이 됐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며 "복합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 대안을 들으러 참석했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미래혁심포럼의 세력화 해석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과한 해석"이라며 "제가 세력화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처음에 출범할 때는 세력화 얘기가 안 나오더니 코로나19 때문에 안 하다가 재개했는데, 세력화 얘기를 하니까 그 맥락이 연결되나. 포럼은 20대 국회에서 시작됐고 21대 국회에서 이어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최근 당 지도부 갈등과 관련해선 "제가 지도부는 아니"라면서 "집권 여당의 진중함, 무게감을 갖고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 정당에는 갈등이 있고, 갈등을 잘 해소하는 것이 정치력이고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 대표와 갈등설에 대해 "이 대표와 내가 어떤 갈등이 있느냐"며 "자꾸 갈등을 유발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 의원과 안 의원 측이 당내 갈등 상황을 비판하는 취지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면서 '간장 한 사발'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두 의원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안 의원도 포럼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간장' 발언에 대해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속이 타나 보다"라고 말했다. 또 "정당 내부의 어떤 파워 싸움이나 헤게모니는 정말 부질없다"면서 "이런 것에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사실상 친윤계 모임 성격인 미래혁신포럼에 가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실행에 옮길지를 보면서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고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또 그것을 법안으로 만들어 실행에 옮길 수 있다면 가입을 못 할 이유는 없다"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실행에 옮길지를 보고 (가입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강연에서 민심과 변화의 바람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당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동시에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원래 뿌리가 대통령 정당이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소속된 많은 의원은 오로지 대통령만 쳐다보고 사는 집단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러니까 정치적으로 크게 발전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 대선 결과를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많은 여론조사기관이나 많은 사람들이 10% 이상 격차로 승리할 것이라고 예견했는데, 결과는 0.7%p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며 "국민의힘은 무엇이 잘못돼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냉정하게 분석해야 내후년 총선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제대로 전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당의 혁신은 변화하는 국민의 정서를 제대로 읽고 거기에 따라 정당이 제대로 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것"이라면서 "정당의 혁신은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하느냐, 변화하는 국민의 정서에 어떻게 정당이 적응해 가느냐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아무리 다른 노력을 해봐도 결국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참석한 의원들은 김 전 위원장의 강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