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이하 미래포럼)'이 활동을 재개한다. 이들은 '순수한 공부모임'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장 의원을 포함해 참석자 대다수가 '친윤계'라는 점에서 여당이 본격적인 계파 형성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참석 의사를 밝혀 복잡한 노림수와 여러 인사의 이해관계가 얽힌 모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래포럼은 대한민국이 선진강국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도록 미래 혁신 과제에 대한 국회 차원의 연구·입법 활동을 하는 의원 연구모임이다. 장 의원에 따르면 미래포럼은 27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에서 강연을 연다. 친윤계 핵심으로 불리는 장 의원을 중심으로 박성중·윤한홍·권성동·이철규·배현진 등 친윤계 의원 3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김 전 위원장이 '대한민국 혁신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모임의 좌장이자 갈등 관계에 놓였던 장 의원이 김 전 위원장 초빙에 직접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불과 반년 전만 하더라도 당시 윤석열 후보 대선 캠프에서 공개적인 마찰을 빚어왔다.
김 전 위원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장 의원이 거론되자 앞장서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이에 장 의원은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직함 없이 비공식 활동을 통해 대선 기간 내내 윤 대통령을 도왔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수락 배경에 대해 "나와 장 의원은 껄끄러울 필요가 없다"며 "한국의 미래를 위해 혁신으로 어떤 것을, 어떤 방법이 있겠느냐는 데 대해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 허락한 것"이라고 밝혔다.
익히 '앙숙'으로 알려진 이들이 공부모임을 명분으로 뭉치자, 당 안팎에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포럼 측은 김 전 위원장 초청에 관해 '쓴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이유를 표면적으로 내세웠다. 잇단 선거 승리 이후 당내 주도권 경쟁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고, 급기야 지도부가 공개석상에서 언쟁을 주고받는 등 당내 분란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포럼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한 국민의힘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공부하는 자세로 더 많이 듣고 성숙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의원들이 함께 좋은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래포럼이 친윤계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김 전 위원장 초청을 계획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미래포럼 회원의 상당수가 친윤계 의원이며, 친윤계 의원 모임인 '민들레'와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앞서 장 의원은 친윤계 의원을 중심으로 민들레 모임을 주도하다 논란이 일자 "참여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번복한 바 있다. 이에 민들레 출범이 좌절되자 혁신포럼 활성화를 통해 세력화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당권 경쟁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미래포럼 관련, 전문가들은 '당권 경쟁에 매몰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당내 사조직이 포럼을 가장해 확대하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책과 이슈 등 가치 중심의 토론이 될지, 당내 신주류 그룹의 형성이 될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다음 총선을 대비한 '인적 네트워킹' 형성을 위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도 "국회의원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포럼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세력화로 변질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차기 당권 도전할 것이 유력해 보이는 안 의원도 미래포럼에 참석 의지를 밝혔다. 안 의원은 차기 당권 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만큼, 친윤계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미래포럼을 발판 삼아 지지 기반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