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징계 여부 결정을 2주 뒤로 연기하면서 당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윤리위 결과에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데다 만일의 경우 당내 권력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세력 간 다툼이 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윤리위는 지난 22일 전체회의를 열어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된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해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7월 7일 4차 회의를 열어 이 대표의 소명을 들은 뒤 징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품위유지 의무 위반을 사유로 김 실장에 대한 징계가 확실시되면서 이 대표도 징계를 피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여러 추측이 나오지만, 아직 윤리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불확실하다. 그렇더라도 당의 권력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칼을 쥔 모양새다. 향후 권력 구도가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차기 당권 경쟁과 맞물려 당내 갈등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이 대표의 징계와 관련해 당내에서도 여러 의견이 분출되고 있고 시각차도 뚜렷하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23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윤리위가 어떤 조사도 없이 징계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 수호'로 상징되는 팬덤 정치와 내로남불, 각종 성범죄에 대한 무분별한 용인이 민주당의 패착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도 윤리위를 향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윤리위가 징계 결정을 유보한 것에 대해 "이게 무슨 기우제식 징계인가"라면서 "윤리위가 2주 사이에 본인들이 참고할 만한 게 나오길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뉘앙스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줄곧 항변할 가능성이 크다.
당 주도권이 걸린 사안인 만큼 '친윤계'의 압박 가능성도 확대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소위 '윤핵관' 그룹에선 윤리위의 징계에 따라 이 대표가 정리되는, 손에 피를 안 묻히는 결과를 바라지 않겠나"라며 "일부 친윤계 인사가 공세 수위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조기 사퇴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 대표는 줄곧 결백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데다 윤리위 자체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어 초강수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 경우 세력 간 당권 경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 대표와 갈등을 빚는 친윤계와 안철수 의원이 투쟁에 뛰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는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측근인 김 실장이 징계를 받는다면 이 대표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이 대표도 가장 낮은 수위의 '경고'를 받더라도, 사상 초유의 당대표 징계에 본인의 정치적 입지와 리더십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편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이 대표가 2013년 김성진 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실장의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올해 초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 제보자에게 '7억 원 투자 각서'를 써주며 의혹 제기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