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화상회의 도중 성희롱 발언을 한 최강욱 의원에게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가 결정에 당 안팎으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최 의원 징계를 두고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비상 징계권'까지 언급했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지선 패배 이후 약 20일 만에 "늦었지만 다행이고, 환영하지만 아쉽다"며 침묵을 깼다. 박 전 위원장이 최 의원 징계에 대해 '처럼회 해체' 등 사견을 얹자, 민주당 내 '개혁파' 의원을 중심으로 한 '불편한 공기'가 포착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이 SNS 글 게시를 시작으로 정치적 활동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그를 둘러싸고 '8월 전당대회 출마' 등 소문도 돌고 있다.
지난 20일 밤, 윤리심판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최 의원에게 중징계인 '당원 자격정지 6개월'을 결정했다. 최 의원은 직접 출석해 소명에 나섰지만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22일 비대위에서 해당 징계가 확정되면 최 의원의 다음 정치 행보는 불투명해진다. 징계로 인해 8월 전당대회 출마뿐만 아니라 당내 선거권·피선거권이 박탈되고 향후 공천에서도 감점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비대위원장 재직 당시 최 의원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박 전 비대위원장은 윤리심판원 결정 다음 날인 21일 페이스북에 "거짓과 위선, 폭력과 증오로 당을 위기에 빠트리는 '강성 팬덤' 대신 국민 곁으로 조금 더 다가선 결론을 내렸다"면서도 "최 의원의 거짓 발언, 은폐 시도, 2차 가해 행위를 종합해 봤을 때 이번 징계는 무거운 처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은 또 민주당이 '대중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며 재차 '팬덤 정치와의 결별'을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최 의원이 소속된 민주당 사적모임 '처럼회' 해체도 언급했다. 최 의원을 포함해 김남국·김용민·이탄희·이수진(동작 을)·무소속 민형배 의원 등 약 20여 명이 소속돼 있다.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다수가 법사위에 포함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강행을 주도했다. 박 전 위원장은 '처럼회' 의원들이 지선 참패를 자초했다고 꼬집었고, 당 쇄신을 위해 최 의원 징계를 계기로 패인의 중심인 '처럼회'는 해체돼야 한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전직'인 박 전 위원장이 당내 사모임, 그리고 팬덤 정치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분위기가 포착됐다.
고민정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위원장의 "늦었지만 다행이고, 환영하지만 아쉽다"는 발언을 두고 "조금 더 신중한 행보나 답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의원은 "본인의 위치는 아무것도 아니고 일반 국민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훨씬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얘기할 수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그렇게 바라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 전 위원장의 말에 여러 정치적 해석이 따를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5선 중진인 안민석 의원도 최 의원 징계 결정에는 "손흥민 같은 골잡이를 집에 보낸 꼴", 박 전 위원장의 '처럼회 해체' 주장에는 "매우 단편적 주장"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안 의원은 "최 의원의 징계로 윤 정권의 최전방 공격수를 민주당이 스스로 제거하는 어리석은 짓을 범했다"며 "내용을 잘 모르는 시민들은 이 징계로 인해 최강욱 의원에 대해 씻을 수 없는 성범죄를 저지른 정치인으로 왜곡, 인식하게 됐다"고도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을 두고는 "전 비대위원장이었던 분이 검찰청 개혁법안을 '검수완박'이라고 조롱하고, 지방선거 참패를 최 의원과 처럼회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주장"이라고 직격했다.
여기에 더해 '현직' 당 지도부인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 의원을 향한 처분에 대해 "좀 센 징계란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리심판원의 징계 결정이 비대위 논의과정에서 바뀔 수 있느냐'는 질문에 "논의해봐야 한다"며 지도부의 결정이 윤리심판원과 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평당원'으로 돌아간 박 전 위원장의 '최강욱·처럼회 때리기'에 시민 단체도 발 벗고 '박지현 역공'에 나섰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21일 박 전 위원장을 허위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무고죄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이 억울한데 박 전 위원장이 잘못을 뒤집어씌웠다는 주장이다. 사세행은 입장문을 통해 "최 의원이 김남국 의원에게 '짤짤이 하는 것 아냐"라고 발언한 것을 '○○이'로 잘못 알아들은 단순한 해프닝에 불과한 일을 가지고 '성희롱 사건' '성폭력 사건'이라고 명백한 허위의 사실을 온 나라에 유포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은 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를 사퇴한 지 약 20일 만에 공식 입장을 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최 의원 징계를 발판 삼아 정치적 행보의 활로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비대위 당시 성폭력 근절 활동가 이력을 살려 '성폭력 무관용 원칙' 등 젠더 이슈를 당내에서 주도해왔는데, 최 의원의 징계 결정이 박 전 위원장의 그간 행보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또 정치권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더팩트>는 전당대회 출마 관련 박 전 위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다만 박 전 위원장의 최근 소식을 알고 있는 민주당 관계자는 박 전 위원장이 "휴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