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이 당 안팎에서 위기가 겹쳤다. 당 안으로는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당내 현안을 두고 입씨름을 벌이며 갈등을 빚고 있다. 당 밖으로는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따른 민생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어느 하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집권 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국민들이 숨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규정할 정도로 한국 경제는 위기에 처했다. 특히 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같은 달 대비 0.7%,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각각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월대비 1%, 전년동월대비 6.7% 각각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산출하는 '경제고통지수'는 5월 기준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경제고통지수는 8.4로 분석됐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4%와 실업률 3.0%를 더한 결과다. 지난해 같은 기간(6.6)과 비교하면 1.8포인트나 올랐다. 상승 폭은 지난해 12월 2.5%포인트) 이후 5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국민의힘은 민생경제의 발목을 잡는 과도한 규제는 걷어내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난 16일 물가민생안정특위를 가동하며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에 보조를 맞출 태세지만, 국회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서 입법적 뒷받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 위기에 따른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면 불만의 화살은 정부·여당을 향하는데, 최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조금씩 내림세를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정치논리가 아닌 민생논리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후반기 국회 원 구성 마무리를 위한 '마라톤회담'을 공식 제안한 것도 위기의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 안에 야당과 원 구성을 담판 짓겠다는 입장이지만, 같은 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간 협상은 빈손으로 끝났다.
야당은 연일 국민의힘을 때리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의 상황인식은 안일하고 무능하기 짝이 없다"면서 "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나 경제 수장들은 머리를 맞댔고, 대통령은 말로만 물가 대책을 강조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원 구성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부·여당을 압박할 공산이 크기에 민주당이 당장 협치에 나설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서민의 주머니 사정과 나라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하는 시국에 야당은 끝까지 법사위원장을 사수하려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국회 정상화와 민생 살리기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홍은 당 지지율 악화의 내부 요인이다. 최근 당 혁신위 운영 방향과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인선안을 두고 충돌했던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은 또 파열음을 냈다.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사람은 회의 공개 여부를 두고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최고위 회의가 공개와 비공개로 나눠서 진행되는데, 비공개 부분에서 나왔던 내용들이 자꾸 언론에 따옴표까지 인용돼 보도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 13일과 16일 비공개회의 발언 일부가 보도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배 최고위원은 "비공개회의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없애면 어쩌냐"며 발끈했다.
배 최고위원은 13일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혁신위원회가 자잘한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어느 국회의원이 참여하겠다고 나서겠느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 출범 때 결정되지 않은 '공천 개혁' 의제가 포함된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16일에는 안철수 의원의 최고위원 인선안에 대해 이 대표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졸렬해 보일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와 배 최고위원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한 당 윤리위 징계 심사를 앞둔 이 대표와 '친윤계'로 분류되는 배 최고위원의 신경전은 세력 다툼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배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이후에도 페이스북에 "지도자의 한마디는 천금 같아야 한다"는 글을 올려 이 대표를 재차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