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48.56%의 득표율을 기록, 역대 최소 표 차이(24만7077표)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지 40일이 넘었습니다. 이 기간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지지자와 비지지자의 수가 비슷한, 극단적으로 국민이 분열된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한 윤 대통령은 우려가 컸던 청와대 개방 및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을 강행했습니다.
그 결과 국민들은 처음으로 출퇴근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게 됐고, 도어스테핑(doorstepping, 약식 회견)이라는 새로운 '대통령 문화'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평일 점심이나 주말을 이용해 윤 대통령 내외가 수시로 국민들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는 깜짝 소통 행보도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입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정계에 입문해 아직 정치 경험이 1년도 채 되지 않은 '정치 신인'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갤럽이 대선 다음 날(3월 9일) 대선 투표자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에게 투표한 이들은 △정권 교체(39%) △상대 후보가 싫어서(17%) △신뢰감(15%) △공정과 정의(13%) △잘할 것으로 기대 및 새로운 인물(6%) 등을 이유로 꼽았습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상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누리집 참조).
'정권 교체'와 '상대 후보가 싫어서'는 온전히 '윤석열'이라는 정치인을 보고 투표를 한 거라 보기 어렵기에 '신뢰감', '공정과 정의', '새 인물'이 윤 대통령을 뽑은 이들의 기대가 담긴 키워드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이들의 기대는 아직 그대로일까요?
우려되는 점이 적지 않습니다. 먼저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만의 '새 소통' 방식이지만, 현안에 대한 정제되지 않은 답변이 많아 국민 불안감을 높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김건희 여사의 최근 행보에 대한 논란에 폐지를 약속한 제2부속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는 질문에 "대통령을 처음 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라고 답하고, 김 여사의 김정숙 여사 예방 관련 질의엔 "비서팀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렇다고 어떻게…방법을 알려주시죠"라고 한 것은 대통령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또한 국민 간 자유가 충돌해 정치적으로 갈등 조절이 필요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보수단체 소음 집회 논란에 "법대로"라는 대통령이 아닌 검찰총장이 할 법한 발언을 하고, 북한의 방사포 도발 속 김 여사와 영화관람 및 영화계 인사들과 만찬을 한 게 부적절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방사포는 미사일에 준한 거라고 보여지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 필요한 대응을 한 것"이라고 답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도어스테핑에서 정치 신인의 장점인 '신선함'보다 단점인 '어설픔'이 부각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치 신인 리스크'는 점점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권한인 '인사'와 관련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상당합니다. 대통령실 인사·총무·민정 라인에 비서관급 6명을 검찰 출신으로 채웠습니다. 또한 법무부 장·차관,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금융감독원장,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 내각까지 포함하면 윤 대통령의 검찰 재직 시절 인연이 있던 이른바 '친윤 검사' 15명이 핵심 요직에 기용되면서 인사의 다양성이 상실된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과거 (문재인 정부에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하지 않았나"라며 "선진국에서도, 특히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 거버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 검사 등 정부 소속 법조인) 경험을 가진 분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거의 모든 것을 비판한 윤 대통령이 비판 대상의 인사와 유사한 인사를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만, '법조인이 정관계에 진출하는 게 법치국가'라는 발언은 정말 귀를 의심하게 하는 발언이었습니다.
법치주의는 '법에 의한 지배'를 의미하는 것이지 '법률가에 의한 지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인선하는 법률가는 대부분 친윤 검사 출신들인데, 그들의 정부 요직 기용을 우리나라와 사법 시스템이 다른 미국의 사례를 들면서 법치국가라고 포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억지에 가깝습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에선 "윤 대통령이 만들고 있는 것은 법치국가가 아니라 '검치국가'"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공정과 상식도 우려되는 대목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이재명 민주당 의원을 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주가조작, 허위학력·경력 의혹 등이 제기된 김 여사는 검찰이 한 번도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대통령이 됐고, 그 휘하에 있던 검사들이 대통령실, 법무부, 검찰 요직을 사실상 장악한 상황에서 앞으로는 더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지난 14~16일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직무에 대한 긍정 평가는 49%(부정 평가 38%)로 대선 당시와 유사합니다. 긍정 평가한 이들은 △소통(11%) △국방·안보(8%) △결단력·추진력(5%) △공정·정의·원칙(4%) 등을 꼽았습니다. 반면 부정 평가한 이들은 △인사(21%) △주말 극장 및 빵집 방문 논란과 직분 소홀 등 직무 태도(11%) △경험·자질 부족·무능함(6%) 등을 꼽았습니다(95% 신뢰수준에 ±3.1%p, 상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누리집 참조). 긍정 평가의 이유가 대선 직후와 상당 부분 달라졌고, 부정 평가 이유는 검사 출신 정치 신인의 단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당선은 앞선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것처럼 전 정부에 대한 반감과 상대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 그리고 정치 신인에 대한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지금 윤 대통령은 그 기대를 충족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물론 아직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우려와 실수는 조기에 해소할수록 '피해'가 작아집니다. 윤 대통령을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우려를 조기에 수습하고, 정치 신인의 단점보다 장점이 부각되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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