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김건희 여사의 '조용한 내조?'…"저희도 답답"


틀어진 '보수 남매' 이준석 vs 배현진, 최고위 인선 갈등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 일정에 코바나컨텐츠 출신 인사 3명이 수행원으로 동행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지난 13일 오후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용산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이번 주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였다. 지난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 당시 김 여사는 십년지기 지인과 동행했다. 대통령실은 공적 업무에 지인 동행 비판이 일자 "지인은 한 분만 있었고, 나머지는 전부 다 부속실 내지는 경호처 직원들이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해명과 달리 <더팩트> 취재 결과 김 여사 봉화 행에는 코바나컨텐츠 출신 직원도 동행했음이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보도 후 코바나 직원이 아닌 대통령실 직원이라고 다시 해명했다가,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지난 15일 김 여사를 동행한 일행 중 코바나 전 직원이 2명이며 현재는 대통령실 직원이라고 밝혔다. 야권은 당장 김 여사의 비선 논란을 점화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일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책임론'을 놓고 계파 갈등의 골이 더욱더 깊어지면서다. 특히 이재명 의원 지지층의 '수박 사냥'이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됐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갈등의 단어가 된 '수박' 금지령까지 내렸지만, 문자폭탄과 거친 언사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김건희 여사가 고 전두환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를 예방하면서 코바나 출신 대통령실 직원들과 지인 김 모 교수 등은 동원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김 여사 수행원은 부속실 직원 1명으로 축소됐다. 김 여사가 최근 불거진 이른바 비선 논란을 의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뉴시스

◆커지는 '김건희 리스크'…대통령실, 관리 안 하나 못 하나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 지난해 대선 당시 김건희 여사가 기자회견에서 한 약속이야. 그런데 김 여사가 최근 광폭 행보를 보이며 이슈지?

-맞아. 김 여사는 지난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고, 16일에는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를 예방했어. 또 14일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 부인 11명과 오찬 모임을 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어. 이외에도 이번 주 한 일간지와 '동물권' 관련 인터뷰를 한 게 보도되기도 했어.

-'조용한 내조'를 한다고 했고, 연장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영부인의 의전과 일정 등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도 없앴는데, 실제로는 적극적인 영부인 활동을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시선들이 많지만, 대통령실 측은 '조용한 내조'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야. 해당 일정들을 비공개로 하고 있으니 공식 일정을 하는 게 아니고, '조용한 행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지. 그런데 대통령실 직원이 수행을 하고, 김 여사 행보 관련 내용을 대통령실에서 사후에 공개도 하고 있는데, 비공개라서 공식 일정이 아니라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많아.

-실제 대통령의 공식 일정도 전체 공개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일부만 공개되고 대부분이 '비공개'인데, 그럼 대통령의 해당 일정도 공식일정이 아닌 것인가? 그렇지는 않거든.

-공식과 공개, 비공식과 비공개 일정은 의미가 다른데 섞어서 쓰는 것 같네?

-맞아. 윤 대통령도 관련한 정리가 안 된 것 같아. 15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난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봉하마을 일정에 지인 한 명과 코바나컨텐츠(이하 코바나) 출신 2명의 대통령실 직원 등이 동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는 것에 대해 "비공개 일정인데 보도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을 처음 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김 여사 봉하마을 방문) 이걸 공식, 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할지.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안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이걸 어떤 식으로 정리해서 해야 될지 저도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한 번 국민 여러분 의견도 들어가면서 차차 이 부분은 생각해 보겠다"고 했어.

김건희 여사가 16일 이순자 여사를 예방하고 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김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 직원들을 대통령실에 채용한 것은 폐지를 공약한 제2부속실을 사실상 만들었다고 봐야 하지 않아?

-대통령실은 '아니다'라고 하고 있어.(웃음)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코바나 출신을 대통령실에 채용한 배경에 대해 "다른 대통령도 가까이 두고 일하는 분들은 오랫동안 일했던, 또는 잘 아는 편한 분들이 대통령실에 가서 같이 일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일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어. 코바나 출신은 윤 대통령이 아니라 내조에만 집중한다던 김 여사와 오랫동안 일하고, 잘 아는 편한 분들인데, 그렇다면 이들의 채용은 김 여사 보좌를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일 텐데, 대통령실은 아니라고 하고 있어. 김 여사 전담팀, 비서팀도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야. 이와 관련 윤 대통령도 "공식적인 (김 여사)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혼자 다닐 수도 없고 그래서 뭐…"라며 "어떻게 방법을 좀 알려주시죠"라고 말하기도 했어.

-이에 앞서 김 여사의 대통령 집무실 방문 등 일정과 관련한 사진이 팬클럽에 공개돼 논란이 됐고, 이후에도 해당 논란은 지속되고 있어.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가 직접 팬클럽에 사진을 보냈다고 해. 사실상 팬클럽 관리를 직접 하고 있는 셈이지. 그런데도 대통령실에선 김 여사를 전담하는 대통령직 직원도 없고, 조용한 내조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 주장에 동의할지 의문이야.

-대통령실에선 김 여사 행보에 대한 관리가 전혀 안 되는 건가?

-대통령실에서 관리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 김 여사 일정과 관련해선 대통령실이 아니라 '김 여사 측'을 통해서 계속 보도되고 있는데, 이에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저희도 답답하다"고 토로하기도 했어.

-김 여사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니, 정치권에선 차라리 공약 파기에 대해 사과하고 제2부속실을 만들어서 공식적으로, 전문가들이 김 여사의 일정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윤 대통령이 국민 의견을 들어가면서 생각해 보겠다고 했는데,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의원의 악수 요청에 얼굴을 쳐다보지 않는 노룩 악수를 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노룩' 악수 이준석...'들이받은' 배현진에 맘 상했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배현진 의원의 악수 요청에 눈길을 주지 않는 '노룩 악수'가 화제야. 이 대표가 배 의원에게 단단히 맘이 상한 것 같은데. 무슨 일이야?

-맞아. 사건은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생했어. 이날 이 대표는 회의 시간을 조금 넘겨 도착했는데, 배 의원은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지. 그런데 이 대표는 배 의원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잠시 손만 잡고 자리에 앉아버렸어. 지난 13일 이 대표와 배 의원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마주 잡고 악수했었기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는 것 같네.

-이 대표는 배 의원의 악수가 달갑지 않은 것 같아.(웃음)

-그런 것 같지? 이 대표와 배 의원은 '혁신위원회' 구성과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인선' 문제를 두고 연일 티격태격하는 상황이야. 배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이 대표가 공들이고 있는 '혁신위' 출범과 관련해 "어느 누구도 '자기 정치'를 위한 어떤 의도를 혁신위에 담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꼬집었어.

-배 의원의 '이준석 저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비공개회의에서도 이어졌어. 이 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안철수 의원을 겨냥, '땡깡부린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불만을 표출했다고 해. 안 의원이 국민의힘 소속 정점식 의원을 추천한 것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거야. 안 의원 역시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과 정 의원에 대한 재고 의사는 없는 상태야.

-이를 중재하기 위해 권성동 원내대표는 '우선 안 의원과 대화하겠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최고위 차원에서 표결로 당내 의견을 모으자며 반박했어. 그러자 모든 상황을 듣고 있던 배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표결하면 졸렬해 보일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지. 배 의원에게 한 방 맞은(?) 이 대표는 "지도부 구성을 바꾸는 중요한 문제"라며 발끈한 것으로 전해져.

지난 13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배현진 의원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마주잡고 악수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이 대표와 배 의원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 같은데, 며칠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응. 사실, 환하게 악수했던 지난 13일에도 배 의원은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혁신위가 자잘한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어느 국회의원이 참여하겠다고 나서겠느냐"라고 정면으로 들이받은 적이 있어.

-'젊은 30대', '보수 남매'로 묶였던 두 사람의 갈등이 흥미진진하네. 그런데 두 사람의 잦은 충돌을 두고 일부 네티즌들은 배 의원을 향해 '배퀴벌레(배 바퀴벌레)'라는 악성 댓글을 달고 있다고?

-맞아. 배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일부 몇 분의 극단적인 지지층들이 당 문화의 건전한, 어떤 나아감에 있어서 오해를 사지 않도록 더 따뜻한 시선으로 건전하게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는 당부를 남겼어.

-이 대표의 '혁신위'를 두고 당 안팎에서 많은 비판이 있는 것 같아. 그때마다 이 대표는 수용하는 모습보단 매 순간 말다툼을 벌이며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이네. 이 대표가 배 의원 악수에 떨떠름하게 반응한 것을 두고도 '배 의원이 자신을 공격했기 때문' 아니냐는 말들이 나와.

-앞으로도 최고위 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져. 이 대표와 배 의원의 충돌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대표가 여당의 지도부로서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비판을 수용하면 어떨까 생각해. 지금보다 조금만 더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마 더 많은 지지자들과 당내 지도부들의 마음을 열 수 있지 않을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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