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불붙은 민주당 '수박' 논쟁... "그때는 맞고 이제는 틀리다?"


  尹 "이전 정권 수사"에 민주당 '알레르기 반응' 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안 간다는 보장이 있나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을 가리켰다. 당대표실에 걸려 있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 /국회사진취재단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블랙리스트' 수사에 발끈... '노무현 트라우마' 떠올린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냈어. 다음 주 초에 당 차원의 대응 기구를 띄울 거라고?

-맞아.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비대위 회의에서 검찰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문재인 정권에 대한 보복 수사의 시작"이라고 규정하면서 대응 기구를 만들겠다고 예고했어. 이날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있었고, 박상혁 민주당 의원에 대한 참고인 신분 조사도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면서야. 박 의원은 청와대 행정관 시절 산업부 산하 기관장들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민주당은 오는 20일께 대응 기구를 띄울 예정이라고 해.

-우 위원장은 15일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간담회까지 열고 열변을 토했어. 특히 그는 "이런 방식의 국정 운영이 초기부터 시작되면 이명박 정부 시즌2가 된다. 그 결과가 어떤지 아시지 않나. 여기 사진에 걸려계신, 불행한 사건을 연상시키지는 않겠다"라면서 당 대표실에 걸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을 가리켰어. 또 박 의원에 대한 수사가 결국 최종 인사권자를 겨냥한 것이라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안 간다는 보장이 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어. 이명박 정부 당시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이 서거에 이르게 됐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문 전 대통령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할 경우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거지.

-정제하지 않고 상당히 거침없이 말한 것 같아.

-아직 박 의원에 대해 조사 단계일 뿐이지만 당내에선 '노무현 트라우마'가 짙어서 전 정권 수사 움직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은 것 같아. 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다는 거야.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왼쪽)·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건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선화·이동률 기자

-민주당은 '이전 정권 수사'라는 말만 나와도 발끈하는 것 같아.

-그러게.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에 대해 "해야죠.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청와대 출신 중심의 친문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강하게 반발한 적 있어. 당사자인 문 전 대통령도 당시 윤 후보를 향해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수사의 대상·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며 이례적으로 과민 반응을 보였지. 정치권에선 내홍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윤 정부 수사를 내부 결집을 위한 구심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와. 아무래도 바깥의 적을 상대할 때 안에서 똘똘 뭉치는 법이니까.

-민주당은 또 문 정부에서 임명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해 윤 정부가 노골적으로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는 내용도 폭로했어.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산업부 블랙리스트'의 주요 혐의가 전 정부에서 임명된 고위공직자에 대한 사퇴 종용 등 직권남용 혐의인데, 윤 정부도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거지. 그러면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등 제도개선을 하자고 제안했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민주당이 여당일 때 적극 나섰으면 어땠을까 싶어.

-대통령 임기에 맞춰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괄 조정하자는 주장은 매번 반복돼왔고, 여야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관련 법 개정은 번번이 무산됐어. 야당이 되고 나서 이런 제안을 하니 '내로남불' 비판이 나오는 거지. 지금 여당인 국민의힘도 '너희가 여당일 땐 왜 안 했나'라고 할 게 아니라 먼저 손 내밀면 좋겠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말고 한발씩 양보해서 타협했으면 좋겠어. 매번 논란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법대로 하자'고 사법부를 찾으면 정치의 존재 이유가 없어질 거야.

이재명 후보의 책임론 논쟁이 거세지면서 전당대회 출마에도 제동이 걸릴 걸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계파 갈등 우려를 종식하자며 이재명 의원도, 친문계인 전해철·홍영표 의원도 다 나오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이선화 기자

◆'이재명 책임론' 두고 다시 불붙은 '수박 논쟁'?

-민주당에서 지선 패배 이후 패배 원인에 대해서 분석하는 모양인데, '이재명 책임론'을 거론한 의원들과 이재명계 의원들 사이에 신경전이 날카롭네.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과 '이재명계' 김남국 의원의 이른바 '수박 논쟁'이 제일 시끄러웠지. 둘이서 페이스북 '키보드 배틀(말싸움)'을 살벌하게 벌였어. 이원욱 의원은 지선 패배 결과를 받아들이고 나서 이재명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를 비판했지. 그리고 이재명 의원의 지지자들로부터 '수박'(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이 대선후보 경선 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 측을 겨냥해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쓰는 은어)이라는 비난을 받았어.

-이에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필요하다면 대표 수박이 되겠다"고 남긴다거나, 수박 사진을 올리며 "수박 맛있네요"라는 문구를 덧붙이는 등 비난에도 아랑곳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어.

-이원욱 의원을 지켜보던 김 의원이 "국민에게 시비 걸듯이 비아냥거리는 글을 올려 일부러 화를 유발한다"고 비판했어. 이원욱 의원은 "누가 '정치 훌리건'의 편을 드는가, 현재 시점에서 의원들을 돌아보면 이른바 '친명 의원'"이라며 "'처럼회(김 의원이 소속된 당내 사적 모임)' 왜 해산 안 하시나. 해산을 권유드린다"며 김 의원에게 맞불을 놨지.

-김 의원도 지지 않고 "계파 정치로 천수를 누렸던 분들이 느닷없이 계파 해체 선언하면 잘못된 계파 정치 문화가 사라지는가"라며 "도둑이 선량한 시민에게 도둑 잡아라 소리치는 꼴"이라고 반박했어.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두 사람의 말다툼을 두고 "대화 내용이 좀 쪼잔해 보인다. 국회의원들의 대화치고는 좀 찌질하다"고 라디오에서 발언했어. '미스터 쓴소리'다운 평이었달까...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필요하다면 대표 수박이 되겠다거나, 수박 사진을 올리고 수박 맛있네요라며 강성 지지자들을 도발하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이원욱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친문 혹은 비이재명계 의원들에게 '수박 공격'을 가하고 있는 지지자들의 의견도 들어보면 그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 민주당 팬덤 정치를 왜 이제 와서야 지적하느냐는 거야. 친문 의원들도 그 팬덤 세력에 기대서 당선된 거면서, '그때는 맞고 이제는 틀리다'는 거냐는 거지. 자기편 안 들어주니까 배 아프냐, 혹은 당해보니까 그만하라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웃음)

-수박이 무슨 죄인지, 애석하게도 여름 제철 과일 수박은 여름 내내 소환될 것 같아. 8월 말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 전까지 연이은 선거 패배 요인으로 '이재명 지방선거 출마 책임론' 불씨가 더 번질 것 같거든.

-지난 15일 하루에만 민주당은 선거 패인 분석 토론회를 3개나 열었는데, 공통적으로 이재명 의원의 이른 지방선거 출마가 화두가 됐어.

-이에 대한 의원들 의견은 물론 갈렸어.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을 위주로는 이재명 의원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점을 부각하며 민주당이 민심을 잃었다는 의견이 나왔어. 반변 친명(친이재명)계·개혁파에서는 패인이 한가지일 수는 없다며 오히려 그 책임론을 비판했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책 등도 언급됐고.

-결국 이재명 후보의 책임론 논쟁이 거세지면서 전당대회 출마에도 제동이 걸릴 걸로 보여. 일각에서는 '계파 갈등' 우려를 종식하자며 이재명 의원도, 친문계인 전해철·홍영표 의원도 다 나오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와.

-친명 vs 친문 전쟁의 서막이 올랐네. '누구의 책임인가' 하는 문제를 넘어서서 차기 당권을 누가 쥘 것인지를 두고 갈등을 넘어서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텐데. 한동안은 여파가 클 것 같아. 일부 의원들 전화랑 문자는 불이 날 테니 금세 방전되지 않게 배터리 충전 잘들 해 둬야겠네.(웃음)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반도체 특강이 진행됐다. /뉴시스

◆반도체 산업 강화에 당력 모으는 與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반도체'에 대해 '열공'(열심히 공부) 했다지?

-맞아. 지난 14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열렸어. 이 자리에서 반도체 분야 권위자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반도체 특강'을 진행했어. 윤석열 정부는 첨단 반도체 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세계시장을 이끌겠다는 구상인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부의 이러한 정책 기조를 보조하기 위해 열렸던 행사라고 보면 돼.

-이날 강의에 앞서 이준석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이 장관님을 모시고 반도체에 대한 여러 가지 공부하게 된 것도 여당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피상적인 주제가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우리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강조했어. 또한 국민의힘은 이달 안에 '반도체산업지원특위'(가칭) 설치를 계획하고 있어.

-이 장관의 강의는 어떤 내용이었어?

-비공개로 진행됐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기 어려워. 청강한 한 의원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과 시장 가치,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및 경쟁력 확보 방향 등에 관해 설명이 있었다고 해. 권성동 원내대표도 의원총회를 마친 뒤 강의 내용에 대해 비슷한 취지로 언급했어.

-국민의힘이 반도체 산업을 키우는 데 적극적인 모습이야.

-맞아.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도 윤석열 대통령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인식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감지돼. 지난 14일 김병욱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반도체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교육 개혁 방안 토론회를 주최하기도 했어. 정부·여당은 반도체 산업의 인력난을 해소해야 하는 것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어. 업계에선 향후 10년간 3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앞으로는 피상적인 주제가 아닌 매우 구체적이고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국내 반도체 산업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면서?

-맞아.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의 성장 강화와 경쟁력 확장을 위해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여러 법안을 마련했어. 윤석열 정부의 보조를 맞추기 위한 입법적 지원인 셈이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송석준 의원은 16일 반도체 산업의 원활한 인력 수급을 위한 법안(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어. 이 법안에는 반도체 등 전략기술과 관련된 대학의 전략산업 특화단지 내 설립과 전략기술과 관련된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전략산업 특화단지 내 이전을 허용하고 각종 지원 및 부담금을 감면한다는 내용이 담겼어. 배준영 의원은 지난 13일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첨단 기술 집약산업에서 산업전문가 육성, 다른 주요 경쟁국 간의 경쟁력확보, 글로벌 시장점유율 제고의 필요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이유로, 해당 산업에 대한 세액공제 특례를 현행보다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어.

-그렇군. 국민의힘이 반도체 산업의 부흥을 위해 당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보이네. 반도체 산업은 나라의 경제와 위상이 직결돼 있고 우리 산업의 핵심 분야인 만큼, 여야를 떠나 정치권이 협치해서 입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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