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백 장기화 속 野, 박순애·김승희 검증 압박 돌입


자체 인사검증TF 발족…"원구성 협상과 별개"

더불어민주당이 박순애(교육부)·김승희(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검증TF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국회 공백 기간이 18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김승희(보건복지부)·박순애(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검증 TF(태스크포스)를 발족하고 자체 인사 검증에 돌입했다. 두 후보자에 대해 모두 '부적격 인사'라고 결론짓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명철회를 압박했다. '검증 부실' 책임을 피하면서 여론전으로 본격적인 대여투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자의 각종 의혹으로 부정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인사 검증을 계기로 여야 원구성 협상이 진전을 보일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16일 김·박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 TF 1차 합동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TF위원들은 두 후보의 도덕성, 자질 등이 국민 눈높이에 현저히 떨어진다며 후보가 자진사퇴하거나 윤 대통령이 지명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본격적인 인사청문회 절차를 밟기도 전에 손가락이 10개인 게 아쉬울 정도로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문제점과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국회의원들과 언론이 자료와 제보에 기초해서 파헤치기 시작하면 청문회 이후 새로운 역사가 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반기 보건복지위 소속이었던 신현영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며 "김 후보자의 선택지는 후보자의 자진사퇴, 그리고 윤 대통령의 지명철회 두 가지뿐이다. 선택을 더 미루지는 말라"고 압박했다.

국회 교육위원장을 지낸 유기홍 의원은 박 후보자에 대해 "국민 63.9%가 우려하고 있다"며 "학교에서는 음주전력이 있으면 교장 취임을 못 한다. 그 수장인 박 후보는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일갈했다. 박 후보자 검증 TF단은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와 서울대는 민주당 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에 성실한 자료 제출을 지시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기 위해 원구성을 조속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자체 인사검증으로 여론전에 나서며 원구성 협상력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16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김승희)-교육부 장관 후보자(박순애) 검증 TF 합동회의에서 철저한 인사검증에 관해 발언하고 있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은 당초 인사청문회를 법적 시한 내에 실시해야 한다며 조속한 원구성 협상에 집중했지만, 이날은 "원구성 협상과 인사검증은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원구성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을 뽀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인사 검증부실' 책임을 덜고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원내 전략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인사검증에 당력을 집중하면서 부정 여론 확산을 지렛대로 삼아 국민의힘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가 정상화될 때까지, 원 구성이 될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리려고 한다"라고 말했지만, 국회 원구성이 계속 미뤄질 경우 박·김 두 후보의 임명 강행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인사청문 시한은 오는 18~19일로, 이후 윤 대통령은 열흘 이내 범위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 이 기간이 지나면 장관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조차 김창기 국세청장처럼 다시 인사청문회 없는 임명을 강행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분위기다. 앞서 김인철·정호영 후보자 2명이 낙마한 데다, 김·박 두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어 '검증 패싱'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자의 경우의 만취 음주운전 전력을 비롯해 △논문 셀프 표절 △제자 논문 가로채기 및 논문 부실 심사 의혹 △이해충돌 사외이사직 근무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 사적 유용 의혹 △식약처장 재직 당시 관사 재테크 및 업무추진비 누락 논란 △장녀 아파트 편법 증여 의혹 등에 휩싸인 상태다.

민주당은 국회의장단 선출을 통해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기존 입장도 거듭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여야가 국회의장 선출만이라도 합의하면 법규에 따라 인사청문특위를 구성해 후보자에 대한 조속한 청문회가 가능하다"라며 "국민의힘에 책임있는 답변을 다시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여야 원구성 협상 진전이 없다며 "국회의장부터 선출해 물꼬를 터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양보하지 않아 국회가 공전하고 있다며 원구성 협상 재개하자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여야를 떠나 국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자성이 나왔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공석인 기간이 오늘까지 무려 18일이다. 물가인상, 가계부채 문제, 고유가문제, 정부의 교육철학 부재, 언론개혁 중단, 정부의 입법권 침해, 후쿠시마원전오염수 해양방류 등! 이 모든 문제를 풀어가야 할 국회가 멈췄다"면서 원 구성 협상 책임자인 권성동·박홍근 여야 원내대표를 향해 "국민들께 부끄럽지 않나? 협상을 빨리 마무리하고 원구성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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