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민생 뒷전' 국회, 법사위 자리 다툼만 '혈안'


여야, 양보 없는 평행선…입법부 기능 잃어

21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이다. 이에 따라 국회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여야 간 밥그릇 싸움에 민생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회를 바라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이 보름이 넘도록 지연되고 있다. 의장단 결성과 상임위원회 배분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법사위원장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6·1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여야는 당리당략에 따른 힘겨루기만 벌이고 있다. 좀처럼 '개점휴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식물 국회'로 전락했다. 여러 민생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렸다. 여야 간 밥그릇 싸움에 민생은 도외시되고 있는 것이다. 여야 모두 가파른 물가 상승 등 영향으로 민생이 어렵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국회는 공전하고 있다.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멈춰선 상태다.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의 검증 책무를 방기하고 있는 셈이다.

앞선 전반기 국회에서도 여야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다수당'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고, 가까스로 개원식이 열렸다. 임기를 시작한 지 47일 만이었다. 후반기 국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와 안보 등 여러 분야의 상황이 심각한데도 정치권은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과거 국회에서도 상임위원장 자리 싸움은 있었다. 특히 본회의 전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의 위원장을 꽂기 위한 다툼이었다. 그러다 보니 상임위 구성은 매번 늦어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지난해 갈등 끝에 마련한 여야 원 구성 합의안을 번복했고, 국민의힘은 애초 합의대로 법사위원장을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양당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권성동(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간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국회가 법 개정으로 뒷받침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국회 공백이 계속된다면 여야 모두 국민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조속히 원 구성 협상 테이블로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이선화 기자

정치권이 국회가 출범할 때나 선거를 전후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달라지겠다",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 "협치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이다. 문제는 여야가 이런 다짐이나 약속을 무참히 깨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관성적인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는 바닥을 치는 게 당연하다. 국립연구기관인 통계개발원이 지난 3월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1' 보고서에는 '기관 신뢰도'가 나온다. 만 19~69세를 대상으로 한 신뢰도 질문에서 16개 기관에 대해 '매우 믿을 수 있다'와 '약간 믿을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을 합산하는 방법으로 집계한 수치다. 2020년 기관별 신뢰도에서 국회는 20.2%로 꼴찌였다. 두 번째로 낮은 검찰(34.6%)보다도 훨씬 신뢰도가 낮았다.

이런 결과를 봤을 때, 과연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치권이 오로지 국민을 위해 정치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여야 간 상임위원장 배분과 조정하는 일이 쉽지 않은 난제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대화와 타협, 상생의 정치가 실종된 현실에 또다시 국민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당리당략에만 매달리는 작태는 고개를 가로젓게 만든다. 제 기능 자체가 정지된 국회는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이제라도 여야는 상대 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원칙대로 협상에 나선다면 원 구성은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리싸움을 벌이는 사이 경제와 민생은 더 어려워질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끝으로 최근 정치 기사에 달린 댓글을 소개한다. "떳떳하게 세비를 받고 싶다면, 제발 좀 일해라."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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