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나 출신 3명' 김건희 여사 수행…'눈 가리고 아웅' 대통령실


'코바나 출신들' 봉하마을 일정 동행 감추려다 금세 들통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 일정에 코바나컨텐츠 출신 인사 3명이 수행원으로 동행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지난 13일 오후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지난 1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 일정에 김 여사가 사적으로 운용하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이하 코바나) 출신 여성 3명이 수행을 위해 동행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당초 대통령실은 수행원들이 코바나 출신이라는 것을 감추고 "대학교수인 지인 한 분만 동행했고, 다른 사람은 대통령실 직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4일 더팩트의 <[단독] 김건희 여사 봉하마을 '지인 수행원', 한 명 더 있다> 보도로 해당 지인 외에 코바나에서 일한 직원 정모 씨도 동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팩트 취재진은 대선 공식 선거운동 하루 전날이었던 지난 2월 14일 '허위 학력', '주가 조작'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두문불출하던 김 여사의 선거운동 참여 여부 취재를 위해 코바나 사무실을 찾았고, 정 씨와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코바나 출신' 지인 1명, 대통령실 직원 2명 여사 공식일정 수행

당시 정 씨는 자신을 코바나 직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대화 도중 김 여사를 '이모'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더팩트가 공개한 영상에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손으로 붙잡고 황급히 자리를 피한 남성이 누구인지 아느냐'는 질의에 "코바나 일을 돕는 분"이라며 "전시를 할 때 무거운 전시품 등 짊을 옮겨주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 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화제가 됐던 김 여사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의 '7시간 녹취록'에서 김 여사가 잠들었을 때 그의 전화로 걸려 온 이 기자의 전화를 대신 받기도 하고, 지금은 법무부 장관이 된 한동훈 당시 검사장에게 이 기자가 제보할 내용을 대신 전달하는 '중간 전달자' 역할을 한 사람이기도 하다. 김 여사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한 최측근인 셈이다.

이에 기자는 14일 복수의 대통령 대변인실 관계자에게 '정 씨가 부속실에 채용이 된 것인지, 아니면 두 명의 지인 수행원을 한 명으로 축소해 기자들에게 설명한 것인지', '대통령실에 채용이 됐다면 언제쯤 채용이 됐는지' 등을 물었다.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를 통해 답변을 듣기 위해 노력했지만, 5시간가량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14일 오후 더팩트 취재진이 방문한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김건희 여사는 이 회사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이곳을 지키고 있던 경찰 관계자는 코바나 내부는 상부 명령에 따라 출입 자체가 안 된다며 경찰서 경비부서 등에 (취재 가능 여부를) 문의해달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이후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6시 40분 대통령실 새 이름에 관한 브리핑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어제 김 여사 봉하마을 방문에서 (지인) 한 명이 더 있었다는 기사도 있었는데, 확인이 된 건가'라는 질문에 "한 분은 지인이고, 한 분은 대통령실 직원"이라고 답했다. 또한 '코바나랑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분이라는 게 확인됐나'라는 질문엔 "대통령실 직원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 드리겠다"며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어진 기자와의 통화에서 '좀 전 질의응답에서 김 여사 봉하마을 방문 때 지인이 한 명 더 있었다는 <더팩트> 기사와 관련해 한 명은 직원이라고 했는데, 그분은 언제 대통령실로 왔는가'라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확인이 안 된다고요?'라고 재차 물었지만 "확인해 줄 수 없다"며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코바나 출신을 채용한 것은 사실상 김 여사 의전이나 일정을 염두에 두고 채용한 게 아닌가'라는 질문에 "코바나에서 월급을 받고 일한 적이 없는 분"이라며 "다시 말해 (코바나) 직원이 아니다"고 답했다. 해당 질문은 윤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한 영부인의 의전과 일정 등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을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던진 것이었다. 정 씨를 취재했던 취재진 입장에선 황당한 답변을 들은 셈이다.

이후 복수 매체들은 김 여사의 봉하마을 일정에 동행한 대통령실 직원 3명 중 2명이 코바나 출신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정 씨 외에 코바나 직원이었던 '유모 씨'도 정식 대통령실 직원으로 채용된 것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15일 오후에도 김 여사와 코바나 출신 관련 질의는 계속됐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바나 출신 (대통령실) 채용 절차를 밟는 분이 몇 명인가'라는 질문에 "어제 (김 여사 봉하마을 일정) 사진을 보면 여자 네 명이 등장하는데, 한 분은 (대학교수)라고 말했던 김모 교수(전 코바나 전무)고, 나머지 세 분은 대통령실 직원인데, 한 분은 다른 일을 예전에 했고, 두 분 중 한 분은 코바나에서 근무를 잠깐 한 적이 있고, 다른 한 분도 역시 그쪽에서 일을 도왔던 적이 있다"며 코바나 출신 2명이 대통령실에 채용됐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와 수행원들이 지난 13일 오후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헌화 및 분향 후 묵념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에 채용된) 이분들은 모두 '전직' (코바나) 직원으로서 현재 코바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인사들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김 여사가 코바나 대표에서 물러날 때 코바나에 사표를 내고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기자와 통화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채용 시기를 묻는 말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다른 관계자는 여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 취임 후 코바나가 사실상 휴업하면서 일괄 사표를 낸 분들 아닌가'라는 질문에 "(코바나에) 사표를 그때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사적으로 운영한 전시기획사의 직원 2명을 대통령실에 채용한 배경에 대해 "지금 대통령뿐만 아니라 다른 대통령의 경우에도 가까이 두고 일하시는 분들은 원래 오랫동안 일했던, 또는 잘 아는 편한 분들이 대통령실에 가서 같이 일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라며 "그런 차원에서 같이 일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 어떤 영부인이 그렇게 사적으로 청와대에 채용을 했었나'라는 질문엔 "'사적'으로라는 말은 조금 어폐가 있는 것 같다"며 반박했다.

◆'코바나 출신'이 尹대통령과 오랫동안 일한 편한 사람?

공식적으로 대통령실은 김 여사를 전담하는 대통령실 직원은 없고, 김 여사의 일이 있을 때마다 다른 일을 하는 직원 중에서 일부가 지원을 나가서 김 여사를 수행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도 이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제2부속실 폐지 공약 파기 비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코바나 출신 2명은 대통령실 측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김 여사와 오랫동안 일했고, 또 잘 아는 편한 사람'이지, 대통령이 되기 전 검찰에서 오랫동안 재직한 윤 대통령과 오래 일하고, 잘 아는 편한 사람으로 보기는 어렵다.

김 여사가 잘 아는 코바나 출신을 제2부속실이 아닌 다른 대통령실 부서에 왜 채용한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김 여사를 담당하는 인력이 현재 대통령실에 있느냐는 문제보다 공식적으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김 여사를 수행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며 "제2부속실은 100% 필요하다. 만약 김 여사가 집에만 있는다고 해도 집에서 '비선 정치'를 한다는 식으로 몰고 갈 것이고, 밖으로 다니면 대통령 부인의 공식행보가 되어서 자꾸 말이 나온다. 이를 관리하는 게 제2부속실인데, 전문가를 두고 체계적으로 영부인 일정이나 행보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정권을 쥔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제2부속실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에 대해 "대통령을 처음 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이걸 공식, 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될지.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안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이걸 어떤 식으로 정리해서 해야 될지 저도 이제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한 번 국민 여러분 의견도 들어가면서 차차 이 부분은 생각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코바나 출신 인사들이 김 여사 일정에 동행하고, 대통령실에 채용된 것에 대해선 "글쎄요, 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혼자 다닐 수도 없고 그래서 뭐…"라며 "어떻게 방법을 좀 알려주시죠"라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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