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북한의 핵위협을 관리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도 핵무장을 해 남북간 핵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외교안보 싱크탱크의 제안이 나왔다. 북한은 제7차 핵실험을 통해 전술핵 무기 개발의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고, 전술핵무기의 전방 실전배치까지 추구하고 있어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사는 처지가 되고 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평화연구소(SIPRI)는 북한이 핵무기 20개를 보유하고 있고 45~55개의 핵탄두를 제조할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국내 민간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6.15 공동선언 22주년' 기념으로 민화협이 15일 개최하는 통일정책포럼에서 발표하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 상생을 위한 새 정부의 과제'라는 글에서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된 현 시점에서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정 센터장의 이 같은 주장은 200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6차례 핵실험을 감행해 핵폭략을 키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제기된 것이어서 윤석열 정부의 수용 여부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스웨덴의 민간 연구소인 SIPRI는 북한을 세계 9위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도 핵을 보유하면 핵균형을 토대로 남북교류협력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정 센터장의 주장이다.
정성장 센터장은 더팩트에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남북관계는 다시 냉전시대의 적대관계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 개발 배경과 이후 남북관계 악화의 주된 이유가 모두 남북한 간의 힘의 불균형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남북한이 다시 화해와 협력의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힘의 균형'을 바로 잡는 게 필수"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 비핵화가 거의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면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 추구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 핵무장을 통한 남북 간 핵균형 실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남북간에 핵 균형이 실현되면 북한이 탄도 미사일 몇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해서 한국 전체가 긴장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면서 "남북 핵균형이 실현되면 미국에 대한 한국의 안보 의존도도 감소해 미국 행정부의 교체로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도 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외교·안보전문지 포린어페어스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미국 전문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0명 중 7명이 10년 안에 핵무장 가능성이 큰 나라로 한국을 지목, 이란(20명) ·일본(8명)에 이어 세 번째로 꼽혔다. 정 센터장은 "이처럼 미국의 전문가들 다수는 향후 10년 내 이란과 일본,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한국의 전문가들과 정치권에서는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의 결단과 미국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덜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면서 "국민들 다수는 핵무장을 지지하기 때문에 대국민 설득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도 핵을 갖는다면 북한에 돈이 들어간다고 해서 그것을 갖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것이라는 그런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의 핵무장 방법과 관련해서 정 센터장은 한일 공동 핵보유 추진 방안과 국익 기여 강조를 통한 주변국 설득 방안을 꼽았다.그는 모두 핵을 가진 북중러와 미국만 핵을 가진 한미일 간의 기존의 대립 구도에 새로운 균형이 이뤄짐으로써 동북아 정세가 더욱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 센터장은 "한국의 핵무장 안이 그동안 극우의 주장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한국의 진보세력들도 이를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남북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고 제2의 6.15 시대를 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핵무장을 추진한다면 박정희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이 실현하지 못한 자주국방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며 프랑스의 핵무장을 결정한 드골 대통령처럼 좌우의 국민들 대다수로부터 존경을 받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제 한국 정부는 남북한 간에 힘의 균형을 회복하고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Think the Unthinkable)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정센터장은 앞서 14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한국이 핵을 보유하면 북한은 멀리 있는 미국이 아닌 가까이 있는 한국의 핵이 가장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굳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필요가 없게 되고 이는 북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나아가 남북 간 군비경쟁을 막기 위한 북한의 핵 실험 모라토리엄 선언을 이끌어낼 수 있고 상호 일정 수준 이상의 핵을 갖지 않는다는 핵 감축 협상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jacklondo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