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제대로 자기 정치 하겠다"고 선언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대적인 '정당 개편'을 예고했다. 약 2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대비해 '혁신' 이슈를 선점하고 필승을 거두겠다는 목표다. 우선순위로 '공천 개혁'을 언급한 가운데 출범을 앞둔 혁신위원회가 '혁신'의 선봉이 될지 또 다른 뇌관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이 꿈꾸는 '개혁정치'를 위해 공천 시스템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날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당에 제 의견을 더 많이 투영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만큼 '이준석 표' 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당직자 월례조회에 참석해 대대적인 정당 개편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당내 젊은 세대 역할 확대 위한 시스템 마련 △여성·청년 세대 공략 위한 당내 조직 확대 개편 △여의도연구원 정책 기능 확대 등을 제안했다.
먼저 이 대표는 2030 세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가 당에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정당 조직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 지역·세대 등 다양한 인재 등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 중 '취약 지지층'으로 여겨지는 여성 공략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십대 남성' 표심 공략으로 효과를 본 만큼 여성층을 공략해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을 확대 개편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지금의 여연은 정책 기능을 강화한 제1연구원으로 두고, 제2연구조직을 신설해 여론조사 기능과 홍보, IT 관련 연구기능을 통합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당원 연수 기능을 포함하는 등 조직력 결속에도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호남권 국회의원' 배출을 위해 '서진 정책(호남 친화 정책)'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순천은 특히 다음에 무조건 국회의원을 배출해야 한다"며 "여수, 순천, 광양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인재 영입 활동을 펼 계획이고 이미 착수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 대표가 공천 시스템을 비롯한 당내 구조적 개편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은 당 안팎에서 불거진 '조기 사퇴론'에 맞서 임기 유지와 개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자신을 향한 공격에 적극 대응하고 개혁을 성공시키겠다는 집념으로도 읽힌다.
이 대표는 정당을 뜯어고치겠다며 각종 분야에서 새로운 목표치를 설정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의 골자는 '공정한 공천'과 '정당 개혁'을 통한 다음 총선 승리다.
결국 그의 주도로 설립된 혁신위 성공 여부가 향후 이 대표 정치 행보의 관건이 됐다. 혁신위 설립 목적 자체가 '공천 과정 시스템화'와 '정당 개혁'이기에 이 대표가 보여주고자 하는 정치 개혁 역시 혁신위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대표가 "제대로 자기 정치를 하겠다"며 사실상 당내 투쟁 의지를 공식화한 만큼 혁신위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에 대해 "이 대표 사조직에 가깝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혁신위 구성 과정 역시 순탄치 않다. 마찬가지로 '이 대표 정치적 영향력 극대화를 위한 발판'이라는 비판에 최고위원들이 추천을 망설이면서다. 현재 최고위원 몫으로 혁신위원에 추천된 인사는 김용태 최고위원이 추천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뿐이다. 당초 최재형 위원장과 각 최고위원 지명으로 15명 정원 규모가 예상됐지만, 인선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당내 일각에선 공천 잡음을 해소하고자 만들어진 혁신위가 오히려 '당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진석 의원과의 SNS 설전을 거론하며 "'기대'가 반이었던 혁신위가 지금은 '우려'로 가득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혁신위를 둘러싸고 당내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무작정 몰아붙이기보다는 살필 필요도 있다"며 "혁신도 중요하지만 당내 충돌을 피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약 1년 남짓 남은 임기 동안 혁신위를 통해 정당 개편에 성공하고 당내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입지를 바로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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