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지지자들의 과격 행위에 대해 자제를 호소했다. 당내에서 격한 '팬덤 정치'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난처해지자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에 기초한 토론과 비판 설득을 넘어, '이재명지지자'의 이름으로 모욕적 언사, 문자폭탄 같은 억압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비호감 지지활동이 저는 물론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은커녕 해가 됨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민주주의는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동의와 지지를 확대해 가는 과정'이라는 면에서 네거티브 방식은 효율적이지도 못하다"라며 "모멸감을 주고 의사표현을 억압하면 반감만 더 키운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상대의 실패를 유도하고 반사이익을 기다리는 네거티브 정치가 아니라 잘하기 경쟁으로 국민의 더 나은 삶을 만드는 포지티브 정치여야 한다"며 "이재명의 동료들은 이재명다움을 더 많은 영역에서 더욱더 많이 보여주시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7일 자신의 국회 첫 등원날 지지자들이 국회에 보내온 화환 행렬에 대해서도 "보내주신 화환은 매우 감사했다"면서도 "앞으로는 좋은 정치인들에게 후원을 더 해 주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고 했다.
이어 "깨어 있는 동료 여러분과 함께 억압의 힘이 아니라 긍정(포지티브)의 힘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했다.
지난 3월 대선 이후 '개딸'과 '양아들' '개이모' 등의 별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의원의 열성 지지자들은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등의 과정에서 문자 세례 등으로 민주당 의원들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6·1 지방선거 이후에는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하는 친문(친문재인)계를 향해 격한 반응을 보였다. 홍영표 의원의 지역 사무실 앞에는 '치매가 아닌지 걱정된다'라는 비난 문구가 담긴 3m에 달하는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홍 의원은 이 같은 '개딸' 행위를 비판하며 그 배후에 조직적인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의원 외에 친명(친이재명계)계 인사들도 강성 지지층에게 과격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전날(8일) 페이스북에 "홍 의원님 사무실에 대자보가 붙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며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거나 공격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대자보를 붙였던 지지자가 홍 의원 측에 사과 방문을 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동안 '팬덤 정치'의 그늘에 대해 침묵했던 이 의원 측이 우려 입장을 표명한 것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