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12대 5'. 지방선거 참패 성적표를 들고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국회에 입성한다. 초고속 정계 복귀의 출마 명분이었던 '지선 승리'를 이끌지 못하면서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 8월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대표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크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선 이후 임시로 운영됐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도부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1일 치러진 지선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를 냈다. '광역단체장 7석 이상을 가져오면 승리'라고 목표를 잡았지만, 텃밭인 호남과 경기를 포함해 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패배 책임의 화살은 가장 먼저 '총사령탑'인 이 위원장에게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수도권 선거 지원을 명분으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대선 후 두 달 만의 조기 등판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이재명 효과'는 미미했다. 지선 승리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본인 역시 '무명'인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 했다.
이 지역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5선을 하고, 지난 대선에서도 이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보다 8.5%포인트 높을 만큼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곳이다. 상대인 윤 후보도 21대 총선에서 송 전 대표에게 20%포인트 차이로 낙선한 인물이다. 이 위원장의 연고와 명분 없는 출마에 대한 '응징 투표'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선거 결과로 '정면돌파·도전정신' 이미지가 강했던 이 위원장 본인의 정치적 자산도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위원장의 출마는 '대선 연장전' 구도를 형성해 선거 전체 판세에도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 위원장이 선거 막판 띄운 '김포공항 이전' 공약은 타 지역 후보들과 엇박자를 표출하며 지지층 결집도를 낮췄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정치권에선 이 위원장이 '쉬운 길을 택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책임을 누가 질까. 自生黨死,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라며 "당이 살고 자기가 죽어야 국민이 감동한다"고 이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1일 지상파 3사 출구조사 발표를 시청한 후 취재진 질문에도 말없이 자리를 떴다.
민주당의 앞날도 험난한 여정이 예고됐다. 당장 비대위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중진 우상호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7석 이하라고 하면 비대위 총사퇴 후 대행 체제로 가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2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비공개 비대위를 열고 지선 패배에 따른 당 수습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선거 직전 가까스로 봉합됐던 당 쇄신 요구가 패배 책임론과 맞물려 분출하면서 당분간 민주당 내부는 대혼란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문(친문재인)계와 친명(친이재명)계 간 당권 투쟁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간판'인 이 위원장이 정치적 타격을 입으면서 파워 게임을 둘러싼 내분이 크게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번 지선은 이 위원장을 앞에 내세워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보는 것인데, 패배한다면 당이 구심력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